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자회사 노동자, 대선 직후부터 공동투쟁 벌인다

공공운수노조, ‘저가낙찰 관행 폐지’ ‘재직영화’ 요구…5월 말 파업 예고

공공부문 자회사 노동자들이 대선 직후인 오는 10일부터 간접고용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투쟁에 돌입한다. 이들은 기존 용역업체에서 자회사로 전환됐을 뿐, 여전히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2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제로화 시대라는 약속의 결과, 정부가 만든 용역 업체인 ‘자회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새 이름이 됐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들은 대선 후보들에 “인건비를 저가낙찰로 후려치는 계약관행 근절”, “단순 인력공급형 용역자회사의 재직영화 추진” 등의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들은 대략 6만여 명이다. 하지만 대다수 공공기관이 자회사와 계약 체결 시 인건비에 임의로 낙찰률을 적용하는 이른바 ‘저가낙찰’ 관행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자회사 운영실태 평가’에 따르면 자회사를 설립·운영하는 모기관 72개소 중 75%에 달하는 54개 기관에서 여전히 낙찰률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계약기간 중 시중노임단가 변동 시 노임단가에 대한 계약 금액을 조정하는 경우는 19개소에 불과했다. 이러한 문제로 노조는 법정 노무비 산정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자회사 등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인건비 저가낙찰 적용을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노조는 정부의 공공기관 예산운용지침이 ‘중간착취’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예산운용지침의 총인건비 규정은 2022년도 총인건비 예산을 전년도의 1.4% 이내에서 증액해 편성하도록 했는데, 노조는 이러한 규정으로 인해 “예산지침 상 총인건비 인상률을 상회하는 인건비 지급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여기서 ‘중간착취’는 모·자회사 간 위 수탁 계약상 인건비 전액을 노동자에게 지급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노조는 정규직 전환 자회사의 경우 공공기관 예산운용지침 상 총인건비 규정에서 적용을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냈다.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들이 기관 노동자들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현실도 여전했다. 2019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정규직 전환 자회사 운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자회사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모회사의 41%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와 경비 직종 노동자의 경우(연 평균 임금 2,600만 원~2,800만 원)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명재 전국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지부 지부장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맺는 계약은 원청이 마음대로 위탁비와 인력비를 줄이면서 착취와 해고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구조”라며 “지난해 그렇게 코레일은 50명의 노동자를 줄였다. 그리고 10년 차 역무원의 시간급은 9,160원”이라면서 “자회사로 전환되고 임금과 복지는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대선 후보들은 자회사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 고용 전환 방안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노조는 “노조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보낸 대선 정책 질의의 ‘용역형(단순 인력공급형) 자회사에 대한 직접 고용 전환 방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유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반대,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노동당, 진보당 등 진보정당 후보들만 찬성입장을 표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앞선 ‘간접고용 노동자 인건비 저가낙찰 후려치기 근절’ 요구를 비롯해 이날 내놓은 개선안인 △모·자회사 차별철폐 △인력충원 및 원청 사용자 책임 강화 △자회사 노동조건 개선 노정 협의 등을 촉구하며 이달부터 공동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한상각 한국마사회지부 지부장은 “마사회는 올해 임금 협상이 있다. 모자회사간 계약의 낙찰률 폐지와 직종에 맞는 시중노임단가 100% 적용을 요구하며 차별해소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싸울 것”이라면서 나아가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들은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대선 직후 구성될 인수위원회를 대상으로 3월 10일부터 매주 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5월 28일에는 자회사 노동자 공동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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