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뒷발에 치이고, 칼에 베이는 가축위생방역 노동자들

1차 경고 파업 중 현장 증언 이어져…노조 “국가 중심 방역 체계 필요해”

가축위생방역노동자들이 국가가축방역시스템 개선을 촉구하며 나흘째 파업을 벌이는 가운데, 업무상 사고를 당한 방역사의 절반 이상이 소 뒷발에 치이거나 소뿔에 받힌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중 칼을 사용하는 검사원의 경우엔 베임 사고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이렇듯 위험 업무를 수행 중이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혼자 일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사고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관리 시스템처럼, 가축위생방역 시스템 전면 개편 필요해”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는 24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노동실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열악한 노동실태를 고발했다. 여기서 노조는 국가 중심의 방역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11년 차 방역사인 전광수 씨는 “정부는 매년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가축질병을 막아내기 위한 체계적의고 효율적인 가축방역시스템 속에서 일을 하고 싶다”라며 “지금같이 농식품부와 지자체로 이원화된 방역체계가 아닌 가축 방역은 국가에서 전담하는 국가 중심의 방역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필성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 지부장은 “가축위생방역이 국비(60%)와 지방비(40%)로 운영돼 중복 업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국가에서 발생하는 질병은 국가 책임 구조에서 대책이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19 질병 관리 시스템이 만들어졌듯 가축위생방역 시스템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현재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국비 100% 예산 수립 및 집행이 가능한 구조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 실태 증언에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방역사를 비롯해 도축되는 축산물을 검사하는 검사원, 축산농가 대상을 전화 점검하는 예찰원 등이 나섰다. 송아지에 깔려 갈비뼈가 으스러진 방역사, 특별방역 대책 기간에 휴일 없이 1일 150개 농가에 전화 업무를 했던 예찰원, 법정 기준에 못 미치는 인력으로 도축장에서 일하는 검사원 등의 증언이 이어졌다.

송아지에 옆구리 밟혔지만, 이어진 업무

17년째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서 일한 김기철 방역사는 2년 전 시료 채취 중 날뛰던 송아지에 밟혀 옆구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송아지 경매를 위한 소브루셀라병 및 결핵병 시료 채취를 했다. 12개월 미만 송아지를 축주(가축주인)가 줄로 목을 걸어 보정했고, 송아지를 모는 과정에서 송아지가 날뛰면서 몸이 밀려 축사 바닥에 넘어졌다. 그리고 날뛰던 송아지에게 옆구리를 밟히는 사고가 발생했다”라며 “얼굴이 밟혔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라고 전했다.

사고가 발생했지만, 업무는 이어졌다. 김기철 방역사는 “사고 후 일어나 송아지 시료를 채취했다. 나머지 송아지도 검사하고 통증이 계속됐으나 구급함의 파스를 뿌리고 고통을 참으며 예정된 몇 개의 농가를 더 다녀와야 했다”라며 “2인 1조였지만 한 명은 업무 중 손가락 골절 사고로 반깁스 상태로 업무지원을 한 상태로 축사 밖에서 귀표번호 마킹 등 업무를 보고 있었다. 업무는 많고 인력이 없다 보니 다쳐도 동료를 생각해 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업무 중 사고가 일어나도 노동자들은 관리자들의 눈치가 보여 산재처리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는 경영평가에 업무상 재해에 대한 항목이 포함돼 있다며 “산재 신청을 하면 죄인이 된다”라고 했다. 이어 “월급이 적은 것도 싫은데 주위 동료들이 내가 쉬면 업무를 두 배 해야 하니, 이것이 싫어 자비로 치료를 받는 일도 허다하다”라고 설명했다.

아찔한 사고들, 1인 근무로 위험 가중

앞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난 20일부터 4일간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업무상 사고를 당한 방역사 중 절반이 넘는 이들은 ‘돼지에게 물리거나, 소뿔, 뒷발에 차이는 등’의 경험을 했다. 방역사 213명의 57.3%(122명)가 해당 항목에 응답했다.

이런 아찔한 사고는 위생직(검사원)들의 사례에서도 확인됐다. 해체 검사 및 지육 검사를 하는 검사원은 칼을 사용하게 되는데 절단 작업 중 베임 사고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도축 과정에서 혈액 등 부산물로 미끄러운 바닥에 미끄러지는 사고도 자주 발생했다. 업무상 사고를 경험한 검사원 응답자 139명 중 33.8%(47명)는 칼에 베이는 사고를, 22.3%(31명)는 도축장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경험했다.

2인 1조가 실시되지 않으면서 업무는 가중됐고 사고 발생 시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노조의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 방역사가 “혼자 농장에 들어가면 심적 부담부터 다르다. 다치면 응급처치 및 긴급구호 조치를 해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런 긴장감 속에 육체노동의 강도는 두 배 이상으로 느껴진다”라고 답변한 사례가 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관리 대책 이후 대부분 2인 1조가 시행 중이나 10건 중 1건은 1인 근무를 하고 있다.

