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위 토론서 박경석, 이준석 향해 “발언 무게, 고민 필요”

이준석의 장애인 혐오 표현, 이동권·탈시설 관련 양자 토론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장애인 시위에 대한 혐오 발언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이 대표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간 양자 토론이 열렸다. 이준석 대표는 현재는 중단된 장애인들의 지하철 탑승 시위를 두고 “비문명적”이라고 발언한 바 있는데 이날 토론회에서도 그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박경석 대표는 이 대표의 발언으로 장애인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대표는 장애인 콜택시의 도시 간 이동을 위한 광역이동지원센터와 이를 위한 중앙 정부의 보조금 투입에 대해서는 검토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출처: JTBC <썰전 라이브> 캡처]

이준석 대표와 박경석 대표의 이 같은 토론은 지난 13일 오후 3시부터 3시간가량 JTBC <썰전 라이브>와 JTBC 유튜브를 통해 송출됐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인수위원회에 오는 20일까지 장애인 정책에 대한 답변을 촉구하며, 삭발 투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인사말에서 박경석 대표는 “출근길 지하철 시위로 다소 많은 불편을 끼쳐서 죄송하다”면서 “21년 동안 투쟁을 벌인 장애인들에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시민의 권리를 부여해 달라”라고 했다. 이준석 대표는 “결국 정당을 거치지 않고 (장애인들이) 직접 시민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온 것에 대해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하고 싶다”라며 “더 이상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고 노력하자는 취지에서 토론에 나왔다”라고 밝혔다.

장애인 지하철 시위…이준석 “고의였나” 박경석 “모든 시위는 의도 있어”

우선 토론 초반부터 두 사람은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의 방식과 이와 관련한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놓고 언성이 높아졌다. 이준석 대표는 박경석 대표를 향해 “지하철을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다수의 불편을 야기해 결국 뜻을 관철하려 한 것 아니냐. 그래서 그 부분을 비문명적이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장애인 지하철 시위와 관련해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고 쓰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경석 대표는 한 정치인의 발언으로 장애인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발언에 따라 장애인들은 저주받을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는다”면서 또 “시민 한두 명이 장애인들을 따라다니고 중증장애인들한테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도 내뱉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시위 방식과 관련해 이준석 대표는 “(지하철 시위가) 지하철을 연착시키겠다는 고의를 지적하는 것”이라며 “그 고의를 통해 누구를 불편하게 하고 싶은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 대표는 “모든 집회와 시위는 의도가 있다. 이를 통해 무엇을 개선하는 목표가 있는 것이다. 헌법이 시위를 보장하지만, 불법이면 처벌받는다. 처벌의 여부가 문명과 비문명을 가르는 기준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지상에서 이뤄지는 시위도 도로의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한다. 이런 집회를 했다고 비문명이라고 하진 않는다”라고 했다.

이준석, 광역이동지원센터·정부 보조금 지원에 “검토할 계획”

다음으로는 장애인 콜택시의 도시 간 이동을 위한 광역이동지원센터 요구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박경석 대표는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 운영비를 지자체가 감당하고 있다”라며 이런 문제로 “김포 특별교통수단은 수도권을 모두 다니는데 서울은 김포까지만 간다. 서울에서 인천에 가기 위해서는 김포를 들려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포시가 외지인의 탑승을 제한했다. 중앙정부가 돈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역이동지원센터를 설치해야하는데, 이를 위한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를 의무화하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개정됐지만, 이를 위한 국가 지원은 ‘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됐다. 이에 전장연은 현재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에 대한 운영비 지원을 막고 있는 보조금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광역이동지원센터 설치와 이를 위해 중앙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 검토할 계획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시설 폐쇄, 선택권 침해”
박경석 “자립 지원 부재가 핵심”


이어진 탈시설 정책 토론에서 두 사람은 평행선을 달렸다. 박경석 후보는 우선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와 일반논평에 ‘탈시설’이라는 말이 13번 나온다”라며 전장연의 탈시설 요구의 핵심은 “(인권 문제가 발생하는) 시설에 재투자하는 방식보다 지역사회에 투자해 이것을 국가가 책임지고 (시설을) 폐쇄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시설 거주 장애인 2만4214명 중 의사소통이 가능한 6,0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탈시설 찬성이 33%, 반대가 59%다”라며 또 “탈시설을 반대하는 부모회와의 간담회에서는 (시설 폐쇄로) 부모와 그 연고자도 원하지 않은 퇴소가 강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부모회가 주장하는 것은 “시설의 반강제 폐쇄로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되진 않았지만, 시설 퇴소 이후 부모와 퇴소자가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사건도 일어났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반면 박경석 대표는 이 대표가 “잘못 해석하고 있다”라며 “동반자살은 지역사회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결국 지역사회에 발달장애인 국가 책임제, 발달장애인 24시 지원 등의 체계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설이고 지역사회에서 가족들이 죽고 있다는 게 현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시설에 투입되는 예산이 6,224억, 탈시설 예산이 21억이다. 이것에 무슨 선택이 있겠나”라며 이 때문에 전장연이 “807억 정도를 탈시설 예산으로 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탈시설법과 관련해서 이준석 대표는 “10년 안에 시설 폐쇄를 강제한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오히려 장애인의 선택권·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박 대표는 “10년 후, 20년 후 시설 폐쇄 등의 소모적인 논의 방식보다는 현재 시설에 있는 사람 중 자립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제대로 정책과 예산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최중증 시설 장애인들이 있다. 그러나 듣지 않는 자와, 듣지 않으려는 자만 있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정책이 격리, 배제, 소외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박경석 대표는 이준석 대표의 장애인 혐오 발언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당 대표로서 발언의 무게는 우리와 다르다. 페이스북 정치를 통해 하는 말 한마디의 영향력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달라”라고 강조했다.

한편 “5월 초에 토론회를 또 잡자”라는 사회자의 제안에 두 사람은 동의했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달 29일 인수위원회와 면담 이후 지난 12월 3일부터 26차례 벌인 지하철 탑승 투쟁을 멈췄다. 이후 오는 20일까지 인수위에 ‘2023년 장애인권리예산반영과 장애인권리•민생4대법안’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며 경복궁역에서 매일 한 명씩 삭발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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