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해고 이어 9일 직장폐쇄 예고…“퇴출돼야 할 호텔”

세종호텔지부 “정당성 없는 조치, 따를 수 없다”

세종호텔이 지난달 민주노총 조합원을 대상으로 정리해고를 통보한 데 이어 직장폐쇄까지 선언했다.

앞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는 지난 2일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과 세종호텔 로비 농성에 돌입했다. 이에 세종호텔을 운영하는 세종투자개발은 오는 9일 오전 8시부터 직장폐쇄를 하겠다고 맞섰다. 대상은 쟁의행위 중인 지부 조합원들을 비롯해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며, 불응할 경우 사법 조치한다고도 덧붙였다.

지부는 사측의 조치에 대해 “쟁의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차별적·공격적 직장폐쇄에 해당해 정당성이 없었음이 명백함으로 이에 따를 수 없다”라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사용자의 손실을 유발하지 않았을뿐더러 세종호텔의 다른 직원들과 고객의 출입은 허용하면서 지부 조합원들에게만 사업장 출입을 전면 금지했다는 이유에서다.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8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인륜적 패악질이고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퇴출돼야 할 호텔”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동안 세종호텔이 여러차례 희망퇴직을 거듭한 결과, 지난 2011년 250여 명이던 정규직은 이제 30여 명이 남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세종호텔은 지부 조합원 1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해고 시기는 오는 10일이다. 그중에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자녀를 둔 조합원도 있다. 이주형 조합원은 “아기가 태어남과 동시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태어난 지 20일 된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라며 “부를 만들어 준 노동자들을 평생 써먹고 버리는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내 아이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이 싸움을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세종호텔은 세종대학교를 운영하는 대양학원의 수익사업체다. 이 때문에 대양학원 재단과 전 이사장인 주명건 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김란희 조합원은 “주명건은 사람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해서 다른 노조를 내세우고 지부만 표적 해고를 했다. 명백한 표적 해고다. 지부를 통째로 들어내기 위한 쇼였다”라며 “남은 직원들이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 힘내서 다시 세종호텔로 돌아가겠다”라고 말했다.

고진수 지부장은 “파업에 돌입할 때 왜 세종호텔이 두고만 보나 싶었다. 직장폐쇄라고 붙인 내용을 보니, 하나도 놀랄 것 없는 딱 ‘세종’다운 내용이었다”라며 “먼저 해고된 동지는 6년 넘도록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 이것이 발판이 돼 여기까지 왔고, 마지막 싸움을 하려고 한다. 직장폐쇄, 법적 압박 두렵지 않다. 왜냐면 가장 기본인 노동자 권리가 보장된 헌법에 의한 적법한 쟁의행위와 적법한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세종호텔의 콧대를 누그러뜨리겠다”라고 밝혔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호텔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조합원에 대해서만 출입 금지를 하는 것은 방어적 성격을 뛰어넘은 정당한 쟁의행위를 막는 조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니 세종호텔이 노동탄압 백화점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것”이라며 “그 속에서 사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괴로운지 계속 확인 시켜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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