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농성장 철거 요구에 “차별을 철거하라”

단식 23일 째, 대통령 취임식 이유로 단식·농성장 철거 통보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앞 단식이 23일차가 된 가운데, 이들 농성장에 대한 철거 통보가 이뤄져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는 10일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이 진행되는 국회가 특별경호 구역으로 지정돼 집회·시위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따르면, 국회 입구에 위치한 단식자들의 농성장 부지는 국회 소유로, 국회 방호과 측으로부터 취임식 전날인 오는 9일까지 자진 철거 요청받은 상태다. 도로 쪽 시민들이 있는 평등 텐트촌 역시 구청 측으로부터 오는 6일까지 철거를 통보받았다.


이에 차제연은 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장 철거 통보를 규탄했다. 단식 중인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사무국장은 “차별받는 사람이 말할 자리는 도대체 어디 있을까. 국회 앞에서 정당한 권리 요구하는 자리를 취임식을 이유로 철거하는 것은 차별 현실을 지우자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와 함께 단식 중인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협의해주지 않아 4월 내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4월 국회가 검찰개혁 법안을 만드는 것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라고 비판하며 “앞서 민주당은 6월부터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맡기기로 합의했다. 이제는 영영 국민의힘 핑계를 대면서 법 제정을 안 하겠다는 것인가. 5월 안에는 국회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차제연은 “대선으로 바쁘다던 국회는 대선이 끝나자 검찰개혁 국면으로 두 달을 보내버렸다. 심지어 검찰개혁을 통과시키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강력한 의지가 작동해 4월 국회는 지난주 기존 계획보다 이르게 문을 닫았고 ‘회기 쪼개기’로 임시회의 회차가 1주일새 3회가 훌쩍 넘어갔다”라고 비판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장은 꼭 필요한 입법을 요구하는 이곳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 이 공간을 지키며 단식 투쟁과 시민들의 동조 단식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에 몰두하는 동안, 국회 앞 단식은 오늘(3일)로 23일째를 맞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꾸준히 모이고 있다. 한 끼 동조 단식 첫날인 지난 2일에는 70명이 넘는 시민들이 함께했다. 그동안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활동가들은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며 12편의 편지를 국회에 전하기도 했다.

소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우리는 더 이상 물러날 과거가 없고, 일상이 없으며 공간이 없다. 더 이상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공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서 “민주당은 차별금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실질적 입법계획을 세워 사과하는 마음으로 이곳(농성장)에 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참석했다. 권지웅 의원은 “지난 17년 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해왔음에도, 민주당이 많이 늦어서 송구하다. 지난해 민주당 평등법 지지 모임을 만들었다. 최근 비대위에서도 평등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그 논의가 여러분들의 힘으로 추진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날 차제연은 민주당이 스스로 법 제정을 추진할 수 있는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 이 기간을 놓친다면 그에 대한 정치적 부담은 오롯이 민주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제연은 “6월, 하반기 원 구성에 법제사법위원장은 국민의힘으로 넘어가게 된다. 소관상임위원회가 법제사법위원회인 차별금지법이 법사위원장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법 제정의 전망이 나아질 리 만무하다”면서 “취임식을 이유로 한 철거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 차별을 먼저 철거하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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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