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양육자·노인,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빚졌다”

“교통약자, 4명 중 1명꼴…정치권, 이동권 적극 보장해야”

노동자, 장애인, 양육자, 노인 단체들이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시위에 대해 정치권이 시민들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 모두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빚졌다”라며 정치권과 정부가 차별 없는 이동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 정치하는 엄마들, 노년알바노조(준)은 4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하며 “평등한 한국을 만드는데 보수와 진보, 장애와 비장애, 청년과 노인이 따로 있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장애인 혐오 발언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그동안 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던 정부·정치권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를 유발한 책임을 간과하고,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엉뚱한 화살을 돌리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전장연이 지하철에서 벌이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두고 “선량한 시민 최대 다수의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겠다는 방식은 문명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이날 참가자들은 ‘이동편의시설’이 장애인은 물론,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모든 교통약자를 위한 필수 시설이라는 점이 강조했다. 주최 측은 “교통안전공단 조사에 따르면 이동편의시설의 대부분은 비장애인들이 이용하고 있다”라며 “교통약자는 전체 승객의 약 34%로 이중 장애인의 비율은 9%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교통약자는 2020년 기준 전체 인구(5180만 명)의 약 29.4%인 1,522만 명으로, 약 4명 중 1명꼴”이라고 했다.

이에 전장연의 이동권 투쟁을 지지하는 노동자, 양육자, 노인들이 발언을 이어갔다. 정치하는 엄마들의 권영은 활동가는 “좁은 입구와 수많은 계단,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지하철역, 저상버스가 아닌 일반 버스로는 도저히 유아차를 이용할 수가 없다”라며 “모두는 어린이였고, 노인이 돼 가고, 누구나 다칠 수 있고, 아파서 이동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상황들이 개인의 어려움으로만 치부된다”라고 꼬집었다.

허영구 노년 알바노조(준) 대표는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코로나 기간 외출하기 어려운 상황 등의 이유로 노인 우울증이 2배 이상 높아졌다고 한다. 노인들도 이동하지 않으면 인권이나 보람된 삶을 보장할 수 없다”라며 “이번 전장연 지하철 투쟁을 통해 노인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 등이 장애인들의 처절한 투쟁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됐다. 공동체 사회의 일원으로서 이동권 투쟁에 함께하겠다”라고 밝혔다.

김대훈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 직원이 장애인 이동권 투쟁과 관련해 지난해 작성한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란 문건을 언급하며 “교통약자와 보편적 시민의 이동권을 책임져야 할 서울교통공사가 비록 개인의 일탈일지라도 민낯을 드러낸 데 대해 많은 부끄러움과 노조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에서 휠체어를 드는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함께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지하철 역무 노동자도 27년간 생활했다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노동자 안전과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편의시설을 대신하는 리프트 시설은 장애인은 물론 노동자까지 위험에 노출시켜왔다”라며 “국민의힘은 인수위에서 장애인 이동권 확보·확충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하루속히 장애인 권리 예산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도 “지하철 노동자들은 이동편의시설 대신 설치된 위험한 리프트 사용으로 인한 사고로 신체 부상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지하철 이동 편의시설의 부재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장연은 지난달 29일 인수위원회와의 면담 이후 지하철을 타는 투쟁을 멈춘 상태다. 하지만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 등에 대한 인수위원회의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하며, 오는 20일까지 경복궁역에서 매일 한 명씩 삭발 투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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