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大) 불법촬영의 시대엔

[리아의 서랍] “불법촬영 혐의자가 여가부 폐지를 말하는 것이 우연일까?”


2월 16일, 윤석열 후보의 SNS 메시지 담당자가 여성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불법촬영 혐의자가 불법촬영 근절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일하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말한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박지현 민주당 디지털 성범죄 근절 특별위원장이 던진 질문에 동감한다.

만약 해당 혐의가 사실일 경우, 한편으로는 이제야 좀 알겠다 싶은 부분도 생긴다. N번방 방지법이 불러올 검열의 공포와 시민의 자유 침해를 부르짖던 게시물이 불법촬영 범죄자의 관여 하에 업로드된 것이라면? 그렇다면 그간의 맥락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 법은 범죄자에게 공포를 불러일으켜 폭력을 저지를 자유를 제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 맞으니까.

N번방 방지법을 둘러싼 이런 이슈는 2019년 2월, SNI1) 차단 조치 시행 당시의 소동을 연상하게 한다. 그때는 SNI 차단 기술 도입으로 패킷 감청2)이 이루어진다는 헛소리를 언론에서 부끄러움 없이 하나의 의견인 것처럼 받아 적어 주곤 했다. 지금 생각해도 황당한 주장이다. 불법촬영물을 편하게 보고 싶어 하는 가해자들의 마음을 기술에 관한 오해와 권리 개념의 오용으로 따듯하게 덥혀 주는 목소리가 너무 많았다.

그런 분위기에 힘입어 리얼돌 등 남성 자위 용품을 리뷰하는 한 유튜버가 검열 반대와 사생활 침해 규탄 등의 기치를 내걸고 SNI 차단 반대 시위를 조직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야동’ 때문에 모인 게 아니어야 한다는 암묵적 룰에도 “문재인 대통령 각하, 저희는 즐기고 싶습니다. 저희가 즐기는 걸 방해하지 마세요. 저희도 즐길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발언이 나와 화제가 된 바로 그 시위다.

디지털 성범죄 규모를 줄이기 위한 유통 차단 조치가 새로 생길 때마다 늘 비슷한 구도의 대립각이 세워진다. 스스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쪽에 가깝기 때문에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를 전부 갖다 붙이며 무작정 반대하는 반응을 보이는 집단이 매번 있다.

무슨 말이냐면, 이 세상에는 아직 ‘여자는 군대 안 가니까 불법촬영 및 유포 범죄를 당해도 괜찮다’고 하는 남자, 영상 속 피해자가 고통 받는다고 해도 ‘내 일 아니니까 괜찮다’고 하는 남자, ‘고통 받아서 더 좋다’고 하는 남자, ‘국산 야동으로만 흥분할 수 있는 취향인데 범죄자 취급당하는 게 억울하다’라는 남자들이 진짜 있다는 거다. 어떤 가해자들은 표현의 자유처럼 인류가 자유로워지기 위해 고안한 여러 빛나는 말들을 달달 외워서 자신의 가해자성에 금칠하는 데 쓴다. 지난 7년 동안, 나는 이와 같은 인간들이 불법촬영물 유통 플랫폼 규제를 반대하는 당연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목격해 왔다.

새로운 기술과 유통 플랫폼 규제 도입에 앞서 고민해 봐야 할 합당한 비판을 하는 분들을 이들과 묶어 매도할 의도는 조금도 없다. 그러나 특정 부류의 인간들에 관해 지금까지 써 내려간 내용이 거짓인 것도 아니다. N번방 방지법 등 디지털 성폭력 관련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일어나면 반대하는 쪽의 가해자성이 너무 간과되는 경향이 있는 듯해 아쉽다.

이쯤에서 규제를 찬성하는 입장에 서 있는 동안 고민되는 문제도 언급해야 공평할 것 같다.

불법촬영물 유통을 차단 할 때, 무엇이 차단할 만한 것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차단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신고 접수된 건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불법촬영 및 유포 범죄는 가해자가 유포를 시작한 시점과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인지한 시점 사이에 시간 차가 발생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성적 촬영물 중에서는 당사자가 미처 발견하지도, 신고하지도 못한 것들이 존재한다.

또, 적은 비중이긴 하지만, 개중에는 촬영과 유포에 동의했으나 모종의 사유로 과거의 동의를 철회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촬영물도 있다. 법적으로 불법 촬영물은 아니어도 영상 속 사람에게 성폭력으로 작용하는 촬영물도 있다. 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애초에 성폭력 처벌법에서 규정하는 불법촬영물의 판단 기준―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부터가 명확하지 않다. 어떤 몸이 성적 욕망을 유발하는지, 무엇에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지 정확히 정의내릴 방법이 없다. 이는 사실상 판사가 자의적으로 촬영물 속 여성의 몸이 사회 규범상 음란한지 아닌지를 검토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 던진 이 질문들의 답은 결국 ‘음란함’ 여부를 기준으로 묶인다. 촬영물이 음란하다고 인정되면 삭제 및 차단 조치가 수월해지고, 인정이 안 되면 성폭력이 맞다 해도 삭제 및 차단 조치가 어려워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국은 ‘음란물’을 불법으로 취급하며 별걸 다 음란하다고 손가락질하는 보수적인 나라다. 성기가 노출되기만 해도 음란하다고 판단하는 공적 기준 덕분에, 성폭력 처벌법의 적용이 어려운 촬영물들을 음란물로 처리해 삭제하거나 차단할 수 있다.

