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상승, 10년 더 빨라졌다

[99%의 경제] IPCC 6차 보고서(제1실무그룹) 분석


지난 8월 9일,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1실무그룹이 6차 보고서(AR6)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에 더해 치명적인 폭염, 위험한 홍수, 대규모 산불로 뒤덮인 지옥 같은 북반구의 여름은 다가오는 악몽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기상이변과 해수면 상승

보고서는 올여름 같은 전 세계의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미래에는 더 빈번하고 파괴적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후변화는 홍수뿐만 아니라 폭염과 가뭄에도 적용되며 이는 결국 현재와 같은 파괴적인 산불로 이어진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기온이 1.1℃ 상승한 현재, 폭염과 가뭄, 폭우, 홍수 등 기상관측 이후 전례 없는 기상이변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만약 1.5℃가 상승하면 극한기온의 빈도는 더 증가하고, 2℃ 상승 시 그 강도와 빈도가 현재보다 최소 2배, 4℃ 상승 시에는 4배가 될 것이라 경고한다.

19세기 말 50년에 한 번 발생했던 폭염이 현재는 약 5배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금보다 1.5℃ 상승하면 9배 더 자주 발생하고(현재의 2배), 2℃ 상승하면 약 14배 더 자주 발생한다. 10년에 한 번 발생했던 가뭄도 오늘날 1.7배 더 빈번히 일어나고 있으며, 2℃ 상승하면 2.4배 증가한다. 집중호우는 1.5℃에서는 1.5배, 4℃ 상승하면 2.7배로 증가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한 세기에 한 번 발생한 해안 홍수가 2100년까지 매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해수면 상승 속도는 전에 없이 빨라지고 있다. 2010년부터 2019년 사이 그린란드의 평균 빙상 유실 속도는 1992년~1999년 기간보다 6배 빨라졌다. 해수면 상승 속도는 1901~1971년 대비 3배 가까이 빨라졌다. 그린란드의 빙하는 금세기에 계속 줄어들 것이며, 북극의 여름에는 얼음이 계속 줄어들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당장 탄소 발생을 완전히 줄이더라도 수십 년 동안 되돌릴 수 없다.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1.5°C 상승으로 제한하더라도 해수면은 2~3m 오르고, 2°C일 때 2~6m, 5°C일 경우 19~22m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100년에 한 번 발생했던 극단적인 해수면 현상이 이번 세기 중반(2050년)에는 10년에 1~2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보고서는 해수면이 2300년까지 7m 더 오를 수 있으며, 거대한 양의 온실가스 배출을 가정한다면 상승 폭이 15m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예수 탄생 이후 가장 뜨거운 지구 : 인간의 영향(?)

2001년 IPCC의 3차 보고서에 실린 지표 온도변화에 관한 ‘하키 스틱’ 그래프는 기후 과학계에서 논쟁의 화약고였다. 기후변화에 관한 인간의 영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수많은 연구를 통해 이 개념의 타당성이 입증됐다. 6차 보고서는 하키 스틱의 시작을 서기 1년(AD 1년)으로 거슬러 올라갔고, 2000년 이후의 온난화는 하키 스틱의 끝에서 상승세를 연장했다. 카이사르, 클레오파트라, 예수 시대와 비슷해진 1970년대의 지구 온도는 반세기 만에 이보다 더 급격히 상승했다. 1850~2020년보다 따뜻한 시대에 도달하려면 약 10만 년 전인 마지막 빙하기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2013년 IPCC의 5차 보고서는 지구온난화에 대해 “인간의 영향은 확실하다(clear)”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제 6차 보고서에서는 “인간의 영향이 자명하다(unequivocal)”라고 평가하고 있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과학적 사실이라는 점을 더욱더 강하게 규정한 것이다. 6차 보고서는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근현대 인류사에서 전례 없는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라며,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온도가 1.09℃ 올랐으며, 지난 2백만 년 넘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이처럼 높은 적이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표면 온도가 최근 급상승하면서 지난 5년간 기온은 185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라고 밝혔다.

1.5℃ 상승, 10년 더 빨라졌다 : 공통사회경제경로(SSP)를 포함한 5가지 시나리오

산업화 이전(1850~1900년)과 비교했을 때, 2011~2020년 지구의 평균온도는 1.09℃ 올랐다. 2013년 5차 보고서(AR5)가 2003~2012년 평균기온이 0.78℃ 올랐다고 평가했는데, 10년도 채 안 돼 0.31℃ 더 올라간 것이다. 또한 이 보고서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21~2040년 1.5℃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2018년 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1.5℃ 도달 시점을 2030∼2052년으로 밝힌 바 있다. 불과 3년 만에 이 시기가 10년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6차 보고서에 따르면 1.5℃ 도달 시점은 2030년대 중후반, 2038년경이 될 전망이다.