검사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한 검사원은 실태조사에서 “미끄러져 뒤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순간적 충격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있는 것을 현장 직원이 발견해 부축해줬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과다출혈이나 뇌진탕으로 사망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라며 2인 1조 시행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노조는 2인 1조를 실시하지 못하는 데는 방역직, 위생직, 예찰직 등 현장인력을 행정인력으로 투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행정인력의 2배를 현장인력으로 운영 중인데, 이 인원이 현장인력의 7.6%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조는 현장인력 부족 원인 중 하나인 행정인력 234명 충원을 촉구하고 있다. 행정인력 234명 충원은 지난 2020년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및 조직진단 연구용역 진행결과’에 따른 내용이다. 노조는 2인 1조를 위한 인력 충원을 비롯해 시료 채취 업무 시 마사회가 3인 1조 지침을 둔 것을 들어 대가축 시료 채취 업무의 경우 3인 1조 시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적 기준에도 못 미치는 인력,
정규직과 같은 일 해도 처우 차별


검사원의 경우 관련 법 시행령에 따르면 적정 인원은 542명이지만, 현원은 383명으로 법적 기준에 못 미치고 있다. 부족한 인력으로 발생한 업무 과중은 검사 업무 소홀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국민에게 안전한 육류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더구나 검사원들은 도축장에서 근무하는데, 이곳에서 성희롱 등 사건이 발생할 시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김현서 검사원은 “업무지시는 검사관, 급여지급 등은 본부에서 이뤄지다 보니 이 같은 사건에서 대처하기가 어려워진다”라며 “직장 내부나 유관기관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엔 선임 검사원이나 관리자에게 보고하여 조치할 수 있겠지만, 타 사업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시에는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업무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예찰원들은 가족수당, 명절 상여금 등 처우에서 차별을 겪고 있다. 김성숙 예찰원은 “하루 120통이 넘는 전화를 기본으로 특별방역 기간에는 몇백 통의 전화 업무를 한다. 각종 성희롱과 언어폭력에 시달리지만, 침이 마르게 통화하고 있다.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담당하지만, 이들과 대우는 많이 다르다. 최저임금에 승진도 없다. 명절 상여금도 절반에 못 미친다”라며 차별 해소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요구 수용 없을 시, 전면 파업 돌입

노조는 1차 파업의 요구로 국가가축방역시스템 개선을 위한 정례적 노사정 협의 틀 구성과 시급한 처우 개선을 위한 추경 예산 편성을 촉구하고 있다. 1차 파업 기간은 오는 27일까지다. 노조는 이 요구안에 대한 수용이 없을 시, 향후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행정인력 충원 △가축위생방역 시스템 전면 개선·국비 100% 가축방역기동대 운영 △기관장 상임화 △2인 1조 인력 충원(대가축 시료 채취 업무, 3인 1조 인력 충원)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령에 맞는 적정인력 충원·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 △저임금 해소를 위한 산업 임금 코드 변경 △가축방역사, 도축검사원 특수업무 수당 신설 일반직과 차별 철폐·규정에 따른 승진, 승급 체계 운영 등도 요구 중이다.

끝으로 김필성 지부장은 “이번 파업에서 노조의 처우개선 요구뿐 아니라, 가축 질병에 대한 대응과 축산물위생 검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노동자의 삶을 봐줬으면 한다”라며 “우리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땜빵식’ 대책이 이뤄지면 더 큰 향후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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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살겠다

    55명 정규직 1200명 비정규직 심지어 55명은 축산전공도 아닌 행정. K방역 주인공들은 축산전공에 전문지식과 풍부한 현장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돈과 승진은 55명 행정뿐.
    비상식적인 기관

  • 가축위

    최저인금. 인력부족. 기자재부족. 열악한 환경. 진급 적체 환경.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무슨 일주일 일하는데 1회용 방역복을 2벌 쓰라고하는 회사가 어디있습니까. 그렇게 일하면 분변, 혈액, 양수 등으로 축산물에 교차감염이 일어날 수 있고 사람의 점막이나 상처로 들어가면 그대로 인수공통전염병의 보균자가 될수있는데말이다. 일반직 꼴이 그렇다. 현장직 사원,주임,대리들이 열심히 일해놓고 성과올려놓으면 과장, 부장, 사무국장, 이사, 국장들은 일 1도 안해놓고 지들 성과라고 성과급, 자동 진급파티 한다. 현장직은 10년 넘게 진급적체인데 말이다. 사람답게 좀 살고싶다.

  • 현실반영

    정부는 현실적인 문제점 제대로 파악하고 개선하라

  • 덩이

    파업지지합니다

  • 서마녀

    처우개선이 시급해 보이넹ㅛ.

