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멸 앞둔 기후위기 시대, 진짜 ‘피고인’은 정부·여당”

민주당에서 ‘가덕도 신공항 반대’ 외친 활동가들, 벌금형 거부하고 소송 나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철회를 요구하며 민주당사를 점거해 벌금형을 받은 기후정의 활동가들이 약식명령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해 본격적인 법적 투쟁을 예고했다. 활동가들은 “정부와 여당, 지자체들은 가덕도 신공항뿐만 아니라 새만금과 제주도 성산 등에 10여 개의 신공항을 지을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국내외 10여 곳에서 석탄발전소 건설을 강행하는 등 기후생태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사업을 계속 벌이고 있다”라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민주당의 위선과 이에 항의한 우리의 행동과 요구가 정당했음을 재판정 안팎에서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멸종저항서울과 멸종반란은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신항만 건설을 추진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더불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주요 대선 후보들이 친기업, 반기후정의 행보를 걷고 있다며 정치기득권을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절멸을 앞둔 기후생태위기의 시대에 진정한 ‘피고인’은 정부와 여당”임을 명확히 했다. 이들은 “가덕도는 외지인과 토건 자본의 투기판이 되어버렸다”라며 “부산시는 신공항 건설을 넘어 가덕도 입구 생태의 보고인 눌차만까지 콘크리트로 채워 배후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거짓말로 기업들에 이윤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섬과 숲, 바다, 자연 생태계와 지역 공동체마저 무참하게 파괴하려고 한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전국 곳곳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핵폐기장과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고 있고, 재벌 기업의 가스 발전소 건설과 해외 자본을 끌어들인 대규모 해상 풍력 단지 등 기후정의와 에너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주요 대선 주자들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기후정의 활동가들은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야 하는 때에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기업의 요구에 부응해 ‘기업하기 좋은 규제프리 국가’를 외치고 있고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는 탄소감축 목표 하향, 원전 신규 건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와 같은 막말만 늘어놓고 있다”라며 “심지어 기후대통령을 표방하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까지 SK의 최태원 회장을 만나 SK의 그린워싱을 꼬집는 대신 그의 ESG 경영을 치켜세우기까지 했다”라고 비판했다.


정식재판에 나선 당사자 중 한 명인 멸종반란의 수수감자 활동가는 “법정에서 공멸의 바퀴를 굴리는 위정자들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고 외칠 것”이라며 “거대 여당이 정의로운 녹색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공동체를 살리고 기후 생태 재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의 등에 칼을 꽂고 있다”라고 외쳤다.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인 청연 멸종저항서울 활동가는 “탄소중립 그린뉴딜을 하겠다면서 전기 비행기 개발해 신공항을 짓는다는 이 이상한 나라를 두고 봐야 하나”라며 “아직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가 확정되지 않았다. 예타, 사전타당성조사를 제대로 시행하도록 해서 우리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반대 투쟁은 이제 시작’

이날 기자회견엔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반대를 주장하는 다른 기후정의·환경 활동가, 진보 정당 관계자들도 다수 모였다.

현욱 가덕도 신공항 대책위 활동가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이 졸속으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진행된 것을 꼬집으며 신공항 건설은 낙동강 파괴의 시작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현욱 활동가는 “가덕도에 신공항이 건설되면 낙동강 하구의 천혜의 자연경관, 천연기념물, 서식하고 있는 각종 생태계를 파괴하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모든 생명을 짓밟는 개발을 멈추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름 부산기후용사대 활동가는 “특별법은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깃든 법안”이라며 “지역 균형 발전이 명목이지만 신공항 건설 후보지로 거론된 이후 가덕도 근처의 땅들을 외지인이 사들이며 땅값이 치솟고 있다. 균형 발전이 아닌 불균형의 장이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가는 “기후위기비상행동도 지난해 포스코, 상공회의소 앞에서 직접행동을 진행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라며 “탄소중립 공항, 탄소중립 석유 같은 기상천외한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 기후를 팔아 돈벌이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와 생태파괴에 맞서 싸우고 행동하는 것이 범죄라고 한다면 범죄자가 되는 건 부끄러워할 일도 두려워할 일도 아니다”라며 더 많은 직접 행동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록 기후정의동맹 활동가는 “기후위기 시대 탄소다배출 산업에 맞서는 또 다른 투쟁이 열린 것”이라고 활동가들의 정식재판 청구에 의미를 부여했다. 정록 활동가는 “사법부는 기후정의 운동을 범죄로 규정해 벌금을 내렸다”라며 “기후위기 시대에 무엇이 범죄이고, 무엇이 사회적으로 규탄돼야 하는지 이번 재판을 시작으로 사법부를 교육하자”라고 주장했다.


이헌석 정의당 기후정의선대위원장은 “정의당은 모든 의원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표를 던졌고, 특별법 통과 이후에도 다양한 형식으로 새만금, 서산, 제주 공항 건설 반대에 힘을 모아왔다”라며 “현재는 엄청난 벌금에 맞서 싸우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기후정의가 주류가 될 것이라 믿는다”라고 밝혔다.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는 “예타는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무부별한 토건 사업을 막기 위해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토목 사업을 위해 예타 면제를 휘둘렀고 88건, 60조의 예타가 면제돼 우리는 그를 토건 대통령이라 불렀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이미 예타 면제 119건이 통과됐고, 이는 96조에 달한다”라며 “이명박이 토건 대통령인가, 문재인이 토건 대통령인가. 문재인 정부는 이미 토건 적폐 그 자체다”라고 꼬집었다.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 이백윤 공투본’의 이종회 총괄선대본부장은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표만 되면 뭐든 하겠다고 한다. 이러다 밀양에도 신공항이 생기고 서산, 제주도, 흑산도, 나라 전체에 공항을 만들 판이다”라며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나선 활동가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멸종저항서울의 활동가 6명은 지난해 3월 15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국회를 통과를 규탄하며 여의도 민주당사 점거를 시도했다. 하지만 30여 분만에 전원이 현장에서 체포됐고, 연행돼 경찰조사를 받았다. 이후 12월 법원은 6명의 활동가에게 총 2천만 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해당 특별법은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던 시절인 2020년 11월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의원 137명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두고 ‘노무현 대통령의 꿈’ ‘동남권 메가시티 관문공항이자 국가발전 새로운 원동력 될 것’이라며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부산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적 매표 행위라는 비판도 컸다. 최근엔 예타 면제를 두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입씨름을 하며 “(특별법으로) 이미 면제했다”라는 선전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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