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30일 행진에도…심사 기한 재연장

10일 국회 앞 300명 시민 집결 “단 하루도 물러서지 않겠다”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는 행진단이 30일 만에 국회 앞에 도착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와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활동가는 부산에서부터 서울 국회까지 500km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국회에 도착하는 10일은 지난 6월 10만 명의 동의로 성사된 ‘차별금지법 국민동의청원’의 심사기한이었다. 그러나 전날인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미 60일을 연장한 심사 기한을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 29일로 또 다시 미뤘다.

이러한 이유로 10일 오후 3시경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주최한 집회에서는 두 차례나 심사 기한을 미룬 국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회 앞 도착 일정인 이날 행진은 오전부터 3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차별금지법 국민동의청원을) 휴지통에 버리겠다는 건가”라고 규탄하며 “우리는 2021년 연내 제정에서 단 하루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행진을 벌인 이종걸 활동가는 집회에서 “10만 청원 성사로 차별 받는 이들을 드러냈다. 그리고 국회를 돌파하기 위해 행진을 시작했다”라며 “어떻게 국회는 자신들이 세운 청원 제도에 이토록 무책임하게 나올 수 있나”라고 개탄했다.

미류 활동가는 “국회는 14년 동안 발의됐던 법안을 단 한 번도 논의하지 않았다”라며 “요즘 세상엔 차별이 없다는 얘기를 하는 이들이 있다. 이는 차별 당하는 사람이 차별을 당했다는 말을 못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차별 받았다고 말하면 그 사람이 틀렸다고 한다. 차별 당한 이가 없어져야 세상이 평화롭다고 얘기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말했다.


차별금지법 관련 논의는 14년 전인 2007년부터 시작됐으나 수차례 무산을 반복했다. 그리고 현재 21대 국회에는 지난해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박주민, 권인숙 의원안 등 총 4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집회에서 장혜영 의원은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일방통행식의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발언한 것을 비판했다. 장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면 뭐 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나중에’ 발언에 이어 그 다음 대통령 후보가 또 어깃장을 놨다. 일방통행이 안 된다는 이재명은 교회 쪽 얘기로 일방통행하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박승렬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보수적인 개신교 목사들의 종교적 신념은 200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대화는 필요할 수 있지만, 사회적 합의는 절대 이룰 수 없는 문제가 있다”라며 “개신교 내에서도 차별금지법 여론조사를 하면 시민들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게 찬성 여론이 다수”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오소리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활동가는 “선거철이 되자 성소수자를 재물 삼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또 보인다.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현실이 성소수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함께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은혜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