공통사회경제경로(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SSP)

SSP1 : 지속 가능성 중심의 성장과 평등의 경로
SSP2 :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경향이 역사적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로
SSP3 : 부활하는 민족주의, 경쟁력과 안보에 대한 우려, 지역 갈등의 경로
SSP4 : 끊임없이 증가하는 불평등의 경로
SSP5 : 경제 생산과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에서 신속하고 제약 없이 성장하는 경로


6차 보고서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수준의 온실가스 및 기타 복사강제력을 설명하는 ‘대표농도경로(RCP)’와 인구, 경제 성장, 교육, 도시화 및 기술발전 속도 등 사회경제적 요인의 변화 수준을 반영한 ‘공통사회경제경로(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SSP)’를 결합한 다섯 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각 시나리오를 SSPx-y로 표현하며, ‘SSPx’는 5가지 공통사회경제경로 또는 시나리오의 기초가 되는 사회경제적 추세를 의미하며, ‘y’는 각 시나리오로 인한 2100년의 복사강제력(기후강제력,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힘) 수준을 말한다. [출처: IPCC(2021)]

* SSP1-1.9는 지난 5차 보고서까지는 없었지만 2015년 파리협정의 요구로 촉발된 새로운 시나리오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로 2050년까지 전 세계 CO2 배출량이 넷 제로(net zero)로 감소한다. 경제성장보다 웰빙이 우선시되는 등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가는 거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교육과 건강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불평등은 감소한다.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5℃로 유지된다. 한때 1.5℃를 넘을 수도 있지만, 세기말에는 약 1.4℃로 안정화된다.

* SSP1-2.6은 차상위 시나리오로 전 세계 CO2 배출량이 감소하지만 2050년에는 배출량의 절반이 감축되고 2075년경 넷 제로에 도달한다. SSP1-1.9와 동일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충족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기온은 2100년까지 1.8℃ 더 높아진다.

* SSP2-4.5는 중간 시나리오이다(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우). CO2 배출량은 현 수준을 맴돌다 세기 중반부터(2050년경) 하락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2100년 될 때까지 넷 제로에 도달하지 못한다. 보다 지속 가능한 경제 전환과 불평등 개선은 역사적 추세를 따른다. 기온은 세기말까지 2.7℃ 상승한다.

* SSP3-7.0은 배출량과 온도가 꾸준히 상승해 2100년까지 현재보다 약 두 배 수준이 된다. 국가는 더욱 경쟁하고 식량 안보가 우선시된다. 기온은 2100년 3.6℃ 상승한다.

* SSP5-8.5는 종말론적 시나리오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50년까지 대략 두 배가 된다. 세계 경제는 화석연료를 이용해 빠르게 성장하며, 생활방식은 에너지 집약적이다. 금 세기말쯤 온도는 4.4℃ 더 상승한다.

기후위기, 글로벌 부르주아지와 독점 대기업

IPCC의 배출 시나리오는 산업화 이전보다 ‘1.5℃ 또는 2℃ 상승으로 제한(파리협정의 요구)’할 수 있는 기회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시나리오가 됐든 2021~2040년 중 지구 평균 기온이 1.5℃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파리협정의 요구를 충족하는 시나리오는 SSP1-1.9와 SSP1-2.6 두 가지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2050년경 탄소배출 넷 제로(net zero)를 달성하거나 최소 50%를 감축해야 한다. 특히 SSP1-1.9는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전 세계 CO2 배출량이 2030년까지 약 25%, 2035년까지 약 50% 감소할 것으로 가정한다.

