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페미니스트의 틱톡 탐사기②

[리아의 서랍]


틱톡커 마리는 어느 날 친구 K의 사진과 영상을 도용하며 틱톡 활동을 하는 ‘K사랑해’라는 닉네임의 유저를 발견했다. 웬 놈인가 싶어 계정을 뒤져 봤더니 내복을 입은 작은 남자아이였다고 한다. 마리가 그 유저—H라고 하겠다—의 말간 얼굴을 마주하고 말문이 막혔던 순간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의심과 적대감의 맥이 탁 풀리며 “너무 어리잖아!”라고 중얼거렸을 순간을.

이제 K와 마리는 H의 존재를 알고, H를 어떻게 대할지 고민하고, H가 어린아이라는 점을 고려한 방송을 한다. K의 영상을 탐독하며 K누나가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던 H는 소위 말하는 성공한 덕후에 속하게 됐다. 만약 H의 나이가 10대 후반이라도 됐다면 이 사건은 좀 더 꺼림칙한 문제가 됐을 것이다. H의 행동 자체는 일종의 범죄로도 해석 가능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K와 마리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이토록 어린 H에게 역으로 접근했다면? 혹은 H가 여성이고 K와 마리가 남성이었다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데 한편으론 내가 너무 유난을 떨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든다. 틱톡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하다 보니 이렇게 얘기하게 되는 것이지, 그 플랫폼이 특별히 범죄의 온상지 같은 곳은 전혀 아니다. 1편에서 언급했듯, 거의 모든 인터넷 공간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 위험하다. 거의 모든 오프라인 공간에서 어린이를 혼자 방치해선 안 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도처에 취약한 존재들을 노리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온 세상이 통째로 위험하다!

이상하게 들릴 소리라는 걸 안다. 과도하게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려 드는 신경쇠약에 걸린 여자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사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 교육을 할 때마다 이런 종류의 갑갑함을 느낀다. 작고 소중해서 가슴이 미어지는 인간을 붙들고 수십 갈래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폭력의 가능성을 가르치는 건 몹시 거북한 일이다. 어떤 경우에도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이 정말로 진실이기 때문이다.

원래 어린이들은 뭐든 시도해 볼 수 있어야 맞다. 때로는 자신을 좀 망쳐도 보면서 망한 부분을 회복할 기회까지 충분히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맘 같아선 여기도 나쁜 사람이 있고 저기도 나쁜 사람이 있다는 말 대신, 마음껏 즐기고 겁 없이 욕망했을 때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더 자주 얘기하고 싶다. 알고 보면 우리는 어차피 단 한순간도 평등하고 안전한 인터넷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도 괜찮을 수 있지 않았던가…? 유해한 인터넷 환경 내부에서 운 좋게 목숨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만 상처를 주고받아 온 사람이 우리다. 사람은 부정적인 환경과도 적당히 부딪히고 깨져가며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바로 나와 당신이다.

그러나 잘 보이지 않았을 뿐, 괜찮지 않았던 사람, 목숨에 지장이 있었던 사람, 심하게 깨졌던 사람이 그때도 있었고 지금도 많으므로, 무슨 범죄가 있는지,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꼭 필요하다고 정해진 내용을 나열하기만 해도 교육 시간이 꽉 찬다. 그리고 교육을 받은 후에야 자신의 경험이 온라인 그루밍 등의 성폭력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분, 그와 같은 경험을 해석하고 다루는 방법을 새롭게 알게 되는 분 또한 반드시 있다. 그러니까 누군가는 쟤 좀 왜 저러나 싶을 만큼 속을 끓이며 온갖 곳에서 가능한 사고를 미리미리 수색해 닦달하는 역할을 꾸준히 계속하긴 해야 하는 것이다…….

틱톡에 관한 마지막 우려를 정리하며 90년대생 페미니스트의 틱톡 탐사기를 마무리해 보겠다.

틱톡은 여러 SNS 중에서도 플랫폼 내부와 외부를 구획하는 경계가 선명한 편에 속한다. 앱 내에서 있었던 일은 앱 내에서 있었던 것으로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 환금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반짝 떠올랐다가 가라앉은 클럽하우스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틱톡에서 제공하는 대단한 수준의 뷰티 필터와 계정 주인의 매력을 이미지로 압축 발산하는 포맷은 음성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을 제공하며 크리에이터가 틱톡 사용을 지속할 동기를 부여해준다. 앱 내에서 명성을 얻어 봤자 수익으로 연결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코인 후원 제도 생성으로 조금 보완됐다.

내가 지켜본 틱톡은 앱을 사용 중인 시간에만 성립하는 아이돌 양성의 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는 피드에 참여하는 모든 유저가 콘텐츠다. 다른 플랫폼, 심지어 거의 동일한 형식인 릴스보다 더 분명하고도 철저하게 콘텐츠로서 존재할 자격을 얻는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과하다고 여겨지는 자의식 강한 행동도 허용된다는 뜻이다.

나와 함께 마리의 틱톡 영상을 보면서 틱톡 특유의 분위기를 비로소 견딜 수 있게 된 친구 안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놓고 즐거워하는 분위기가 있잖아. 인스타그램에서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세련되게 숨기는 게 미덕인 데 반해서 틱톡은 그래, 내가 보여주겠어, 이런 나를! 이러는 분위기가 허용되고 장려되는 차이가 느껴져.”

도전적인 표현, 과감한 액션을 뷰티 필터가 보조한다. 피부 결을 깔끔하게 밀고 이목구비를 선명하게 보정해 주는 필터와 결합하면 웬만한 사람은 ‘거슬리지 않게 개성 있는 마스크’를 갖게 되고, 일정 수준의 아름다움을 확보하면서 일반 카메라로 찍힐 때보다 더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예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렇게 예쁜 사람이 있고, 일반적인 미의 기준과 살짝 불화해서 오히려 좋은 사람이 즐비하다. 연기, 노래, 춤 등을 곧잘 하는 일반인들이 평소엔 어디 숨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 못해도 귀엽고 잘하면 감탄스럽다.

자신을 잘 ‘파는’ 것이 능력인 시대에, 틱톡으로 촉진되는 이러한 감각은 미래 세대의 유용한 자원으로 쓰일지도 모르겠다. 친구와 만나 다양한 효과와 배경음악을 간편하게 추가해 멋진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방식의 놀이에 긍정적인 면이 없을 리 없다. 마리와 K만 해도 틱톡을 찍는 과정과 업로드 후 국내 및 해외 팬들에게 얻는 즐거움이 크다고 진심을 담아 얘기해 주었다.

그러나 팔려야 한다는 건 유구하게 녹록지 않은 일이다. 이 일반인 스타들은 기존 스타들이 노출되는 어려움에 비슷하게 노출될 수 있지만, 소속사도 경호원도 없다. 단지 앱 내에서 끝날 인기를 위해 부추겨지는 매력 발산 방법 중에는 건강하지 않아 보이는 것들도 많다. 틱톡 필터로 변형된 내 얼굴을 마주하는 동안 나는 솔직히 우울했다. 실제로 틱톡 영상처럼 생겼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혼자만의 우울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SNS에서 주목받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다. 내가 10대일 때도 싸이월드에 올린 포토샵 사진을 따라 성형까지 하는 경우가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그건 틱톡처럼 유저의 신체와 밀착돼 규격화된 판이 일상적으로 깔린 환경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너무 오래된 괴로움이 새로 닦인 도로를 타고 더욱 체계적으로 밀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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