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기 깔려 사망한 현대중 하청노동자, 단순 교통사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의 471번째 살인…반성 없는 기업의 반사회적 범죄”


현대중공업이 하청노동자가 굴착기에 깔려 사망한 사고를 두고 ‘교통사고’라며 사건 축소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선 올해만 4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 금속노조 등은 ‘기업 살인’이라며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근본 대책을 요구했다.


금속노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울산본부는 1일 오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 사고가 반복되는 현대중공업을 규탄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이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외면하고 노동자들의 안전을 내팽개친 결과 또 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라며 “현대중공업이 결국 471번째 살인을 자행했다”라고 비판했다. 매년 ‘최악의 살인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현대중공업에선 올해에도 꾸준히 중대재해가 발생해 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지난 8월 1일엔 추락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목숨이 위중한 상태다.

이번에 사망한 노동자 최 모(67)씨는 현대중공업 하청 우신기업 소속으로 30일 15시경 14톤 굴착기 바퀴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최 씨는 8도크의 3196호선에서 작업을 하다 휴게공간으로 이동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작업장에서부터 휴게공간은 4m가량 떨어져 있었다. 지게차 및 건설기계 차량이 수시로 오가는 장소였지만, 보행하는 노동자를 위한 안전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30일 당시 작업지시서에 따르면 사고 굴착기는 오전부터 종일 진수 작업을 위한 선거 로프 작업(배를 지상과 로프로 연결하는 작업)에 배치돼 있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등에 따르면 굴착기는 그 구조상 운전자가 전체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워 충돌 방지를 위해 유도자를 따로 배치했어야 하지만, 기본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사고 당시 유도자도, 다른 노동자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작업지시서에는 ‘안전 작업 방법’으로 빗길 넘어짐 주의와 신호수 배치 등이 아주 간략히 적혀 있었을 뿐, 실제 작업 중인 사고 당시에 신호수는 없었다. 현대중공업은 너무나 허술한 작업지시서 한 장만을 작성하도록 해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사고 직후 ‘작업 중 사고가 아니’라며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을 부정했다. 경찰 역시 이를 단순 교통사고로 파악해 교통사고조사계에 배당했다. 금속노조는 “작업자들이 수시로 오가는 작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를 당사자 사이의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는 현대중공업의 파렴치한 행태를 규탄한다”라며 “30일 중대재해의 책임은 분명히 현대중공업에 있다.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노동자의 죽음을 모욕하고 왜곡하려는 작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법인과 한영석 대표이사 등 관련자 16인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달 27일 첫 공판이 열렸다. 앞서 검찰은 2019년 9월부터 2020년 5월까지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4건의 중대재해와 635건의 안전조치 미비사항을 발견해 한 대표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한 대표이사에겐 벌금 2천만 원을 구형했다. 금속노조 등은 한 대표이사가 중대재해 건으로는 기소조차 되지 않고, 사업주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에 대해서만 벌금 2천만 원을 구형받은 것은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재판 결과를 규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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