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가전 수리 노동자 사망…“실적 압박 겪어”

금속노조, 2인 1조 배치, 안전작업표준 마련 등 근본 대책 촉구

지난 28일 삼성전자서비스 가전 수리 노동자가 홀로 방문 수리 업무를 하던 중 감전돼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망한 노동자는 회사의 실적압박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2인 1조로 업무 배치가 이뤄졌다면 사망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인은 삼성전자서비스 디지털양천센터 소속 노동자로, 수리를 의뢰한 고객의 집에서 세탁기 수리 업무를 하다 지난 28일 사망했다. 사망한 노동자는 고 윤승환 씨로, 금속노조 서울지부 삼성전자서비스서울지회 소속 조합원이다.

  사고 현장 [출처: 금속노조]

금속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협소한 베란다에 있는 세탁기의 전선 제거를 위해 제품을 움직였고, 이 과정에서 제품 뒷부분의 급수 밸브가 파손돼 물이 튀어 감전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인이 수리 업무 시작을 위해 전산 등록을 한 시간이 오후 1시 41분, 쓰러진 고인을 목격한 고객이 119에 신고한 시간이 오후 1시 54분으로, 작업 시작 13분 만에 사건은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는 3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잔뜩 밀린 수리 건과 매일같이 실적 독촉을 하는 회사 압박에 1인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열악한 노동환경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규탄했다.

“실적이 미달했으니 경위를 제출하라”

금속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사망하기 며칠 전부터 실적을 채우라는 관리자의 압박에 시달렸다. 노조는 “(고인은) 사고를 당하기 전날에는 ‘실적이 미달했으니 경위를 제출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28일 고인과 통화한 동료는 고인이 일정이 밀려 심하게 압박을 받던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고인이 일하던 양천센터의 노동자들은 1시간에 1건 기준으로 하루 8개의 수리 건을 배정받는다. 고 윤승환 역시 당일 8건의 수리를 배정받았으나, 점심시간에 통화할 당시 오전에 두 건밖에 처리하지 못했다고 얘기했다”라며 “오후에 남은 6건을 모두 처리 못 하면 안 그래도 밀려있는 처리 건이 더 밀리고 당일 실적을 다 채우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더 급하게 위험한 상황이라도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사는 ‘이벤트’라는 이름으로도 실적을 압박했다. 노조는 “9건을 하면 상품권을 주고, 11건을 하면 돈을 주면서 노동자들을 경쟁시키고 비교하여 실적을 압박했다. 실적에 따라 등급표를 매기고 등급에 따라 호봉을 올려주고 진급 여부를 결정하는 등 노동자들을 괴롭혔다”라며 이는 “안전보다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였다. 임금, 승진 등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됐고 위험해도 작업을 멈추거나 미룰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벤트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의 실적 압박을 해왔다. [출처: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는 가전 수리 노동자들의 시간대별 처리 현황 등 처리 실적을 메시지로 보냈다. [출처: 금속노조]

죽음 부른 전기 작업, 그러나 혼자 일해야 했던 고인

고인의 죽음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혼자 (작업)하지 않았다면 살았다. 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열악한 공간에서 조금이라도 덜 위험하려면 적어도 2인 1조 배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인 1조는 일부 작업에만 적용될뿐더러 이조차 쉽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는 2인 1조 작업을 의무적으로 배치하지 않는다. 일부 작업은 2인 1조를 하지만 그마저도 이미 몇십 건의 수리 건이 밀린 노동자들이 서로의 스케줄을 조정해서 업무를 분담해야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안전보건 조치도 미흡했다. 고인은 감전 위험이 높은 전기 작업을 했지만 안전작업 표준이나 안전작업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수리 작업 시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작업 절차를 휴대폰 동영상과 안내문 형태로 제공할 뿐, 작업별 점검해야 할 안전보건 조치 사항, 작업 방식 등을 명시한 안전작업표준은 없었고, 노동자들에게 구체적인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더구나 “감전 방지를 위한 절연장갑, 절연안전화를 모든 노동자에게 지급하지도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그동안 숱하게 ‘위험 작업을 2인 1조로 할 수 있도록 해 달라. 인력을 늘려 달라. 실적 압박을 중단하라’라고 요구해왔다. 이 요구를 삼성이 외면하지 않았다면, 이윤보다 노동자들의 안전을 우선 했다면 고 윤승환 조합원은 죽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고인의 동료들이 여전히 똑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사측에 △안전 확보를 위한 인력 충원, 2인 1조 시행 △모든 수리 업무 시 사전 안전 확보, 안전보건 조치와 작업방식을 담은 안전작업표준 즉각 마련·구체적인 교육 진행 △안전전문 인력 배치 등 근본적 대책 방안을 촉구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즉각 작업 중지 명령을 비롯해 2인 1조 작업 및 구조적 대책, 전기 작업 시 안전대책을 사업주가 즉각 실시하도록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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