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무로 보건소 떠나는 간호사들…지난해 사직 34% 증가

국회, 간호사 처우 개선보다 지역에 억지로 묶어두는 '노예 계약' 발의

[출처: 의료연대본부]

코로나19 확산 심화로 보건의료인력의 번아웃이 심각한 가운데, 간호직 등 보건소 공무원들이 방역 현장인 보건소를 대거 이탈하고 있다. 보건소 공무원 중 대다수는 간호사가 속한 간호직과 보건직 직렬로, 간호사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말해주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국회는 장학금을 미끼로 지역에서 5년간 의무 복무하게 하는 ‘지역 공공간호사제’를 추진하고 있어, 간호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보건소 공무원 휴직 및 사직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사직한 보건소 공무원은 468명으로, 이전 3년간의 평균 사직 인원인 311명보다 34% 증가했다. 사직 증가율은 대전(57%), 인천(56%), 강원(55%), 부산(50%), 세종(50%) 순으로 많았다.

휴직 건수도 증가했다. 2020년 휴직한 보건소 공무원은 1,737명으로, 이전 3개년 평균 휴직 인원인 1,243명보다 28% 증가했다. 휴직 증가율은 세종(64%)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경북(44%), 대전(36%), 강원(36%), 충북(31%), 광주(31%)가 뒤를 이었다.

보건소 공무원의 휴직과 사직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5월 31일까지 1,140명이 휴직했고, 200명이 사직했다. 올해는 특히 휴직 건수가 두드러진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이 연일 최정점을 찍으면서 보건소 현장 이탈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 의원은 “코로나19 전장의 최일선을 지키는 방역 전사를 최우선적으로 챙기는 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라며“현장에서 교대로 쉴 수 있도록 인력을 확충하고 냉방시설 확보 등에 필요한 예산을 제때 지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장 떠나는 간호사…국회, 지역에 묶어두는 ‘노예 계약’ 만들어

간호사는 의료인 중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대한간호협회가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6월 말 기준) 환자를 돌보다 코로나에 확진된 의료인 291명 중 간호사는 무려 188명(64.6%)에 달한다. 간호사의 열악한 노동 조건이 대두되고 있는데도 국회는 간호사의 노동 조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법안을 올려 비판을 받고 있다.

[출처: 의료연대본부]

해당 법안은 지난해 11월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간호대학에 지역공공간호사 선발전형을 두고 선발된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되, 의료인 면허 취득 후 일정 기간 특정 지역의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의무복무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복지부까지 나서 법안 통과를 요구했고, 법안 내용은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까지 실렸다.

법안에 따르면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지급받은 장학금을 반납하고 의료인 면허를 반납하게 돼 있어 간호사들은 ‘노예 계약’이라며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22일 의료연대본부는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간호사, 간호대학생, 병원 노동자 등 3,008명의 의견을 모아 최연숙 의원실에 찾아가기도 했다. 최연숙 의원은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지 못한 채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들을 억지로 붙들어두겠다는 지역공공간호사법안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학생을 장학금으로 유인한 뒤, 면허취소로 협박해 열악한 노동을 강제하는 반인권적인 내용”이라며 “간호사를 현장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처우개선과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라고 강조했다.

서명에 동참한 간호사들은 최연숙 의원이 간호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분노했다. 최 의원은 대구동산병원 간호부원장 출신으로 21대 국회에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간호사들은 “간호사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리라 믿었던 선배 간호사 국회의원이 어떻게 이런 법안을 낼 수 있나” “고통받고 있는 간호사들을 더 절벽으로 몰아붙이는 악법은 폐지돼야 한다. 제발 목숨 걸고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간호사를 위한 실효적 법을 만들어 달라”라고 최 의원에게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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