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과거로 퇴행”

민주노총 산하 대표자, 윤석열 국정과제에 분야별 비판

윤석열 정부 출범을 하루 앞두고 민주노총 각 산별노조·연맹 대표자들이 새 정부의 국정 방향이 “시대착오적이고 과거로의 퇴행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노동자 목소리를 차단할 경우 투쟁이 불가피하다며, 오는 7월 2일 노동자 대회를 예고했다.


민주노총 “새 정부 국정 방향, 문 정부 노동유연화 연장선”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에 대해 “이전 문재인 정부의 노동유연화를 연장한 노골적 재벌·자본 편향 신자유주의 정책”이라고 평가하며 이는 “공공성을 약화·후퇴하고 극도의 불평등 양극화를 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노사대등 결정의 당사자로 노조가 존재함에도 이를 배제하거나 무력화하면서 노사협의회의 근로자 위원을 중심으로 노사관계를 재편하겠다는 것은 당선자와 새 정부가 가진 노조 혐오, 반노조 정서의 투영으로 매우 심각한 지점”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의 10개 산별노조·연맹 대표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대한 분야별 입장과 요구안을 발표했다.

장옥기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윤 정부의 주택정책이 “안전진단 등 정비사업도 기업 자율에 맡겨 제2, 제3의 광주 학동 철거 참사와 화정동 주상복합아파트 붕괴가 일어나는 일을 방치하고 부추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 현장 안전 관련 국정과제와 관련해 “건설업자들에게 현재의 법·제도를 개선해 기업 자율의 안전 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건설 현장에서 중대 재해를 일으켜도 문제가 없도록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며 건설 현장의 안전을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민영화 중단과 사회 공공성 강화를 촉구했다. 그는 윤 정부가 “전기를 민영화하고 국민 노후는 민간보험에 맡기고 의료체계도 민간 영리 위주로 재편하려 한다”라며 또 “노동자에게는 장시간 노동의 지옥을 예고했다. 저임금을 강요하고 직무 갈등을 유발하는 직무성과 임금체계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게다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먼저 구조 조정하겠다고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현 위원장은 “공공운수노조는 내일(10일)부터 용인경전철을 재공영화하기 위해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연금 개혁과 관련해 전호일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윤 정부의 내각 및 비서실 인사와 노조와 시민사회에 대한 당선자의 인식을 놓고 봤을 때, 공적연금개혁위원회가 당사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지 의문”이라며 “무늬만 사회적 합의 기구를 내세워 개악의 명분만을 쌓을 것이 예상된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 사회 공공지출은 여전히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재정 안정화가 답이 아니다”라며 △공적연금의 공적 기능 강화 △연금 사각지대 해결 △노인 빈곤 해결 △적정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소득대체율 인상 등에 대한 대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산업구조 전환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 보호가 빠져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찬우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전환 정책이 펼쳐지고 있고 중소 영세 부품 사업장은 구조 조정될 위기에 처했다. 심각한 실업 문제가 발생할 예정인데 이는 곧 노동 현장에서 노사 간의 심각한 충돌과 갈등 구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제시한 ‘저숙련 취약 노동자들에 대한 피해가 집중되지 않도록 다양한 보호 조치를 선제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기조가 이번 국정과제에서 일자리 이동 지원을 통한 고용불안 최소화로 약화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찬우 수석부위원장은 국정과제의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에 비정규직 남용과 불법파견 대책도 빠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정과제는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을 언급하며 ‘사용자의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노조의 불법파견 등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강조하지만, 법과 원칙을 운운하려면 제조업에서 불법으로 파견 노동을 사용하는 재벌·대기업부터 엄벌해야 마땅하다”라고 했다. 그리고 “국정과제에 법령 개정 등을 통해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지침·매뉴얼을 통해 경영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명확화하겠다고 한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법에 따른 처벌 범위에서 원청 경영책임자를 배제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금융 분야 국정과제에 대해선 이재진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이 “윤석열 정권의 금융정책은 문재인 정권의 찌꺼기만 남은 정책을 재탕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윤 정부가 금융 분야 국정과제로 ‘금융 행정의 자의·재량 여지 축소 및 금융권 자율성과 책임원칙 구현’을 내걸었는데, 이는 금융당국이 금융산업의 규제를 대거 완화하겠다는 뜻”이라며 그러나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가 부른 2019년 라임사태, 옵티머스 사태는 바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벌어진 일”이라며 금융회사(기관)에 대한 규제와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철저한 감독을 촉구했다.

보건 의료분야에 대해 강원석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코로나19가 준 과제인 보건 의료분야의 공공성 확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보다 산업화 논리가 투여된 철학 없는 정책, 구체성이 결여된 공허한 정책으로 점철돼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윤 정부는 국민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예방적 건강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건강 관리사업이나 주치의 제도와 같은 1차 의료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과제를 제출하기보다 ICT 혁신 기술 기반의 건강·의료서비스 확대라는 산업화 정책을 제시했다. 더불어 의료민영화의 대표 정책으로 일컫는 원격의료마저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겠다고 나섰다”라며 의료민영화 정책 폐기와 공공의료·보건 의료인력 확충을 요구했다.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비정규직 대책이 없다며 윤 정부가 오는 5월까지 비정규직 정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민주일반연맹 4만5천 명 조합원이 오는 6월을 시작으로 총파업 등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일반연맹이 이날 밝힌 요구안은 △공공부문 등 비정규직 근로조건에 대한 종합대책 △차별 없는 임금 및 수당체계 △최저임금 지역·업종별 차등적용·직무급제 철회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직고용 보장·원청 사용자성과 책임 강화 등이다.

윤석열 정부에 교육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인수위가 ‘고교서열화와 AI 만능주의, 대학 규제 완화’로 요약되는 교육 분야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이는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을 전환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속, 소프트웨어·인공지능 영재학교 운영 등) 다양한 고교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은 사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차별화된 고등학교 진학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차기 정부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실현으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교육여건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일규 교수노조 위원장은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며 “이번 국정과제에서 윤석열 정부는 대학을 기업 인력 조달 기관 정도로 여기는 고등교육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인문 사회 분야, 순수 기초과학 분야, 예체능 분야도 엄연히 중요한 대학의 기본적인 기능이자 역할인데 그것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 것이 이번 국정과제의 발표 내용”이라고 비판하며 또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이 고등교육 재정의 확충이다. OECD 평균에도 이루지 못하는 형편없는 고등교육 재정을 가지고는 절대로 고등교육 공공성을 강화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내용에는 고등교육 재정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전무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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