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프로TV? 권력자의 선택과 배제는 메시지다

[미디어택] 삼프로TV ‘대선특집’에서 진짜로 봐야 할 것

[출처: 삼프로TV]

‘삼프로TV 봤어요?’

누군가 미디어 현안에 대해 질의해온다면, 백이면 백 ‘삼프로TV_경제의신과함께(이하 삼프로TV)’와 관련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이다. 그만큼 경제 전문 유튜브 삼프로TV ‘대선특집’ 편이 단연 화제다. 유튜브 채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비롯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를 불러 각각 1시간 30분가량 주식 및 부동산 등 ‘경제’ 관련 이야기를 듣기란 쉽지 않다. 영향력도 컸다. 이재명 후보 콘텐츠는 재생수 667만을 기록 중이다. 정치평론가들은 12월 말 무렵에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역전한 것도 삼프로TV의 영향이 미쳤을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이번 삼프로TV 콘텐츠가 소비되는 걸 보면서,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5년 전만 해도, 대선 후보가 유튜브 특정 채널에 출연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무엇보다 후보 간 경제 정책을 조금이나마 비교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권자에게도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삼프로TV에 관한 뜨거운 호응…지상파보다 낫다?

그래서 다시 “삼프로TV 봤어요?”라고 질문한다면, 내 답은 “시청하다가 중단했다”이다. 주변에서 ‘삼프로TV가 나라를 구했다’라고들 하니 궁금해서 봤고, 이내 관심사가 아니어서 꺼버렸다. 혹자들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 측면에서 충분히 분석해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은 굳이 콘텐츠를 시청해야만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삼프로TV는 대선 후보를 다 모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TV토론’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출연한 것이 크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SBS <집사부일체>에도 윤석열 후보가 출연했던 걸 기억해야 한다. 영향력도 컸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가 출연한 편은 7.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재명 후보 편은 그 기록을 뛰어넘은 9.0%의 시청률을 달성했다. 해당 방송 프로그램은 여러 매체를 통해 회자하기도 했다. 물론, 예능이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평가해야 할 부분은 남아 있지만, 그래도 두 후보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삼프로TV가 레거시 미디어보다 낫다’라는 평가는 반만 동의할 수밖에 없다. 지상파와 중앙일간지의 영향력이 많이 하락했고,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대선 관련 기획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그중에는 유의미한 콘텐츠들도 많다.

최근 경향신문은 ‘대선거시대’라는 제목의 “당신의 후보를 선택하고, 항해하라” 기획을 선보인 바 있다. 공약 탐구 게임으로 유권자들은 미지의 세계로 항해를 준비하는 여행자가 돼 포구에 마련된 퀘스트를 통해 후보들의 정책과 싱크로율을 맞춰보는 기획이다. 퀘스트는 총 7개 분야로 기후 위기, 소수자·다양성, 외교·안보, 젠더, 노동, 부동산, 정치·사법에 관한 것이다. KBS는 메인뉴스 <뉴스9>에 각 후보를 초청해 20분 넘는 시간을 할애해가며 정책과 사회적 이슈 등에 관해 질문했다. 언론업계에서는 기존에는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시도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MBC 또한 토론프로그램인 <백분토론>에 후보들을 직접 초청했다. 삼프로TV와 다른 점은 ‘경제 정책’ 뿐 아니라, 후보의 여러 정책을 두루두루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특정 유튜브TV와 레거시 미디어가 다른 부분이다.

삼프로TV ‘대선특집’에서 진짜로 봐야 할 부분은?

삼프로TV ‘대선특집’에서 진짜로 봐야 할 건 따로 있다. 그 힌트는 이재명 후보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는 삼프로TV 출연 당시 “내가 이 방송에 출연하려고 엄청나게 청탁했는데 몇 달을 안 들어주시더니 드디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재명 후보가 닷페이스와 CBS 씨리얼에 출연을 고사해 논란을 빚었다는 사실을 함께 놓고 본다면 어떨까.

2022년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이벤트는 대선임이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후보들 모시기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계만 해도 여러 정책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각 정당의 후보들이 해당 정책에 어떤 견해를 가졌는지 궁금하고, 공약으로 채택할지도 관심사다. 어디 미디어뿐이겠는가. 모든 주도권은 후보에게 있다. 그곳에서 선택과 배제가 일어난다. 이재명 후보는 삼프로TV를 선택했고 닷페이스와 씨리얼을 배제하다가 뒤늦게 출연을 결정했다. 주식 등 ‘경제 채널’은 선택받았고 페미니즘 등 진보적 의제들은 외면받았다. 그런 선택과 배제는 곧 메시지다.


이번 대선에서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연합뉴스가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제평위)로부터 계약 해지 결정이 나오자, 유력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득달같이 ‘언론장악’이라며 반발했다는 점이다. 이재명 후보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재갈 물리기”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 또한 “국가 기간 뉴스통신사로서의 업무를 제약하는 결정이자 이중 제재”라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모순이 발견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가짜뉴스 유통 창구로 포털을 지목하며 규제 강화를 요구했다. 그리고 연합뉴스가 포털에서 퇴출당한 근거는 바로 ‘광고형 기사’ 유통 때문이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연합뉴스는 홍보대행사들과 계약을 맺어 ‘기사형 광고’를 대대적으로 포털에 송고하고 있었다. 서울시 등 지자체 정책 광고도 기사로 작성해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이 연합뉴스를 옹호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나. 연합뉴스는 이 국면에서 그야말로 대단한 선택을 받은 매체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적극적 선택은 타 매체들에 대한 간접적인 배제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선택한 ‘언론’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기존의 권력자들은 ‘미디어’를 두고 선택과 배제를 반복해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조선일보와의 전쟁’을 치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에 종합편성채널을 내주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떤가. 국정농단 사태로 연일 촛불집회가 열리며 정권이 위태로워지자, 정재규TV에 출연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는 거짓말로 쌓아 올린 커다란 산”이라면서 “오래전부터 누군가가 기획하고 관리해 온 것 같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프로TV가 나라를 구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현시점에서 해당 콘텐츠가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제정책’에 한정된 평가다. 대통령을 뽑는 데 ‘경제’를 최우선으로 두는 이들에게나 중요한 콘텐츠지 그렇지 않은 유권자들도 많다는 말이다. 필자 역시 그 무리에 속한다. 만일, 논란이 되기 이전에 닷페이스에 출연해 “이 방송에 출연하려고 엄청나게 청탁했다”라며 1시간 넘도록 인권과 페미니즘, 기후 위기 등에 관해서 이야기했다면, 달라졌을까? 그동안의 행보를 봤을 때,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거기에 있다. 권력자들의 선택과 배제는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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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대통령을 뽑는 데 ‘경제’를 최우선으로 두는 이들에게나 중요한 콘텐츠지 그렇지 않은 유권자들도 많다는 말이다. 필자 역시 그 무리에 속한다. 만일, 논란이 되기 이전에 닷페이스에 출연해 “이 방송에 출연하려고 엄청나게 청탁했다”라며 1시간 넘도록 인권과 페미니즘, 기후 위기 등에 관해서 이야기했다면, 달라졌을까? 그동안의 행보를 봤을 때,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거기에 있다. 권력자들의 선택과 배제는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다.

  • ㅋㅋㅋㅋ

    이재명이 닷페이스에 출연해 1시간 넘도록 인권 페미니즘 기후위기 등에 관해서 이야기했다면? 출연 자체만으로 지지율이 10%p 폭락하는데 1시간 떠들었으면 지금쯤 지지율 20% 정도 나올듯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