  • 고기사랑

    가축전염병의 효율적인 방역 시스텀과 안전한 축산물인 먹거리 공급을 위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방역사.검사원.예찰직들의 처우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Ai가 더 확산되기 전에 빠른 해결책 필요합니다,
    이러다 계란한판 만원 넘겠어요

  • 에휴

    너무 열악합니다 쓰리디 업종. 정말 처우 개선이 꼭 필요한 기관입니다

  • 마틴킴

    공감합니다~ 이번 기회에 다 해결되진 않겠지만 열악한 처우개선과 인력충원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힘내십시요~ 응원합니다!

  • 권진영

    누구나 노력한만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가축위생방역본부 직원들은 그렇치 못한거 같습니다.

  • 김기섭

    시급한개선이 필요해보입니다.너무 열악한퐌경에서 훌륭한일을 하고있으십니다.

  • 투쟁

    가축위생방역본부가 중요한일을 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자체도 몰랐네요.

  • 함께 잘삽시다

    위에 있는 사람만 잘사는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 잘사는 나라 만들려면 반성하고 개혁하여 바로 잡아야 합니다

  • 힘들다

    어렵습니다. 무분별하게 던져지는 업무와 시료채취 사이에서 한정적인 시간내에 끝내야하는 근로자는 위험을 감수해내야 합니다. 추운 겨울에는 추위와 맞서고, 더운 여름에는 더위와 싸워 현장에서 근로자는 혹사당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는 대우를 받고싶습니다

  • 정진수

    그많은인원이 무기계약직이라는게 이해안되네요
    공무원인줄 알았습니다.

  • 성명희

    시골집에 닭을키우시는데 엄마가 고마워하며 통화하는걸 들었습니다.질병때문에 전화를 해준다고 그일을 하는분들이시네요.힘내세요.개선되서 일할수있으면 좋겠습니다.

  • 히릿

    전문직 종사자들이 천대를 받는 경우를 여기서 보내
    1차산업이라서 그런듯 한데,,,
    그래도 우리나라 이바지 산업 인데 이렇게 박하게 해서야 되나,,, 요즘 부,처 사람들 잘들하는것 같던데 농림부는 여전하나 보네,,,

  • 안전먹거리

    고생많으시네요
    처우개선으로 안전 먹거리 보장해주세요

  • 만두

    개고생에 욕먹고 개무시당하는건 노동자몫 , 돈은 누가챙기나? 그들 ~~

  • 너무해

    내 가족이나 옆에있는 사람이 힘들땐 위로하고 챙겨주는게 사람입니다. 같이 일하는 직원이 힘들어 할때 챙겨주고 도와줘야 되는거 아닌가요

  • ㅇㅇㅇ

    농식품부와 기재부는 더이상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내놓아라

  • 신혜영

    시골에서 부모님이 한우랑 닭을 몇마리 키우시는데 전화주실때 항상 부모님 안부먼저 물어보시고 살뜰히 챙겨주시는 아가씨들이 있다며 자식보다도 낫다며 고마워하십니다. 자식으로써 항상 감사드리는 마음을 갖고있었는데 하루빨리 좋은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 무명씨

    K방역의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처우가 저정도라는것이 안타깝네요... 같은 노동자로서 응원합니다. 화이팅

  • 더이상은 안돼

    비정상적인 구조 개선바랍니다.

  • 정미남

    처우개선이 필요해보입니다.

  • 천리향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긴 어렵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파업기간 일시적으로 대체인력 투입하지 마시고 기관의 정상화ㆍ체계화를 어떻게 시킬지 검토ㆍ시행 부탁드립니다.
    열정페이로는 K-가축방역 유지할 수 없습니다.

  • 제발

    농림부, 기재부, 가축위생방역지원부 일반직들은 현장직들의 목소리를 듣고 처우 개선하라. 하는거 없이 본인들 배만 불리지말고. k가축방역이라 자화자찬같은거 할시간에 현장직 처우나 개선하라

  • 제발

    농림부, 기재부, 가축위생방역지원부 일반직들은 현장직들의 목소리를 듣고 처우 개선하라. 하는거 없이 본인들 배만 불리지말고. k가축방역이라 자화자찬같은거 할시간에 현장직 처우 개선하라

  • 처우개선

    처우개선을 바랍니다

  • 이루길

    사명감을 가지고 묵묵히 일해오던 이들이 얼마나 힘들고 아무도 그들이내는 목소리를 듣지 않고 무시했으면 성실하게 일하건 이들이 이렇게까지 총파업을 진행했을까요 그들의 요구가 정당하고 열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의 요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 이류길

    사명감을 가지고 묵묵히 일해오던 이들이 얼마나 힘들고 아무도 그들이내는 목소리를 듣지 않고 무시했으면 성실하게 일하건 이들이 이렇게까지 총파업을 진행했을까요 그들의 요구가 정당하고 열악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의 요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 김두한

    개선하자 줘터지기싫음

  • 정동진

    95% 무기계약직 이것은 회사가 아니다

  • 답답한국민

    꼭 제대로 된 보상과 최소한의 안전이 지켜지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