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채석장 붕괴사고의 원인은

[1단 기사로 본 세상] 무자격자 천공 지시, 담합에도 언론은 ‘건설 경기’ 걱정

[편집자주] 주요 언론사가 단신 처리한 작은 뉴스를 곱씹어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려고 한다. 2009년 같은 문패로 연재하다 중단한 것을 이어 받는다. 꼭 ‘1단’이 아니어도 ‘단신’ 처리한 기사를 대상으로 한다.

지난 설 연휴 첫날인 1월 29일 오전 10시10분께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에서 석재 발파를 위해 구멍을 뚫다가 토사가 무너져 작업자 3명이 흙더미에 깔렸다. 붕괴 매몰사고 닷새가 지난 2월 2일 오후 천공기 안에서 마지막 실종자 정모 씨(52)가 발견되면서 3명의 노동자 모두 주검으로 돌아왔다.

설연휴 주검으로 돌아온 노동자 3명

사고가 나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31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를 압수수색하는 등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조사했다. 민주노총은 설 연휴가 끝난 2월 3일 사고가 난 양주사업소 앞에서 매몰 사망사고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중대재해법에 따른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삼표산업은 지난해에도 두 차례나 사망사고를 냈다. 지난해 6월 삼표산업 포천사업소에선 떨어진 바위에 맞아 노동자 1명이 숨졌다. 지난해 9월엔 성수공장에서 덤프트럭에 치여 1명이 숨졌다. 2020년엔 계열사 삼표시멘트에서 1명이, 2019년엔 삼표P&C에서 1명이 숨지는 등 노동자 사망이 빈발했다.

경찰과 노동부가 수사와 조사를 시작하자, 대부분의 언론은 압수수색 현장 사진 찍기처럼 드러난 일정만 따라갈 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추적하는 데는 소홀했다. 그러나 한겨레가 2월 7일자 1면에 1단 기사로나마 사고 원인을 추적한 기사를 썼다.


이 기사에서 한겨레는 파낸 흙을 쌓고 계속 땅을 파는 무분별한 석재 취채가 붕괴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적해갔다. 파낸 흙을 주변에 쌓아둔 채 땅을 무리하게 파다가 토사가 무너져 내렸다는 거다. 한겨레는 삼표가 지질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무리한 천공 작업을 해왔는데, 토목공학 전문가와 다른 채석장 노동자의 증언으로 이런 관행이 전국 여러 채석장에서 똑같이 되풀이 된다고 짚었다.

한겨레 보도 다음날(2월8일자) 서울신문이 사회면(9면)에 ‘양주 채석장 천공 지점 무자격자가 정했다’는 제목의 기사로 따라왔다.


천공 지점은 화약류 관리기사 1급 자격증을 보유한 화약류 관리책임자가 정해야 하는데 양주에선 자격증 없는 채석 담당자가 천공 지점을 정했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수없이 많은 불법이 이뤄진 사실도 밝혀졌다. 서울신문은 작업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토사 붕괴 안전성 검사와 안전망 설치도 없었다는 수사 결과도 보도했다.

이처럼 주먹구구로 채석장에서 작업해 왔지만 관리감독 기관은 침묵했다.

삼표산업은 레미콘 담합, 7개 감독기관은 ‘핑퐁’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10일 경기도와 서울 일대에서 레미콘 가격과 물량을 담합해온 19개 업체에 131억 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설 연휴 붕괴사고로 3명의 노동자가 숨진 삼표산업도 19개 업체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12억4300만 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표 등은 9년 전인 2013년 초부터 지역별 대표자급‧영업팀장급 모임을 만들어 가격과 물량을 담합해왔다. 이들은 SNS에 방을 만들어 각 업체 영업팀장들로 감시조를 편성해 경쟁업체 공장을 실사하고 출하가격과 출하량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수시로 담합했다.


삼표는 2005년 양주 채석장을 허가받은 후 지금까지 채석면적을 3배 이상 늘렸다. 이 과정에 허가와 평가에 관여한 산림청과 양주시, 경기도,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7개 기관은 붕괴 사망사고를 둘러싼 ‘안전 관리’ 책임성에는 ‘핑퐁’만 하고 있다.

