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시민회의 ‘기밀 유지 서약’, 인권침해 논란

탄중위해체공대위, 탄소중립시민회의 추진 절차 및 진행 문제 지적…“이미 실패한 공론화 과정”


탄소중립시민회의의 추진 절차와 진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마련에 국민들이 직접 참여해 ‘숙의 민주주의’를 실천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시민참여단 구성부터 운영방법까지 총체적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참여시민단에게 요구된 공익 관련 기밀 유지 서약은 주변인들과 토론하고 숙의할 가능성을 배제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강제했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탄중위해체공대위는 9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러한 탄소중립시민회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는 11일과 12일 탄소중립시민회의의 ‘시민대토론회’를 앞두고 다시 한번 탄소중립시민회의의 비민주성을 지적한 것이다.

탄중위해체공대위는 “탄소중립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시민회의는 숙의적 공론화 과정이 지켜야 하는 핵심적인 사항인 △의제선정 절차 △참여자 선정 절차 △공론진행 및 합의도출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라며 “탄소중립시민회의 진행은 중단돼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특히 탄중위해체공대위는 탄소중립시민회의가 오히려 숙의를 차단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강영진 탄소중립위원회 국민참여분과 위원장은 참여시민단에게 ‘나는 탄소중립시민회의의 참여 시민으로서, 업무상 알게 된 공익 관련 기밀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라는 서약문을 제창하도록 했는데, 이러한 서약문 자체가 자유로운 토론과 숙의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탄중위해체공대위는 “시민들이 ‘공익 관련 기밀’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서약문은 참여시민단 내부에서의 토론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가족, 이웃, 동료 등과 토론을 하면서 숙의를 진행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라며 “대단히 독소적인 절차와 내용을 포함시키고, 시민들에게 강제했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적인 요소까지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시민참여단들에게 제공되는 정보와 전문가들의 의견이 균형 잡히고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시민참여단은 ‘오리엔테이션’, ‘자가숙의(숙의자료집 학습, 동영상 e-learing)’, ‘시민탄소교실(실시간 온라인 교육)’, ‘시민대토론회’ 등을 통해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관해 학습하는데, 이러한 정보들은 비공개돼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탄소중립에 대한 특정한 의견을 강하게 형성할 수 있어 중요하게 검토돼야 하지만, 심의 과정은 일부 관계자들에게만 맡겨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참여시민단의 토론과 숙의의 결과가 어떻게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NDC의 결정에 반영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없어, 공론화의 사업에서 핵심 절차 중 하나인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여자 선정 절차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기후위기 활동가들은 ‘많은 비판이 제기된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의 방법론조차도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우려한다. 탄소중립위원회로부터 용역을 받아 지원자를 선정한 한국리서치는 무작위 구성이 아닌 지원자를 추천받아 시민참여단을 구성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또한 행사의 취지와 의미에 대한 설명보다 참석 비용 제공 등을 강조하며 참여를 유인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출처: 탄중위해체공대위]

탄중위해체공대위가 받은 제보에 따르면 이 업체는 시민참여단 모집 안내문에서 “모든 일정에 참여하시면 약 50만 원(세금공제전)의 참가비를 지급해 드린다” “주변에 소개하실 분 있으시면 문자 주시면 순서대로 연락 드리도록 하겠다” 등의 문구를 삽입해 구설에 올랐다. 탄중위해체공대위에 따르면 또다른 제보자는 “정부가 주관하는 탄소중립위원회 줌 회의에 참석하면 한번 참석에 얼마, 두 번째는 얼마, 이런 식으로 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들었다며, “정확한 안내가 잘 안 된 건 둘째치고 얼마를 주겠다는 내용만 강조”했다고 모집 과정에서 느낀 문제를 털어놓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시민참여단 모집과정에서 드러난 의혹을 다루는 탄소중립위원회의 태도다. 모집 절차에서 문제가 있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이를 시정했는지,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설명이 있어야 하지만 탄중위는 모든 것을 생략하고 ‘일방적 주장’만을 던지듯 내놨다. 탄중위는 지난달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본모집 구성완료 후 중간이탈자를 고려한 추가모집과정에서 일부 참여시민단 대상자에게 오류문자가 발송됐다”라며 “탄소중립위원회에서는 무작위 생성 리스트와 최종 선정된 참여시민단 리스트를 비교하여 모든 대상자가 무작위 생성리스트 내에서 선정되었음을 확인했다”라고 해명했다. 탄중위해체공대위는 “탄소중립위원회는 작업 진행 과정을 확인 결과 ‘주변 소개로 모집된 사례가 없’다고 밝히면서, ‘참여시민단의 모집 대표성과 무작위성’에 문제가 없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선발된 참여시민단들 중 일부는 화상회의를 위해 필요한 통신 기기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 제외됐는데, 탄중위해체공대위는 “빈곤 계층이나 ‘디지털 취약’ 계층이 구조적으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에 대한 설명 또한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밖에 탄중위해체공대위는 ▲탄소중립시민회의의 추진 계획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점 ▲참여시민단의 역할이 불명확한 점(탄소중립 시나리오 1, 2, 3안에 대해 토론해 개별적인 의견을 낸다는 것인지, 어떤 합의된 의견을 만들어낸다는 것인지, 아니면 시나리오를 직접 수정·보완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 ▲ ‘상설 공론화 기구’라는 탄소중립시민회의가 논의 과정, 근거 규정, 운영 계획 등이 여전히 깜깜이인 점 등을 추가로 문제 삼았다.


한편, 탄중위해체공대위는 탄소중립위원회 해체를 위해 5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기구로, 지난 2일 출범했다. 탄중위해체공대위는 다음 주부터 탄중위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통해 관련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계획이다. 또 자본 중심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등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10월 중순엔 대규모 대중 집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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