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해서 제대로 한 달 월급 받아보는 게 소원”

[연정의 바보같은사랑](137) 완전월급제 시행 요구하며 두 달 넘게 고공농성 하는 택시노동자 명재형 씨 이야기 ②

2시간 30분 60만원이 완전월급제?

지난해 말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이임사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님의 대선 공약이었던 택시 완전월급제가 30년 만에 실현됐다“며 자화자찬 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올해 3월 2일 택시노동자들은 국토교통부 앞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했고, 다시 석 달이 지난 6월 6일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명재형 분회장은 주 40시간 노동에 대한 월급제를 시행하라는 ‘택시발전법’(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11조 2가 만들어졌지만, 택시노동자들은 오히려 그 이전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서울에서는 올해부터 이 법이 시행되었지만, 그 외 지역은 5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시행시기를 정한다는 부칙 때문에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택시사업주들은 택시 월급제를 한다면서 일 소정 근로시간 3시간 30분 만 일을 하게 했다. 그렇게 해서 받는 한 달 임금은 90만원이다.

  8월 5일, 완전월급제 즉각 실시를 요구하는 진정서 접수를 하려다가 경찰에 막혀 세종시 국토교통부 정문 앞에서 연좌하고 있는 택시노동자들 [출처: 연정]

“경산 같은 경우는 2시간 30분이에요. 한 달에 60만 원 받아요. 혼자 먹고 살아도 이 돈 갖고 못살잖아요. 부양가족이 있는 사람은 이 돈 갖고 어떻게 살라는 얘깁니까? 부산에서는 작년 3월부터 법에 나와 있는 대로 8시간 근무를 하고, 미터기에 찍힌 총액 전부를 회사에 갖다 줬어요. 이게 전액관리제에요. 그럼 회사가 8시간 노동에 대한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한 푼도 주지 않았어요. 우리가 고소고발을 하니까 10월부터 소정근로시간이라고 5시간 20분에 해당하는 130만 원을 지급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회사는 저성과자라고 우리를 징계하고 차별하고 탄압을 하고 있어요. 우린 법대로 했을 뿐인데.”


심지어 택시 사업주들은 기존의 사납금을 ‘기준금’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시켜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택시회사들은 코로나19로 승객이 감소한 상황에서도 택시노동자들에게 월 300~400만 원 이상의 기준금 납입을 요구했다. 이를 채우지 못할 경우 부족한 금액을 1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에서 공제했다. 고령의 노동자들에게는 두 달에 한 번 씩 ‘노사상생협약안’이라는 이름으로 차별적인 내용의 근로계약을 하게 했다. 차량 운행 가능 일수를 25일에서 15일로 줄이고, 근무일에는 기준금 16~17만 원을 납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협약안에 사인을 하지 않으면 배차를 못 받는다. 노동자들이 정해진 기준금에 미달되는 금액을 납입하면 ‘미수금’이라는 명목으로 월급에서 공제했다.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월급이 40~50만원인데, ‘미수금’을 떼이고 나면 받아갈 수 있는 월급이 거의 없다. 그게 싫으면 나가라는 거다.

충북 충주 하나로택시의 경우 회사가 기준금을 352만 5천 원으로 정해놓고, 여기에서 100원만 미달되어도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8개월 째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6명이나 된다. 대리운전이나 배달 등의 부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려하면 택시 사업주는 단체협약에 ‘이중취업 금지조항’을 만들어 해고하기도 한다. 택시노동자들의 불안정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시민들의 안전한 이동권 보장을 위한 택시’ 운행은 꿈도 꾸기 어렵다.

감독해야 할 국토교통부는 모른 척

“여기 올라오기 전에 부산시청 노동청 댕겨가면서 항의, 진정, 고소소발 엄청나게 했습니다. 근데 일관된 답변을 해요. 우리는 권한이 없다. 그럼 느그는 뭔데? 어디가 권한이 있는데? 국토교통부랍니다. 그래서 이 망루를 짓고 싸움을 하게 된 겁니다. 우린 법대로 하자는 거예요. 주 40시간 노동하게 하고, 거기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라는 겁니다. 11조의 2를 즉각 시행하라는 겁니다.”


‘택시발전법’ 해당 법조항의 부칙에는 시행지역의 성과, 사업구역별 매출액, 근로시간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시행일을 정하게 되어 있다. 명 분회장은 현재 택시업계는 이 부칙을 시행할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회사는 맨날 그래요. 느그가 벌어오는 것도 적고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렵다고. 근데 택시회사들 코로나19에도 택시노동자들한테 몇 백 만원 씩 기준금 받아내고, 카카오택시 가맹점 계약해서 운행을 하면서 이윤을 챙깁니다. 정작 카카오택시 사탕발림에 넘어간 노동자들은 두 달을 못 견뎌요. 던진 콜을 못 받으면 패털티가 쌓여서 내려야 되거든요. 택시 회사도 카카오택시도 기사들의 피와 땀으로 자기네들 수입을 창출하면서 법조차 지키지 않고 있어요. 이걸 감독해야 하는 국토교통부는 모른 척 하고 있습니다.”


