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몇 초’만에 노동자가 사업소득자 되는 수법

권리찾기유니온·민주노총, 서울지역 ‘근로기준법 되찾기’ 시동

근로기준법 밖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활동을 해온 권리찾기유니온이 사업소득자로 위장된 노동자가 없는 서울을 만들기 위한 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손쉬운 위장 방법으로 문제가 확산하고 있다며, 빼앗긴 임금과 근로기준법을 되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리찾기유니온과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근로기준법이 행방불명된 세계에서 권리찾기’ 전국네트워크 연대 협약을 체결하며 관련 사업에 대한 언론발표회를 개최했다.

  권리찾기유니온과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12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근로기준법이 행방불명된 세계에서 권리찾기' 전국네트워크 연대 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

전국네트워크의 사업 취지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을 실현하는 사회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각 지역 노동권익센터, 노동·법률·사회단체와 연대 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활동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제안자는 권리찾기유니온이며, 12일 기준 지역 노동권익센터 11곳, 노조 및 노동단체네트워크 3곳, 법률단체 2곳, 학생단체 3곳 등과 협약을 체결했다.

12일 협약을 체결한 두 단위는 “모든 산업에 실시하는 가짜 3.3(사업소득자로 위장된 노동자) 실태조사, 모든 노동자의 권리 찾기로 나아가는 노동행정과 법제도 개혁, 당사자 공동행동으로 실현하는 제1회 가짜 3.3 노동자 대회. 3대 영역, 9대 사업으로 ‘가짜 3.3 없는 서울 만들기’에 시동을 건다”라고 했다. ‘가짜 3.3’은 4대 보험 대신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3.3%) 하는 노무 관리로 노동자성·근로기준법을 빼앗긴 노동자를 뜻한다.

이에 따라 두 단위는 오는 12월까지 서울지역에서 △당사자 법률 구제 및 노동 행정 개혁 △가짜 3.3 노동 실태 연구조사 및 개선 과제 발표 △근로기준법 권리 찾기 캠페인 및 당사자 공동행동 등의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몇 초’ 만에 가능한 노동자성 없애기

권리찾기유니온은 이날 지난 1년간 진행된 ‘가짜 3.3 공동 진정’ 사업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4대 보험과 노동자성을 빼앗긴 노동자들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공동 고발이 진행된 사업장 45곳 중 4대 보험을 등록하지 않는 방법을 활용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한 경우는 64.4%(29곳)에 달했다. 여기에는 서류상 사업장을 여러 개로 쪼개 위장하는 수법과 혼합된 경우도 포함된다. 4대 보험을 등록하지 않는 유형은 사업소득자로 위장하거나 세금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권리찾기유니온은 사업장을 쪼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는 수법에 비해 손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고의 적합성에 대한 증빙 없이 통상적인 세금 신고 수준의 절차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근로기준법 외에도 최저임금, 퇴직금, 해고 절차 등 대부분의 노동관계법과 사용자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다.

  권리찾기유니온과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12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가짜 3.3 없는 서울 만들기' 언론 발표회를 열었다.

하은성 권리찾기노동법률센터 상임노무사는 “어렵게 여러 개의 사업장을 만들지 않고 그냥 누군가를 사업자로 위장하면 된다. 이를 노무 관리 시스템을 통해서 몇 초 걸리지 않고 간편하게 할 수 있다. 계약서를 새로 쓰는 등 노동자에게 어떠한 것을 요구할 이유가 없다. 때문에 노동자 자신이 사업자로 이전했다는 인식이 없거나 사후에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는 “산업, 업종을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성을 입증하는 주체는 노동자 자신이기 때문에 입증 가능성, 비용, 시간 등의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대책이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권리찾기유니온이 발표한 ‘가짜 3.3 공동진정·고발 사업장 목록’ 자료를 보면, 건설 일용직, 방송 작가, 학원 강사, 사무직 노동자, 물류·분류 노동자, 스포츠 지도자 등 직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짜 3,3 공동진정의 당사자인 학원 강사 이지원 씨는 “학원 업계 강사로 재직하는 분이라면 알겠지만, 소수의 학원에서는 4대 보험을 입사 시 들어주나, 대부분은 3.3 사업소득세(프리랜서)로 계약을 진행한다”면서 “1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4대 보험 가입이 의무지만, 대부분의 학원 업종은 이를 신청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쩜삼’, 세금 환급받으면 끝?

권리찾기유니온은 법률 대응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직원 미등록 방식으로 위장한 것이 의심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용노동부가 국세청으로부터 ‘근로소득세 및 사업 소득세 납부 현황’ 자료를 받고 근로소득자 수(5인 미만)에 비해 사업소득자 수가 현저히 많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근로감독 결과에 따른 시정조치와 종합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고용노동부 주관 사업추진이 불가할 시 지자체 및 노동권익센터·전문 기관·노동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력네트워크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한편 행사 참가자들은 배우 유아인이 모델로 있는 세금 신고와 환급을 돕는 플랫폼 ‘삼쩜삼’ 광고를 활용해 상징 행동을 벌였다. ‘삼쩜삼’은 출시 2년 만에 누적 가입자 1천만 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상징 행동에 대해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총장은 “이 광고는 노동자의 숨겨진 노동자성을 들추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보호·지원받아야 한다는 인상을 주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면서 “3.3%라는 세금을 떼인 우리가 돌려받아야 할 것은 빼앗긴 임금과 근로기준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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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삼쩜삼’은 출시 2년 만에 누적 가입자 1천만 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상징 행동에 대해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총장은 “이 광고는 노동자의 숨겨진 노동자성을 들추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보호·지원받아야 한다는 인상을 주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면서 “3.3%라는 세금을 떼인 우리가 돌려받아야 할 것은 빼앗긴 임금과 근로기준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