70세 정년? 전 국민 기만한 공공기관

[연정의 바보같은사랑](122) 코레일 비정규직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의 파업투쟁 이야기④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만들어낸 코레일의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 225명 노동자에 대한 대량 해고 문제를 앞에 글("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든다던 코레일, 비정규직 225명 대량해고")에 이어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는 시중노임단가 100% 적용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66일간의 전 조합원 총파업에 이어 2월 17일 현재 34일째 간부 총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주>


일주일만 기다려 달라더니 노사합의 이행 안 하고 해고

2019년 12월 30일, 코레일네트웍스 노사는 무기계약직의 정년을 2019년부터 만 61세로 연장(고령노동자가 많은 역무직과 주차직은 만 62세)하는 합의를 한다. 당시 코레일네트웍스 강귀섭 대표이사와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서재유 지부장이 직접 현안합의서에 서명날인을 했다. 당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58년생 노동자들의 61세 정년 도래를 앞둔 상황에서 일단 대량해고를 막고 추후 65세 정년연장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사측은 합의하자마자 내부 절차를 거칠 동안 기다려달라며 7개월 동안 시간을 끌다가 결국 이사회 부결을 핑계로 합의 이행을 하지 않고 23명을 해고했다. 희망뚜벅이에 대구 일정부터 계속 참여하고 있는 이현서 씨는 그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이현서 씨는 2017년 8월 부산선상주차장에서 코레일네트웍스 직접고용 기간제로 근무를 시작했다.

“보통 주차장 관리를 해요. 주차비 수납 정산하고, 무인 정산기가 안 될 때는 AS도 해줘야 해요. 차가 고장이 났을 때는 빼주기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하는 일이 많아요. 주차장이 크니까 돌아다녀야 해요. 이상한 일이 많이 벌어지거든요. 물 새는 곳도 봐야 하고, 물이 안 빠지는 배수구도 확인해야 하고. 비 오면 주차장 바닥이 한강이 돼요. 그것도 뚫어야 해요. 별의별 일을 다 합니다.”


한 달 단위로 계약을 했지만, 그곳 역시 그렇게 해서 70세까지 근무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2018년 12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겼다.

“무기계약직 한다고 무조건 사인을 하라 그래요. 무기계약직이 뭔지 압니까. 그냥 했더니 그 다음 해가 정년 해라고 내보내잖아요. 정년합의를 해서 주차는 62세가 되었는데, 해준다더니 계속 안 해 준 거예요. 처음에 1주일만 기다리면 서류 정리해서 복귀하는 것으로 해주겠다 했는데, 안 해줘요. 한 달 뒤에 이사회 여니까 그때 해주겠대요. 근데 이사회에서 부결됐다 그래서 또 넘어가요. 결국에는 법적으로 해라.”


당시 강귀섭 대표이사가 28명 해고노동자 복직에 관한 기안서 작성을 지시했으나 하석태 교통사업본부장 등 실무자들이 이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노동자들은 코레일의 압력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니 왜 약속을 해놓고 안 지켜? 우린 큰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약속만 지켜달라는 거예요. 약속을 안 했으면 투쟁 안 해요. 강귀섭 사장은 곧 복귀시켜 준다 그랬는데, 하성태 교통본부장이 코레일 기획조정실의 명을 받아 반대한 거죠. 고용노동부 서부지청(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서 합의이행을 하라고 행정지도를 했는데 그것도 못 하게 한 거예요. 이렇게 1년이 넘어온 겁니다.” (윤대진)


  2월 6일 희망뚜벅이 33일차 서울 흑석역에서 김진숙 지도위원과 코레일네트웍스노동자들 [출처: 연정]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 전 국민 기만한 공공기관 사장

윤대진 씨는 2012년 코레일네트웍스 기간제로 입사해 경의중앙선 월롱역 등에서 7년 동안 역무원으로 근무해왔다. 윤대진 씨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승강장을 수시로 순회하고, 첫차와 막차 시간에 맞춰 승강장 개방·폐쇄하는 일을 해왔다. 역사 내외 시설물과 환경 관리, 자동발매기 등 각종 기계 보정 관리, 민원인 응대 등의 업무도 윤대진 씨가 해온 일 중 일부이다. 이 업무들은 코레일 정규직 노동자들의 업무와 동일한 것이고. 승객들의 생명·안전 문제와 직결된 것임에도 코레일 직접고용 전환 대상 업무에서 제외되었다.