택시회사들이 코로나19로 승객이 줄었음에도 노동시간을 줄이고 기준금을 인상하는 동시에, 플랫폼 업체와의 계약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챙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명 분회장은 전액관리제를 실시할 경우 택시사업주들이 국고 지원과 관련해 회계공개 하는 것을 꺼리는 것도 완전월급제를 막는 한 요인이라고 이야기한다. 말 잘 듣는 ‘어용노조’를 이용해 기존 사납금제 시대로 돌아가는 게 택시사업주들의 로망이기 때문이다.

  8월 5일, 국토교통부 앞 망루 위에서 저녁 문화제에 함께 하고 있는 명재형 분회장 [출처: 연정]

택시노동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 있는 국토교통부 실·국장 면담을 요구하는 공문을 세 번이나 보냈지만, 면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8월 5일 택시노동자들이 직접 세종특별자치시 국토교통부 민원실에 택시발전법 11조 2항의 즉각 시행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접수하려 했지만, 경찰들이 막아 들어가지 못했다. 결국 택시노동자들은 국토교통부 앞에서 진정서를 찢어야 했다. 농성장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세종특별자치시장 명의의 계고서가 나와 있으나 명재형 씨를 포함한 택시노동자들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재형 씨는 그동안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 모빌리티정책과 과장 등이 면담 과정에서 문제 해결을 약속하고, 뒤로는 택시사업주들의 이익을 위해 일해 왔다고 했다.

“관청에 고발고소하고 감사신청 하면 마지못해 관리감독은 나가요. 근데 그 사람들 하는 게 뭔지 압니까? 택시회사 가서 관리자들이랑 사장이랑 앉아서 커피 한잔 먹고 밥 한 끼 잘 먹고 ‘잘 하고 계시네’ 하고 그냥 나와요. 그네들 거기 갈 필요가 없어요. 지나다니는 택시 아무거나 타고 ‘제가 택시를 하고 싶은데, 요즘 사납금 얼마에요? 월급이 얼마정도 되나요?’ 요것만 물어보면 답이 탁 나와요. 간단합니다. 기준금(사납금)이 얼마로 정해진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잖아요. 이렇게 법 가지고 장난을 치는데, 우리가 역량이 부족하니 어떻게 싸울 방법이 없잖아요. 누구하나가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빨리 결정짓자.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니까. 죽더라도 이거라도 한번 하고 죽자. 이런 심정으로 여기 올라와 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름휴가 기간 중에 개인택시 양수교육을 받아 개인택시 면허를 따서 민심을 듣겠다고 한다. 택시 면허가 없이도 민심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서울 이외 지역에서 지나가는 법인 택시에 승차해 택시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운 좋게 살아 내려가면 택시운전 해야죠

1996년에 택시 운전을 처음 시작해서 30년 가까이 택시노동자로 살아온 명재형 씨는 전액관리제와 월급제에 한이 맺힌 사람이라고 했다. 택시 4백 대를 보유하고 있던 부산 성도운수에서 근무했던 재형 씨는 전액관리제 요구 등 임금협상 투쟁을 하다가 2002년 해고를 당한다.

“그러다가 2006년 대법원 판결로 복직을 했는데, 그 큰 회사가 50대의 택시를 운행하는 작은 회사로 바뀌어 있었어요. 정부 혜택을 받으려고 장애인들만 고용을 하고 있었습니다. 복직자는 배차도 안 해주고, 노동조합은 어용으로 넘어갔는데 거기조차 가입을 못하게 했어요. 해고 안당해본 사람은 모릅니다. 해고가 삶을 어떻게 박살을 내는지. 해고된 기간 동안 저는 모든 걸 다 잃었어요. 근데 복직하고 나서 또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노동조합이 넘어가서 이젠 어디에서도 지원받을 수가 없는 거예요. 참 뼈아픈 시간을 그래 살았습니다.”


결국 스스로 사표를 쓰고 나와 다른 택시회사에 들어갔다. 당장 먹고는 살아야 하는데, 배운 게 택시 밖에 없었다. 십여 년 일만 하며 살았던 재형 씨는 몇 년 전 택시지부를 알게 되어 가입하고 다시 월급제 투쟁을 하게 된다. 가입할 때만 해도 이곳 망루에 오르게 될 거라는 상상 조차 하지 못했을 거다. 밑에서 투쟁하는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그리고 내려오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뭔지를 물었다.

  8월 5일 저녁 해질 무렵, 국토교통부 앞 고공농성장에서 저녁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는 택시노동자들 [출처: 연정]

“힘겨운 거 안다. 그리고 어려운거 안다. 그거 내가 앞장서가지고 이 싸움 이끌어나갈 거다. 꼭 풀어줄게. 꼭 이루어낼게. 우리도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간답게 사는 거. 그거 요번에 내가 이루어낼게. 이겁니다. 딴 거 없습니다. 제가 운 좋게 살아서 내려간다면 택시운전 해야죠. 동지들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에서 단 한 달이라도 일해보고, 제대로 된 월급 받아보는 게 제 소원입니다. 소박합니다. 큰 거 원하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사람답게 사는 겁니다. 그 이상의 가치가 어디 있겠습니까. 모든 여건은 다 갖추어져 있습니다. ‘택시발전법 11조의 2 택시노동자의 근로시간을 40시간 이상으로 정해야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토교통부는 이 법을 즉각 시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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