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고공농성 300일 맞춰 4.2 택시 희망버스 출발

주 40시간 택시 월급제 요구…택시발전법 시행 방치하는 정부 규탄

택시노동자 명재형 씨의 고공농성 돌입 300일이 가까워져 오는 가운데, 시민사회도 ‘주 40시간 택시 월급제’의 즉각 시행을 요구하며 희망버스를 준비했다. 이번 희망버스는 고공농성 300일을 맞는 오는 4월 2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 명 씨의 고공농성장으로 출발한다.


4.2 택시 희망버스 기획단은 15일 오전 효자동 치안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2 택시 희망버스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택시노동자 주40시간 근무를 보장하는 택시발전법은 대통령의 결정만으로 전국 시행이 가능하지만, 치적을 내세울 때와는 다르게 법 시행을 약속했던 날로부터 1160일, 서울시 시행일로부터 455일 동안 방치되었고, 택시노동자의 인간다운 삶과 이용 시민의 안전에는 여전히 빨간불이 켜져 있다”라며 “저들이 만든 택시발전법과 택시-카풀 사회적 합의는 결국 호출 앱을 운영하는 플랫폼 사업주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라고 규탄했다.

이어 “고공농성으로 만든 법을, 고공농성으로 시행하라 요구해야 하는 택시노동자의 기막힌 처지”라며 “하늘 감옥에 매달려 있는 택시노동자가 하루빨리 땅을 밟을 수 있도록, 언제나처럼 연대의 마음을 모아 희망버스에 탑승하자”라고 호소했다. 현재까지 약 50개의 단체가 4.2 택시 희망버스 참가 단체에 연명했다.


4.2 택시 희망버스 기획단은 4월 2일 희망버스 전 400리길을 행진하는 ‘희망뚜벅이’도 진행한다. 오는 23일 국토부 앞 고공농성장을 출발해 31일 서울에 도착하는 짧지 않은 여정이다. 참가자들은 하루 16.5~23km를 행진해 민주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사무실을 방문, 항의 서한을 전달할 계획이다. 마지막날인 9일차 31일인엔 청와대에서 행진을 마무리하며 희망버스 탑승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NCCK인권센터 박승렬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500일, 300일을 고공에서 요구해도 응답도 하지 않는 답답한 세상에서 희망버스, 희망뚜벅이는 희망을 보여주고자 하는 몸부림”이라면서 “고공에 올라가지 않는 세상, 우리들의 요구를 조용히 전달해도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말했다.


조혜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택시발전법의 즉각 시행을 요구하며 “정치의 실패에는 시민들의 염원을 등에 지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라고 말했다. 조 공동집행위원장은 “택시발전법 제11조의2는 시행일에서 서울과 서울 아닌 지역에 구분을 두었는데, 서울과 지역을 구별 짓는 이런 구분에 어떠한 정당한 이유도 없다. 정당한 이유가 없는 구별을 우리는 차별이라고 부른다”라며 “법으로 보장한 근로시간 적용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지역만을 배제하고 있는 것은 명백히 지역 차별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병욱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변호사 “주 40시간 택시월급제는 1998년도 헌법재판소에서 인용했던 것이고, 일반적인 사항으로 보는 게 맞다. 이 오래된 헌재의 결정은 노동자의 처우와 서비스의 질이 연결돼 있고 공공성을 지닌 교통수단인 택시 승객의 안전을 위해선 건전한 노동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항변하고 있다”라며 “돈 주고 타는 택시인데 서비스가 엉망이거나 택시만 타면 무섭고 불안하다는 승객의 불만 뒤에는 결국 택시 기사들의 불안정한 생활 기반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은 애초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경찰이 택시 모형 상징물 반입을 금지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장소를 바꿔 진행했다. 장소가 바뀐 채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경찰은 4.2 택시 희망버스 기획단 등 기자회견 주체들에게 미신고 불법집회라며 기자회견을 방해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 물품도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을 보니 선거가 끝나고 정권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라며 새로운 정권의 노동자 탄압을 우려하기도 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박다솔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