사측이 정년연장 합의 이행을 하지 않으면서 2019년 말에 해고를 당한 윤대진 씨 역시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에 해고된 경우다. 이 해고 문제의 발단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에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있었는데, 대진 씨는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희생된 셈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기간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해주라고 한 거예요. 1958년 10월 31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안 하고, 그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했어요. 저는 생일이 12월 24일이라서 무기계약직 전환이 된 거죠. 그때 잘해준 것처럼 생색을 내더니 무기계약 전환자들을 잘라버린 겁니다. 58년 10월 31일 전에 태어나서 그때 전환 안 된 사람들은 지금도 매년 계약갱신을 하면서 근무를 하고 있어요. 그 사람들은 70살까지 근무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부당하다는 거죠.”

“10월 31일은 무슨 기준인가요?”

“자기네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한 거예요. 구멍가게에요.”


10월 31일을 기준으로 무기계약직 전환 여부를 나누었다는 말이 이해가 안 돼 몇 번이나 그 의미를 묻자 윤대진 씨는 이해가 안 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윤대진 씨는 누굴 원망해야 하나? 대통령을 원망해야 하나? 아니면 12월 24일에 자신을 낳은 부모와 자신의 사주팔자를 원망해야 하나? 대진 씨가 만약 두 달만 더 일찍 태어났다면 해고를 면할 수 있었을까? 차라리 제비뽑기하거나 주사위를 던졌다면 덜 억울했을까? 기가 막힌다. 시트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인데, 웃을 수가 없다. 정부 정책에 의해 그것도 공공기관에서 정규직 전환을 한다면서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원칙 없는 기준으로 해당 노동자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고용형태를 결정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지. 그때 당시 회사 측에서 무기계약직 전환실적 보고에 필요한 인원이 딱 그만큼이었던 것은 아닐까?

“2014년에 KBS 프로그램 중에 <나 출근합니다>라는 재취업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출연자를 공개모집 해서 1등한 사람을 공채로 뽑는 거예요. 거기서 1등한 사람이 우리 회사 들어왔어요. 그때 사장이 방송에서 축하한다고 하면서 70세까지 근무할 수 있는 게 우리 회사의 큰 장점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근데 그 사람은 그만두고 나갔죠. 워낙 월급이 적고 힘든 데다 비전도 없으니까.”


윤대진 씨는 공공기관이라는 코레일네트웍스 사장이 전국에 나가는 공개 방송에서 70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놓고 1년 정년연장 합의조차 안 지키며 이렇게 61세에 해고하는 것은 전 국민을 기만하는 거라고 했다.

  코레일네트웍스 사장이 출연하여 70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던 KBS 재취업 프로그램 <나 출근합니다> 방송(2014년 10월 12일) 예고편 장면 [출처: KBS]

“2019년에 강귀섭 사장이 전국에 있는 모든 역을 순회하면서 본인 입으로 젊은이들 구직만 어려운 게 아니라 만 60세에 퇴직하는 정년자들도 문제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를 했어요. 정년이 지나면 촉탁직으로 1년에 한 번씩 재계약하는 것으로 다 전환을 시켜 주겠다고. 사장이 먼저 그런 얘기를 하고 다녔으니 저희는 아무 걱정을 안 했죠. 그 약속을 12월에 문서로도 했는데 안 지키고 해고를 한 거잖아요.”


2019년 말 이후 회사는 복직처리를 할 것처럼 계속 시간끌기를 하며 퇴사처리를 하지 않았다. 사측이 건강보험료를 부담하며 고용관계는 유지가 되었지만, 급여 지급은 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하석태 전 교통사업본부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직권으로 23명에 대한 퇴사처리를 한다.

“즈이들 멋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예요. 8월 14일 날 퇴사처리 하면서 건강보험 상실신고를 하고 우리한테는 통보도 안 해줬어요. 나중에 건강보험 공단에서 상실 통지서를 받고서 안 거죠. 이게 뭔 일인가 싶어 건강보험공단에 전화해보니 해고가 됐더라고요. 그러고 8월 말에 퇴직금 다 넣고 그걸로 끝이에요. 너무 황당했죠. 노동조합도 몰랐어요.” (이현서, 2019년 무기계약 전환 해고)


  2월 7일 희망뚜벅이 마지막날 서울역 코레일네트웍스지부 농성장에 방문한 김진숙 지도위원과 함께 하는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 [출처: 연정]

