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行 신지예에 비판 목소리 “운동 사유화의 가장 나쁜 선례”

여성·진보진영 실망감 커, 여성 정치세력화의 녹록지 않은 환경에 대한 반성도

[출처: 워커스 자료 사진]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 합류에 대해 여성, 진보 진영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진보적 여성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며 페미니스트 정치를 강조해온 신 씨가 국민의힘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운동의 성과를 사유화한 나쁜 선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이를 두고 “지지자들과 함께 만들어온 정치적 성과를 오롯이 사유화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권 대표는 “정치인 신지예가 성장한 건 개인의 능력도 있지만 지지자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자신을 믿어주고 성장시킨 유권자의 요구나 이해를 국민의힘에 가서 어떤 방식으로 실현할 건지 하나도 표명하지 않았다”라며 “명성을 이용해 거대 정당으로 갔는데, 뭘 위해서, 뭘 하고자 간 건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아 실망감이 더 크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다만 권 대표는 “여성의 정치 참여,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이야기해온 저희 입장에선 페미니스트 정치인이 지속해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체계적인 준비를 해왔나 반성은 든다”라며 “페미니스트 정치인을 만들고 지키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거대 정당이 아니면 지원도 녹록지 않고, 소수정당이라고 해서 그 내부가 가부장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 속에서 개인이 고꾸라지게 되면 기성 정치로 흘러가게 되는 구조 또한 생각해볼 지점이다”라고 짚었다.

지수 사회변혁노동자당 여성사업팀장 역시 “운동의 성과를 사유화하는 가장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라며 “그간 운동의 성과를 도둑맞은 느낌도 든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수 활동가는 “국민의힘은 친시장, 친기업적, 반여성주의적 정책을 쏟아내는 정당인데 실제 그러한 정책들이 여성들의 삶에 미친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보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신지예 씨의 행보로) 여성운동의 성과가 유실되고 왜곡될 수 있으며, 여성운동은 더 부문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대남에 이어 청년 여성도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프레임이 분명히 진행될 텐데, 이런 고려는 하지 않은 것인지 난감하다”라고 덧붙였다.

여성계는 신 씨의 행보에 황망함을 나타내며, 신 씨에게 국민의힘 행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페미니즘 리부트』의 저자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짧지 않은 시간 지지해 온 지지자로서 요청한다. 국민의힘 행을 철회하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손 씨는 “2018년 서울시장선거에서 신지예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2021년 서울시장보궐선거에서 팀서울 후원위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라며 “녹색당 내에서 벌어졌던 신지예 본인의 갑질/폭력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적 지향을 믿었고, 더 나은 정치인이 되리라 기대했기 때문에, 깊은 고민 끝에 팀서울 후원위원에 이름을 올렸었다”라고 오랜 지지자였음을 드러냈다. 손 씨는 이어 “당신이 꿈꾸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가 현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내고 삼권분립 원칙도 깨박살 낸 채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벼락 후보'와 함께 올 리가 없다. 당신이 꿈꾸는 평등한 세계가 여성혐오 팔이로 남성 청년 표심을 노리고 "여자가 '우연히' 더 많이 죽었다"고 말하는 정치인들과 어깨를 걸고 함께 올 리가 없다. 당신이 꿈꾸는 녹색 미래가 무한 발전주의에 찌든 채 탈원전에 반대하는 목소리와 함께 올 리가 없다. 당신이 말하는 새로운 미래가 "원한다면 죽을 때까지 과로해도 되는 사회"를 부르짖는 이들과 함께 올 리가 없다”라며 약자를 타자화하고 기후위기를 재촉하는 국민의힘 정치를 비판하기도 했다.

함께 운동한 활동가들 역시 착잡한 마음 전해

신 씨의 정치를 지지했던 활동가들 또한 이번 사건을 무겁게 바라보고 있다. 신 씨가 올해 3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연정정치의 일환으로 구성한 ‘팀서울’의 선거운동본부장을 지낸 김상철 활동가(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 정책팀장)는 “팀서울을 지지했던 분들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김상철 활동가는 “팀서울은 청산했지만, 제3지대 정치에 대해 교감이 없진 않았다. (신지예) 개인에게 투영된 정치적 무게감도 컸고, 당면한 정치 상황 속에서 유효한 정치 활동에 대한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최근 국민의힘 제안에 대해선 판단보다 우려를 전했는데, 완전히 판을 엎는 것이고, 돌아올 수 없을 수 있는 큰 선택이라는 의견을 전했지만 결국 (본인이) 그런 판단을 한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강하게 추구했던 페미니즘 여성 정치, 양당체계의 혁파에서 국민의힘은 가장 대립되는 대상이고, 꺾어야 하는 대상임이 분명했지만, (신지예 씨의 입장에선) 제도 내 변화가 주는 파급력이 더 크다고 인식했을 수 있다. 이해하지 못할 정치적 판단이지만, 관계의 책임성을 고려했을 때 저 역시 회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여성·청년 정치인을 뒤에서 지지했던 지난 방식이 책임회피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이날 신 씨는 20일 오전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사임을 밝히며 윤석열 후보의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수석부위원장으로 일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 씨는 “저는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일원이 되어 윤석열 후보와 함께 그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길에 서기로 했다”라며 “새시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를 공공선의 방향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그 점에서는 새시대준비위원회의 마음과 제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라고 밝혔다. 신 씨는 “제가 새시대준비위원회에 들어가는 것을 많은 분들께서 걱정하시리라 생각한다. 저 또한 고민이 많았다”라며 “이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제3지대를 형성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12월에 이르면서 사실상의 대선 구도 전환이 어렵겠다고 낙담할 때 새시대준비위원회가 가진 목표를 들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신지예 대표의 결정은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와 사전에 논의된 바 없으며, 조직적 결정과 무관한 일"임을 명확히 했다. 또 "조직적 후속 대응은 추후 긴급 운영위원회 회의와 회원 총회 등을 거쳐 결정하고 안내드리도록 하겠다"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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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멸망

    신지예는 모종의 이권을 찾아 윤석열에게 갔겠지만, 속이 빤히 보이는 영입 쇼로 여성 청년의 지지를 끌어올 수 없을 것이며, 남성 청년의 지지만 잃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윤석열은 패배할 것이고, 신지예는 얻으려던 모종의 이권을 얻지 못 할 것이다.

  • 다망해라

    어이가 없네... 1980년~1990년부터 지금까지 제도권에 편입된 여성운동이 만들어낸 결과가 이 모양 이 꼴인데... 굳이 저기에 가겠다는거 자체가 이해가 안간다.... 기대도 안했지만 실망이 너무 크다... 하지만 그에게 모든 페미니즘 운동의 상징성을 부여하지 말아야지

  • 이관희

    박다솔 기자 아주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