문제는 IPCC 배출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해 총 137개국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선언했고,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밝혔다. 파리기후협정은 당사국들에 5년마다 국가감축목표(NDC)를 수립해 이행 정보를 보고하도록 했다. 또한, 2023년부터 5년 단위로 파리 협정 이행 및 장기목표 달성 가능성을 평가하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ing)을 실시한다. 그럼에도 2050년 탄소 중립 목표의 이행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각국의 탄소 중립 계획은 상당 부분 저탄소 에너지 전환은 물론이고 당장 기대하기 힘든 탄소 포집 기술 발전에 기대고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생산과 소비가 점차 줄어든다 해도 탄소 중립을 맞출 만큼 속도가 날지는 미지수다. 숲, 습지 등 탄소흡수를 높일 자연적 방법이 제한된 가운데 탄소 포집이라는 새로운 기술은 당장 기대하기 어려운 신기루와 같다. 또한 시장에서는 탄소세 등 불확실하고 불확정적인 탄소 가격 책정 문제가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파리협정조차 자발적 이행과 점검이라는 ‘상향식’ 감축 방식을 취하고 있어, 국가 간 강제력이 떨어지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심한 경우 트럼프 행정부처럼 파리협정을 탈퇴할 수도 있는 일이다. 재원에 있어서도 탄소의 누적 배출량이 더 많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 탄소 중립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재원조차 10년이 넘게 마련되지 않고 있다. 금융 부문에서 역시 아무리 ESG 등을 강조해도 투자는 이윤이 남아야 하기에 탄소 중립을 위한 금융도 ‘이윤(이자)’에 긴박돼 있다. 그래서 이조차도 대부분 국가투자의 형태로 이뤄지고 최근에는 중앙은행의 동원을 고려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모든 요인에서 기후 위기의 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IPCC는 지구 기후변화의 범인을 ‘인류’ 전체로 봤다. 하지만 ‘인류세’가 아닌 ‘자본세(Capitalocene)’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처럼, 기후 위기의 책임은 ‘자본주의 생산시스템’과 화석연료에 중독된 ‘글로벌 부르주아’에 있다. 세계 인구의 1%인 가장 부유한 글로벌 부르주아지들은 인류의 절반인 소득 하위 31억 명보다 탄소 배출에 두 배 이상 많은 책임을 지고 있다. 소득 상위 10%의 가구가 육상 운송 관련 전체 에너지의 거의 절반(45%)을, 항공 관련 전체 에너지의 4분의 3을 사용한다. 오늘날 운송 수단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특히 SUV 자동차는 2010~2018년 사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 증가의 두 번째로 큰 요인이었다.1)


더 중요한 것은 단 100개의 회사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70% 이상을 배출했다는 것이다. 비영리기구 ‘탄소공개프로젝트’(CDP)는 1988년부터 2015년까지 30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71%에 해당하는 화석연료를 엑손모빌, 셸, BP, 셰브런 등 100개 기업이 생산·공급했다고 밝혔다. 또한, 1854년 산업혁명 이후 2015년까지 160년 동안 산업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등의 온실가스는 923기가톤 이산화탄소 상당량(GtCO2e)이다. 이 가운데 100개 기업이 총배출량의 52%에 해당하는 화석연료를 생산·공급했다. 과거 100대 기업이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기업을 포함하면 그 비율은 62%로 높아진다. 또 사라진 기업을 포함해 224개 기업으로 확대하면 전체의 72%로 늘어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은 다름 아닌 이들 거대자본이다.2)

따라서 글로벌 부르주아지와 독점 대기업에 기후 위기의 책임을 묻고 산업 전환과 재원 마련을 강제하는 방식이 아니면, 화석연료에 중독된 자본주의 산업과 소비체계를 바꾸는 것은 요원한 문제가 된다. 이를 강제하지 못하면, (그래도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기 때문에) IPCC가 예상한 가장 일반적인 시나리오(SSP2-4.5)를 따를 가능성이 제일 높다. 이렇게 되면 지구 온난화는 2050년까지 약 1.8C에 도달하고 세기말까지 2.5C에 도달한다.

문제는 이조차 치명적이고 장기적으로 기후와 지구환경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현재 관측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가뭄과 홍수, 산불이 발생하고, 북극이 녹고 해수면이 올라간다. 이로 인해 지금보다 더 많은 고통과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현재 궤적에서 보면 세계 GDP 손실(감소) 규모는 10~15%이고, 가난한 남반구에서는 이보다 두 배 더 커질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로 지난해 세계 GDP가 3.8% 감소했으니, 기후 위기 대응 실패에 따른 충격은 코로나19 위기보다 최소 3배가 더 크다. 게다가 코로나19 위기는 전염병이 사라지면 일정 기간 이후 회복되지만, 기후 위기는 그 손실이 회복되지 않고 계속되며 심지어 악화한다.

<각주>

1) 홍석만, “기후 정의와 계급, 글로벌 부르주아지”, 《워커스》, 81호
2) The Carbon Majors Database, CDP Carbon Majors Repor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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