이렇게 성적으로 보수적이고 엄격하여 음란성을 배제하려 하는 문화는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불법촬영물 유통을 막아야 한다고 설득하는 과정에서도 보탬이 된다. 나는 그간에 있었던 제도 변화에 ‘어여쁜 딸들과 아동청소년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유해 콘텐츠’ 유통 차단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 세력의 조력이 없지 않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성폭력을 문제를 다루면서 음란 개념에 기대는 상황은 너무 부적절하다. 음란하다는 이유로 뭔가를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개 여성의 가치가 성관계로 인해 손상될 수 있다는 이상한 믿음도 가지고 있다. 그런 가치관으로 제시할 수 있는 디지털성범죄 예방 솔루션은 ‘혼전순결’에 가깝다. 안전하지 않으니까 조심해야 하고, 조심해야 하니까 원나잇 같은 가벼운 섹스는 참아야 한다. 결혼한 다음에만 섹스하라! 물론 디지털성범죄는 조심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범죄도 아니고 막상 결혼했더니 남편이 찍어서 유포하는 경우도 왕왕 생기는 분야지만…. 어찌 됐든 내가 바라는 건 아무하고나 섹스하고 다녀도 불법촬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라서 이 지점에서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몸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유통돼도 괜찮은 촬영물과 아닌 촬영물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의 문제는 당사자의 동의 여부를 포함해 철저하게 정치적인 기준을 따르는 사후 판단이고, 사람의 신체는 그저 신체이며 음란하지도 유해하지도 않다. 성기 노출 등을 금지하는 기준이 현재 음란물과 착 붙어 섞여 있는 불법촬영물 유통 규모를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어쩌면 성기를 공공연히 보여주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자연스러운 사회이기에 디지털 성범죄가 더 고통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사회가 이토록 아무 준비도 안 됐는데 당장 성 해방 같은 걸 하자고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니다. 유력 대선 후보의 SNS 메시지 담당자조차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시절이 아닌가. 대검찰청 <2021년 검찰연감>에 따르면, 작년에 적발된 디지털성범죄 사범만 해도 무려 1만6866명에 달한다고 한다. 촘촘하고 빡빡한 디지털 성범죄 관련 규제가 있어야만 사람 살릴 수 있다 지금은. 비록 나중에 달라져야 할지라도.

<각주>

1) SNI(Sever Name Indication) 차단: 암호화된 통신을 제공하는 HTTPS 프로토콜에서도 서버와의 통신이 이루어지기 전 서로 간의 동기화 메시지를 주고받는 핸드셰이킹(handshaking) 과정에서는 호스트 이름이 평문으로 표시된다. SNI 차단은 이 정보를 사용하여 차단 목록에 있는 호스트로의 통신을 차단한다. SNI는 데이터가 전송되는 목적지에 대한 정보일 뿐이기에 SNI 정보를 조회하는 것은 전송되는 데이터를 제3자가 확보하여 확인하는 패킷 감청과는 구별된다.

2) 패킷 감청: 패킷은 인터넷상에서 데이터를 전송할 때의 기본 전송 단위로써, 인터넷상에서의 통신은 데이터를 패킷 단위로 분해하여 전송한 후 다시 원래의 데이터로 재조립하여 처리한다. 패킷 감청이란 이 데이터를 송신자와 수신자와의 제3자가 중간에서 확보하여 내용을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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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그렇다고 사회가 이토록 아무 준비도 안 됐는데 당장 성 해방 같은 걸 하자고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니다. 유력 대선 후보의 SNS 메시지 담당자조차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시절이 아닌가. 대검찰청 <2021년 검찰연감>에 따르면, 작년에 적발된 디지털성범죄 사범만 해도 무려 1만6866명에 달한다고 한다. 촘촘하고 빡빡한 디지털 성범죄 관련 규제가 있어야만 사람 살릴 수 있다 지금은. 비록 나중에 달라져야 할지라도.

  • ㅉㅉ

    자칭진보 삼류좌파 부류의 낮은 자유 인식 수준과 내로남불 이중잣대 입장을 솔직히 표현한 글이다. 나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남의 자유는 통제해도 된다는 이기주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인식, 게다가 수구보수적 관념에 기댄 공산당식 통제를 긍정하는 관점까지 아주 완벽하다. 불법촬영이니 디지털성범죄니 하는 것들을 침소봉대 선전하며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 부류 대부분이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