복직만 되면 더 바랄 게 뭐가 있겠어요

8개월 동안 월급 한 푼 없이 힘들게 버티어온 2019년 해고노동자들은 지난해 8월 상실신고를 한 이후에야 퇴직금과 실업급여로 당장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계의 어려움으로 2019년 해고노동자 23명 중 7명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현재는 16명만 남아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이제 실업급여도 끝나가는 상황이라 사는 게 막막한 게 사실이지만, 이현서 씨는 복직투쟁을 포기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집안에서는 난리에요. 이제는 그만 포기하라고 하는데, 여태까지 해온 게 너무 아깝잖아요. 힘들게 여까지 왔는데. 노동조합이라는 것도 모르고 이런 거(투쟁) 처음 해봤는데, 하루하루 지나고 한 달 지나고 1년 지나다 보니까 진짜 뭐라 그럴까. 사람이 왜 독이 오른다 그러죠? 그렇게 바뀌더라고요. 약속 지키겠다. 그 한마디만 하면 되는데 그걸 안 하고 있으니까. 올해 연말에도 또 해고하려고 할 거예요. 주차는 무인화한다는 핑계로 내쫓을 거라고요. 무인화해도 실제 일이 많아 사람이 많이 필요해요. 사고도 많이 나고 기계가 고장 나서 안 될 때는 사람이 직접 처리도 해줘야 하고 헐 일이 많은데 그냥 자동화 시스템 해서 무조건 내보내는 게 일이에요. 자기들도 한 달 월급 받고 사는 노동자들이고 우리도 같은 노동자인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하냐 이거지. 일하고 싶죠. 복직만 되면 진짜 더 이상 바랄 게 뭐가 있겠어요. 빨리 복직 돼서 그동안 못 받은 임금도 받고 세상을 또다시 살아가야죠. 우리 조합원 동지들, 여기 계신 해고된 분들과 김진숙 지도위원 동지도 마찬가지예요. 이번에 희망뚜벅이가 많은 힘이 됐어요. 용기도 생기고, 앞으로 더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아요. 김진숙 동지가 빨리 복직도 되고 건강도 되찾고 해서 제대로 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럼 우리도 다 똑같이 안 되겠습니까.” (이현서, 2019년 무기계약 전환 해고)


2월 4일, 희망뚜벅이 31일 차. 전날 쌓인 눈길을 헤치며 코레일네트웍스 해고노동자들이 뚜벅뚜벅 선두에서 걷는다. 윤대진 씨는 시작지인 병점역에서 종착지 성균관대역까지 걷는 동안 장미꽃 한 송이를 꼭 잡고 걸었다. 장미꽃을 행여나 떨어뜨릴까 봐 맨손으로 잡고 걷고, 잠시 걸음을 멈출 때면 가슴에 꼭 안고 있다. 그 소중한 장미꽃의 출처가 몹시 궁금해 참지 못하고 마무리할 때 물었다.

  2월 4일 성균관대역에서 희망뚜벅이 31일 차 일정을 마치고 단체 사진 촬영 중인 코레일네트웍스 해고노동자들 [출처: 연정]

“사람들이 다 김진숙 지도위원님한테 드리려는 걸로 오해하는데 그건 아니고요. 오늘 아침에 진주에서 오신 스님(혜찬스님)이 지도위원님한테 복직을 기원하며 드렸던 거예요. 그걸 지도위원님이 우리 코레일네트웍스 225명 해고자들 반드시 복직하기를 기원한다면서 자한테 전달해주신 거고요. 그래서 손이 시려운데 장갑도 안 끼고 장미꽃을 들고 열심히 걸었습니다. 제가 일하던 현장으로 반드시 돌아갈 겁니다.” (윤대진, 무기계약전환 2019년 해고)


성균관대역에 도착한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이 두 번에 나누어 단체 사진 촬영을 한다. 신발도 옷도 다 젖었지만, 다들 뿌듯하고 즐거운 표정이다. 윤대진 씨가 코레일네트웍스 225명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의 복직 염원이 담긴 장미꽃을 안고 사진을 찍는다.

“복직 없이 정년 없다! 현장으로 돌아가자! 투쟁!!”

※ 본 글은 <노동과 세계>와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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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사람들이 다 김진숙 지도위원님한테 드리려는 걸로 오해하는데 그건 아니고요. 오늘 아침에 진주에서 오신 스님(혜찬스님)이 지도위원님한테 복직을 기원하며 드렸던 거예요. 그걸 지도위원님이 우리 코레일네트웍스 225명 해고자들 반드시 복직하기를 기원한다면서 자한테 전달해주신 거고요. 그래서 손이 시려운데 장갑도 안 끼고 장미꽃을 들고 열심히 걸었습니다. 제가 일하던 현장으로 반드시 돌아갈 겁니다.” (윤대진, 무기계약전환 2019년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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