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 여가부 개편 발언에 “애꿎은 페미니즘 왜곡말라”

성평등 외면하는 퇴행적 대선정국 규탄 기자회견 열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유력 주자들에게서 성평등 사회에 대한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모두 여성가족부 개편 등을 거론하며 이대남 표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두 후보는 애꿎은 페미니즘을 문제 삼고 왜곡하고 있다”라며 “허구적 담론인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것도 두 후보가 그간 여성들이 겪어온 차별과 폭력의 문제에 무관심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38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1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 이슈가 외면 받는 퇴행적 대선정국을 규탄했다. 이들은 “현재 거대 여·야 대통령 후보들의 행보를 보면 과연 성평등 국가 실현에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라며 “‘젠더갈등’이라는 허구적 담론을 오히려 부추기고 이를 선거에 이용하고 있어 이번 대선 상황은 한국 사회전체를 퇴보시킬 우려가 있다”라고 기자회견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에 대한 우려점을 각각 밝혔다. 우선 이재명 후보의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라는 발언에 대해 “ ‘성평등’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으나 사실상 성평등을 기계적인 ‘양성평등’으로 인식하고 성차별이 남성중심 가부장제 사회에서 타자이자 ‘2등 시민’으로 취급받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의미함을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가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홍보’를 했다며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는 윤석열 후보 발언에 대해선 더욱 문제라고 밝혔다. 이들은 “매년 성폭력 가해자 성별 비율이 남성 95%(법무부, 2020)를 웃도는 상황에서 남성을 포함한 가부장제 사회문화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고 이끌어내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라며 “이는 성폭력의 발생 원인이 성별권력관계라는 것과 성폭력·성차별이 난무하는 현실, 그리고 여성가족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고, 명백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와 정책은 차별이 될 수 없다는 뚜렷한 사실을 인지조차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성단체들은 두 후보가 제기하는 ‘공정한 양성평등’ ‘젠더갈등’이라는 개념은 허구적인 담론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어 “현재의 상황을 그저 ‘새로운’ 싸움, 혹은 남녀 간 동등한 사회적 위치와 상황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양상으로만 본다는 것은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두 후보의 이런 인식은 그간 여성들이 겪어온 차별과 폭력의 문제와 이에 대한 문제제기에는 무관심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내 성폭력 예방 대책, 보편적 돌봄 사회 위한 정책 수립해야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대선 후보들에 성평등 정책을 위한 제언을 쏟아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터를 떠나야 했던 사람들, 코로나19로 국가가 포기한 돌봄의 공백을 메웠던 사람들, 코로나19 환자들을 지켰던 사람들, 저임금 일터로 내몰린 사람들, 저임금 노동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 일터와 온라인, 일상생활에서 성희롱과 성폭력을 경험하는 사람들 다수가 여성”이라며 “한국의 기득권 정치세력들은 이러한 사실들을 외면하고, 온라인에서 떠도는 말들을 가져와 현실을 외면하고 왜곡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권 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향해 ‘책상을 떠나 현장에 가 보시라, 따뜻한 안방이 아니라 찬바람 부는 바깥의 엄혹한 서민들의 삶에 대해 직접 체감을 해보시라’고 말했듯 여성들의 현장에 가보라. 성차별과 성폭력을 겪고도 신고는커녕 일자리를 잃을까봐 일터에 나가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해야 하고, 저임금과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여성들의 엄혹한 삶에 대해 직접 체감을 해보시라”라고 밝혔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올해 초등학교 교장이 학교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 공군 법무실장이 가해자를 구속수사하고 피해자 보호는 못할망정 군검사들에게 피해자 사진을 가져오라며 지시했다. 안희정이 미투 ‘무고’에 당해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정당 관계자가 피해자 욕을 게시했다. 불법촬영물 다운받고 입건된 피의자에게 경찰이 여성단체에 후원해보라고 안내를 해줬다”라며 “대선 후보자들은 일부 남성들이 호소하는 역차별을 언급하기 전에, 성평등한 변화의 역사와 흐름 위에 서 있는 우리 사회 현재를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선 후보들에게 정치권 내 성폭력 예방 대책 확립, 성폭력 무고죄 프레임 중단, 여성 및 소수자 혐오 발언 중단 등을 요구했다.

류형림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장은 “코로나가 더욱 극명히 드러낸 차별과 혐오, 극심한 경제적 양극화, 사회안전망의 부재와 같은 문제 상황의 뿌리에는 성차별이 깊숙이 얽혀있다”라며 “협소한 안전의 개념으로 여성에게 안전장치를 갖출 것을 제안하는 정책, 여전히 돌봄의 책임을 여성에게 둔 채로 육아휴직이나 단시간일자리를 제공하는 정책만을 ‘여성 정책’으로 제시하는 정치는 이제 그만두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성평등복지팀장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불공정성을 극복하고 삶과 사회를 재생산하는 보편적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페미니즘 복지국가를 만들어나갈 로드맵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대통령 후보가 지금처럼 표 계산에만 골몰하며 현재의 잘못된 흐름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라며 “대선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대통령 후보는 필요 없다. 우리는 유권자로서 성평등을 외면하고 퇴행시키는 후보를 준엄히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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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올해 초등학교 교장이 학교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 공군 법무실장이 가해자를 구속수사하고 피해자 보호는 못할망정 군검사들에게 피해자 사진을 가져오라며 지시했다. 안희정이 미투 ‘무고’에 당해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정당 관계자가 피해자 욕을 게시했다. 불법촬영물 다운받고 입건된 피의자에게 경찰이 여성단체에 후원해보라고 안내를 해줬다”라며 “대선 후보자들은 일부 남성들이 호소하는 역차별을 언급하기 전에, 성평등한 변화의 역사와 흐름 위에 서 있는 우리 사회 현재를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선 후보들에게 정치권 내 성폭력 예방 대책 확립, 성폭력 무고죄 프레임 중단, 여성 및 소수자 혐오 발언 중단 등을 요구했다.

  • 페미니즘=공산주의

    페미니즘의 근본은 공산주의에서 시작하며 페미니스트들의 65%는 공산주의자들이며 민주주의는 옳지 못하다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근데 애꿎은 페미니즘?
    페미니즘이야 말로 시대착오적인 사상 입니다.
    공산주의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독립투사, 참전용사들을
    한남충이라 비난하며 이재명보고 공산주의를 지지하지
    않으면 투표해주지 않겠다 협박하는게 페미니즘 입니다.

  • 페미니즘척결

    인류 역사에 여성차별이 있어온만큼 남성차별도 있어왔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여성차별에만 집중하고 남성차별은 없다고 우기며 여성특권을 만들고자 하였기에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