산림청은 2005년 최초 채석장 허가를 내주고, 2009년엔 기간연장도 해줬다. 삼표는 채석장을 채석단지로 만들려고 국토교통부와 협의했다. 산림청은 2012년 채석단지로 지정해 채취면적을 2배 이상 늘려줬다. 이후 경기도와 산림청이 2015년과 2019년 각각 채취면적을 확대해줬다. 이 과정에 행안부는 재해영향평가도 협의해줬다. 이렇게 2005년 15만여 ㎡로 허가 받은 채석장은 지금 47만여 ㎡의 채석단지로 3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사망사고가 나자 허가와 채취면적 확대에 관여한 산림청과 양주시청 등 7개 기관은 한결 같이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경향신문 2월 11일자 10면 ‘양주 채석장 사고 관여한 7개 기관, 안전 관리는 핑퐁’ 기사에서 산림청은 “산림청은 채석 권역을 지정하고, 실제 채석작업 신고를 양주시에 했으니 각종 조사나 점검 권한은 양주시에 있다”라고 했다. 반면 양주시는 “분기별로 채석작업 준수 여부를 점검하지만 전문가와 함께하는 게 아니라 한계가 있다”라고 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도 지난해 현장 점검을 했지만 채석장이 아닌 삼표 공장에서만 했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이후 삼표 공장과 채석장 현장점검을 한 번도 진행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사고 발생 이후에야 산재 발생 위험경보를 발령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잇딴 사망사고에도 ‘건설 경기’만 걱정하는 언론

중대재해 사고가 나자 한겨레는 2월 3일자 ‘양주 채석장 매몰 사고, 중대재해법 철저히 적용해야’라는 사설에서 2019년부터 그룹 산하 계열사에서 잇단 산재 사망사고를 일으킨 삼표그룹을 향해 “노동부와 경찰, 검찰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집행의 선례가 될 이번 사건에서 빈틈없는 조사와 적극적인 법 적용을 통해 엄벌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관심사는 좀 달랐다. 동아일보는 잇따르는 중대재해보다도 이번 사건으로 건설 경기가 위축될까 더 걱정했다. 동아일보는 2월 21일 10면 ‘철근-레미콘값 급등에 건설사 비상… 내달 공사 몰리면 자재 대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레미콘 업계 1위 삼표산업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기업이 된 점도 수급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삼표산업은 수도권 레미콘의 40%를 공급한다”며 “철근과 레미콘 등 자재 값 급등으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고 걱정했다.

산림청 공무원 퇴직 다음날 삼표 입사


이번 사망사고 말고도 삼표는 여러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언급한 레미콘 가격 담합에도 삼표가 연루됐다. 삼표산업은 서울 송파구 풍납동 삼표공장을 둘러싸고 정부와 지난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서울시와 송파구, 문화재청은 공장이 풍납토성 위에 들어섰다는 판단 아래 2006년부터 공장 이전을 추진했다. 그러나 1978년부터 레미콘 공장을 운영해온 삼표는 공장 부지 아래에 토성 유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이전을 거부했다. 송파구는 2014년 부지 강제 수용 절차를 밟았다. 국토부는 2016년 이를 승인했다.

삼표는 국토부에 소송을 걸었고, 1심 법원은 삼표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과 대법원은 국토부와 송파구 손을 들어줬다. 대법 판결로 부지 소유권은 2020년 송파구로 넘어갔다. 하지만 삼표는 아직도 공장을 완전히 이전하지 않았다. 삼표는 2021년 송파구에 공장 부지 일부를 반환하고 보상금 544억 원을 받았지만 남은 부지에서 계속 공장을 가동 중이다.

삼표는 송파구를 상대로 토지수용 재결 취소소송 등을 걸었다. 그러나 최근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가 진행한 문화재 시굴 조사결과 공장 주차장 부지 아래에서 한성 백제가 쌓은 풍납토성 서성벽 일부가 발견됐다.

경향신문 취재결과 토석채취 인허가권이 있는 산림청 직원들이 퇴직 후 삼표산업으로 재취업해 고문으로 활동한 사실도 드러났다. 퇴직 공무원이 삼표 고문으로 일할 때 양주 채석장이 채석단지로 지정되고, 채취 면적도 크게 늘었다.

산림청 과장으로 일했던 박모 씨는 2007년 3월12일 공무원 퇴직 다음날 삼표산업에 고문으로 입사했다. 또 다른 과장 백모 씨는 2012년 6월 퇴직 후 석달 뒤 삼표산업 고문으로 입사했다. 박씨가 삼표 고문으로 일한 2007년 3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채석장 토석채취 허가기간을 연장(2009년 4월)하고, 채석단지 지정(2012년 7월)도 이뤄졌다. 단지 지정으로 채석 면적도 두 배 이상 늘었다.


두 사람은 퇴직 전 5년 이내에 토석채취를 허가하는 산림청 ‘허가과’ 근무 경력이 없어, 당시 기준으론 삼표 입사가 문제되지 않았다. 박씨도 삼표에 와서 허가 관련 자문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정황 속에 삼표는 경향신문에 “산림청 퇴직 공무원들이 어떤 경위로 근무하게 됐는지까지 알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대부분의 중대재해는 사람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기업과 관리감독 대신 엉뚱한 데 관심을 쏟는 정부기관,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고 기업만 편드는 언론의 ‘삼각동맹’이 낳은 비극이다.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