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쿠데타 1주년, 무엇을 할 것인가

[INTERNATIONAL1]

[출처: 트위터 @HsuChiKo1]

미얀마 군부와 시민의 운명을 결정지을 겨울

2020년 2월 1일 발생한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어느새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아웅산 수치 집권 후에도 군부가 권력에서 밀려나 본 적 없던 미얀마 현실을 고려하면, 여전히 군부가 통제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은 시민 저항이 얼마나 끈질기게 이뤄졌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주류인 버마족과 소수 민족 간의 내전은 계속 있었지만, 쿠데타 이후 미얀마 청년을 중심으로 구성된 시민방위군의 저항도 군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미얀마의 겨울인 11월과 12월은 활동하기 좋은 때다. 3월과 4월은 매우 무더우며, 5월에서 10원은 우기다. 지난 11월, 군부가 3개월 내로 반란 세력을 진압하겠다고 발표한 이유도 겨울에 맞춰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통해 통제권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시민의 입장에서도 이 겨울을 버텨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군부는 최근 시민을 상대로 잔학무도한 테러 행위를 무차별적으로 자행하고 있다. 저항하는 마을이 있으면 마을 주민을 인간 방패로 내세워 진압하는 일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민주화 활동가의 가족을 체포하는 비열한 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7일에는 사가잉 주에서 마을을 지키던 11명의 주민을 체포해 끈으로 묶은 뒤 불을 질러 살해하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살해당한 주민 중에는 14세 소년 한 명과 17세 소년 네 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이 컸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쿠데타를 벌인 군부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며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시민 저항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시민의 저항도 그만큼 거세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의 2개월은 미얀마 민주주의의 운명을 가르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트위터 @cvdom2021]

쿠데타 비판 뒤에 보호되는 기업의 이익

군부 쿠데타 이후, 국제사회는 지속해서 군부에 대한 제재를 요청했고 일부 이행되기도 했다. 한국 정부도 쿠데타 초기부터 군부와의 협력 중단을 골자로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 같은 경제제재와 시민의 파업으로 군부 역시 궁지에 몰렸지만, 군부에 막대한 현금을 지급하고 있는 가스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는 각국 정부가 침묵하고 있다.

이미 사태 초기부터 토머스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가스개발 사업 수익금이 군부에 가지 않도록 미얀마석유가스공사(MOGE)를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얀마 가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기업인 미국의 쉐브론과 프랑스의 토탈, 한국의 포스코 및 한국가스공사는 여전히 미얀마석유가스공사와의 합작사업인 가스개발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미 한국 시민사회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가스공사를 상대로 군부에 지급할 대금납부를 일시라도 중지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자신들이 철수하면 중국이 차지할 것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정부 역시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참여하고 있음에도 이 사업에 대해서는 침묵만 지키고 있다.

사실, 미국과 프랑스도 위선적이긴 마찬가지다. 한국과 달리 외국기관과 자국 기업의 투자를 제재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가진 미국과 EU 회원국인 프랑스는 얼마든지 MOGE를 제재 대상으로 올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쉐브론과 토탈도 제재 대상이 된다. 하지만 군부의 핵심자금줄이 되는 MOGE는 미국과 EU의 제재 대상에서 빠져있다. 즉, 군부 쿠데타 이후 미국과 EU가 미얀마 군부를 앞장서서 비판해왔지만, 자국 기업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는 눈감았다는 이야기다.

MOGE 제재만이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연대하는 길

시민이 무차별적으로 살해되고 있음에도 핵심 기관을 제재하지 못하는 부조리에 맞서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민사회는 미국과 프랑스 정부가 MOGE를 제재해야 한다는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이 서명운동은 쿠데타 발발 1주년인 2월 1일까지 진행한 후, 미국과 프랑스뿐만 아니라 MOGE를 제재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가진 각국 정부에 전달될 것이다. 한국의 시민사회 역시 각국 정부에 책임을 묻는 온라인 캠페인 서명운동1)에 적극적으로 함께 할 예정이다.

서명운동과는 별개로 한국에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기업과 기관을 제재하거나, 인권침해 연루에 관해 규제하는 법률이 없다는 현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와 협력하는 것을 법적으로 막을 길이 없어 미국과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서명 캠페인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이번 서명 캠페인을 통해 한국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시민들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각주]
1) https://actionnetwork.org/petitions/governments-of-the-united-states-and-france-stop-blocking-sanctions-on-myanmar-gas-revenues?source=direct_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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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이미 사태 초기부터 토머스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가스개발 사업 수익금이 군부에 가지 않도록 미얀마석유가스공사(MOGE)를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얀마 가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기업인 미국의 쉐브론과 프랑스의 토탈, 한국의 포스코 및 한국가스공사는 여전히 미얀마석유가스공사와의 합작사업인 가스개발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미 한국 시민사회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가스공사를 상대로 군부에 지급할 대금납부를 일시라도 중지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자신들이 철수하면 중국이 차지할 것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정부 역시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참여하고 있음에도 이 사업에 대해서는 침묵만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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