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 없이 죽은 전두환, “죽음조차 유죄다”

학살자의 마지막 길, 수위 높은 지탄성명 이어져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1980년 5월 광주에서 수많은 시민을 학살한 전두환이 23일 오전 9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노동단체와 진보정당 등은 그가 학살에 대한 사죄나 반성 없이 사망했다며 일제히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그가 죽기 전까지 광주 시민에 대한 학살을 인정하지 않았던 만큼, 유례없이 높은 수위의 지탄 성명들이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23일 “살아서 받지 않은 죗값은 지옥에 가서라도 받길 바란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고 폭발하는 민중들의 민주화 열망을 총칼로 진압하고, 80년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인 학살자의 마지막이 ‘병사’라는 것이 그저 애석할 뿐”이라고 썼다.

이어서 “학살자의 죽음에 머리 숙이는 자는 역사의 반동으로 남을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아직도 눈을 감지 못하고 망월동에 그리고 이름 모를 산야에 묻혀 아직도 한 서린 눈을 감지 못하고 계신 5월 영령들과 폭압과 폭정의 시대에 희생당하신 모든 분에게 고개를 숙이며, 5월 정신의 계승과 역사바로세우기에 매진할 것임을 약속드린다”라고 밝혔다.

정의당도 “전두환 씨의 죽음은 죽음조차 유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이날 논평에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범죄혐의로 기소된 그가 29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사망한 것은 끝까지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고, 사법 정의를 농단해온 그의 추악한 범죄가 80년 5월로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 범죄임을 말해준다”라고 비판했다.

진보당 역시 전두환의 죽음에 어떠한 예우도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보당 김재연 선본은 “광주 시민을 학살한 살인마 전두환이 사망했다. 전두환이 생의 마지막까지 광주학살의 진실을 왜곡하려 했다는 점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참회는커녕 진실을 왜곡했던 전두환에 대한 국가장을 단호히 반대하며 어떠한 예우도 있어선 안된다”고 밝혔다.

1979년 12.12쿠데타와 이듬해 5.17 내란으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은, 신군부의 범죄를 규탄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했다. 당시 5월 한 달 동안 사망이 확인된 사람만 165명에 달하는 등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두환은 사망 전까지 광주민주화운동 사망자들에 대한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 전두환은 1995년 김영삼 문민정부 시절, 내란죄와 특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노태우와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지만 1997년 12월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다.

한편 지난 10월 26일에는 전두환과 함께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한 노태우가 사망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11월 5일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이 정부가 이러한 악행을 저지를 노태우를 국장으로 예우하겠다는 것은 노태우와 같은 인물이 이후의 역사에 다시 등장해도 용인하겠다는 뜻과 똑같은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장례기간이 끝나기 전에 ‘노태우 국장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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