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만 돌봄노동자 패싱한 윤·안…사회서비스 정책 질의 무시

이, ‘검토하겠다’ 모호한 답변만, 진보정당은 국가 책임 돌봄 강화 찬성

공공운수노조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 6명에게 사회서비스 부문에 대한 정책 공약을 물었다. 노동당,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의 대선 후보는 답변을 제출했지만,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후보는 답변을 거부했다. 답변을 제출한 네 개 정당 후보들은 돌봄체계에 있어 국가 책임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현장의 돌봄노동자들의 요구를 바탕한 공공운수노조의 영역별 요구안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거의 모든 문항에서 ‘일부 찬성’을 밝혀 “일부 동의와 검토로 포장한 기만적 응답 태도”라는 비판도 나왔다. 나머지 4개 진보정당의 경우 돌봄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공공운수노조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대통령 선거 사회서비스 부문 정책 요구안 및 대통령 후보 정책질의서’ 결과를 발표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돌봄현장을 개선할 정책과 개선의지를 물었지만 당선이 유력하다는 거대 정당 후보의 공약에는 제공서비스만 있을 뿐 노동자의 처우개선과 미래는 찾을 수 없었다”라며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비판했다. 또 “심지어 일부 후보들은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라고 돌봄의 국가책임강화와 돌봄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에 무관심한 윤석열, 안철수 후보를 질타했다.

대선 후보들의 답변을 살펴보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돌봄노동자의 주요 요구안인 ‘사회서비스원법 제11조 개정’과 ‘공립요양원 및 공공 종합재가센터 확충’ ‘육아종합지원센터, 사회복지 대체인력지원센터의 사회서비스원 직영화 및 노동자의 정규직화’ ‘사회서비스원 종합재가센터 중심의 장애인활동지원사 및 요양보호사에 대한 전일제(월급제) 도입’ 등에 ‘검토하겠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특히 사회서비스원의 경우 보육, 요양, 장애인활동지원, 간병 등의 사회서비스를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와 서비스의 질 뿐 아니라 종사자의 처우도 개선하려는 목적에서 설립됐지만, 취지와 무색하게 점점 민간시장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수정되고 있어 계속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서비스원법 제정 논의과정에서 11조(사업의 우선위탁)를 두고 신규 사회서비스 시설을 사회서비스원에 우선위탁해야 한다는 의무화 규정 조항을 삭제하고, '민간이 기피하는 분야'에만 한정해 우선 위탁을 받을 수 있도록 수정됐다. 이에 공공운수노조 등은 다시 공영화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11조 개정을 통해 우선위탁범위를 신규 사회서비스 시설, 위법행위 시설, 국가 및 지자체의 재량에 따라 위탁하고자 하는 시설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 중이다.

이백윤 노동당 후보, 김재연 진보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사회서비스원법 11조 개정에 찬성했다.

이백윤 후보는 “사회서비스 기관의 국가-지방정부 직접 운영 원칙을 명문화하고,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조장하는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을 폐지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재연 후보는 “지난해 통과된 사회서비스원법 개악안은 사회서비스원을 부수적, 보충적 기관으로 축소시키고, 민간기관이 ‘하지 않거나 못하는’ 극히 일부 사업에 대해서만 사회서비스원에 맡기겠다는 뜻”이라며 “이는 법안 제정 취지 자체를 몰각시키고, 민간 사업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심각한 문제가 있다”라고 밝혔다.

돌봄 노동의 현장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만큼, 기자회견엔 현장 노동자들을 대신해 노조 간부들이 참석해 현장 상황을 전했다.

김정아 요양전략사업단 조직국장은 “13년째 돌봄 현장은 바뀌지 않고 있다. 방문요양보호사는 4대 보험이 된다는 명색만 있을 뿐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3시간짜리 단시간 노동에 생활비에 턱없이 밑도는 월평균 70만 원의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입소시설 요양보호사들은 8시간 혹은 12시간 교대제, 심지어는 24시간 격일제 고강도 노동을 하면서도 여전히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남 전국활동지원사지부 부지부장은 “정부는 노동자 권리보장을 회피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민간위탁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했고, 노동자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만 비용을 지급하는 바우처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다. 노동자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비용은 이 시스템에 계산되지 않는다”라며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니 민간기관들도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하며 수익을 남기고, 정부를 핑계삼는다”라고 지적했다.

김 부지부장은 특히 “이재명 후보는 사회서비스 공공운영의 부실과 시장화된 전달체계로 인한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듯 보인다”라며 “‘지방정부 책임하에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체계 구축’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지방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적절한 공약인지 의문”이라고 이 후보의 ‘5대 돌봄 국가책임제’ 공약에 대해 쓴소리했다.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은 “임금차별이 당연시되고, 온종일 CCTV 감시와 감정노동에 시달려도, 사용자의 괴롭힘으로 마음에 멍이 들어도 헌신과 희생으로 버텨낸 보육교사들이지만 누구도 이들을 돌보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전국의 24만 보육교사 중 약 70%에 달하는 16만 명의 보육교사가 민간, 가정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들은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근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에 준하는 임금을 받고 있다. 함 지부장은 “답변조차 거부한 무응답과 일부 동의와 검토로 포장한 기만적 응답 태도를 똑똑히 기억하겠다”라며 “지금이라도 보육현장을 개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책을 제출하라”라고 촉구했다.

신현석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사회복지사들을 대표해 발언했다. 신 국장은 “윤석열, 안철수 후보가 최근 사회복지사협회 방문해 단일임금체계 도입을 약속했는데 비정규직과 5인 미만 사업장들의 노동자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건 아는지 묻고 싶다”라며 “이재명 후보 역시 합리적 임금체계 수립 등을 이야기하고, 상시업무의 직접고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는데 합리적 임금체계가 합리적 차별을 인정하겠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정부 주도 국가책임 통합돌봄 체계 필요”

한편, 돌봄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2020년 기준 약 157만 원으로, 전체 취업자 대비 57.3% 수준이고, 코로나19 이후엔 소득이 더욱 감소하고 있다. 경력과 근속을 모두 부정받기에 숙련된 노동자의 임금 역시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자리 역시 불안정해 돌봄노동자의 임시직 비중은 전체 취업자(17.8%)보다 약 2배 정도 높다.

돌봄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방해하는 것은 사실상 민간업체에 맡겨진 운영 구조다. 대부분의 민간 사회서비스 시설이 국가 및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됨에도 불구하고 88%가 민간 운영, 11%가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공공운수노조 등은 돌봄노동의 가치화와 돌봄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에 맡겨진 사회서비스 시설을 사회서비스원으로 공영화하고 돌봄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운수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이를 위해 사회서비스원법 제11조 개정을 통해 우선위탁범위를 신규 사회서비스 시설, 위법행위 시설, 국가 및 지자체의 재량에 따라 위탁하고자 하는 시설 전반으로 확대해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서비스원을 만들기 위한 법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은 민간 중심의 사회서비스 공급 구조를 갖고 있으며 민간기관 알선에 그치는 수준으로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 주도 국가책임 통합돌봄 체계가 공공 중심의 서비스 공급 체계여야만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 “‘중앙정부(재정지원 및 서비스 표준화)-광역단체(관리감독)-기초지자체(통합돌봄)’ 통합돌봄 제도화를 실시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돌봄노동자의 불안정 노동 해소를 위해서 “전일제 월급제 고용비중을 50%로 의무화해야 한다”라며 “‘사회복지사 등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개정을 통해 사회복지시설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인건비 수립 시 노동자와의 협의를 의무화하고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사회서비스 전 직종으로 확대해 사회서비스 산업 임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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