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들이 대형 무지개 현수막을 국회 앞에 펼친 이유

17일 기습 행동 “민주당, 책임져라”…민주당은 “나중에”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들이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AHOBIT, 아이다호데이)을 맞아 더불어민주당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17일 오전 11시 40분경 7명의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는 국회의사당 앞 교차로의 현수막 거치대에 “민주당은 책임지고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라고 적힌 대형 무지개 현수막을 다는 등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두 명의 활동가는 현수막 거치대에 올라 약 20분간 구호와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들은 성소수자 인권 단체들의 연대체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 소속 활동가들이다. 시위 과정에서 10여 명의 경찰이 몰려와 “(시위를) 신고하고 정상적으로 하라. (시위대를) 병력으로 다 내보내겠다”라며 강제 해산을 경고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시위를 벌인 이유에 대해 박한희 무지개행동 활동가는 “성소수자가 차별금지법을 절실하게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진행한 것”이라며 또 “오늘(17일) 오후 2시에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가 열린다. (차별금지법 관련) 공청회 일정을 잡도록 압박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법사위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지만, 아직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두 인권 활동가의 단식은 17일로 37일째가 됐다.

“나중에” 5년 후…또 “나중에”

무지개행동 활동가 6명은 지난 16일 저녁,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홍대 일정을 따라다니는 ‘그림자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활동가들은 “차별금지법 없이 투표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에 따르면 당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무지개행동 활동가들에게 “여러분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고, 활동가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이라고 외쳤다. 이 상황에서 주변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나중에”라고 외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현장 상황은 5년 전인 지난 2017년,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해 “나중에”라고 발언한 사건을 연상케 했다. 당시 문 후보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느냐”라는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의 질문에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드리겠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문 후보의 지지자들이 “나중에”라고 외친 바 있다.

[출처: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출처: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도 17일 오전 국회 앞 단식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에서 투표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인천, 원주, 충남 등 13개 지역에서 전국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이들은 민주당 지도부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지를 밝혔지만, 행동으로 나타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차제연은 “날짜 없는 공청회 결의를 행동한다고 자평할지 모르겠으나 국회에서 진행된 것은 없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에서 행동 없이 말로만 발행하는 공수표로는 한 발로 나아갈 수 없다”면서 “지난해 시민이 국회에 올려놓은 (차별금지법) 국민동의청원안의 심사 기한이 법사위의 만장일치로 2024년 5월까지 밀려났다. 시민이 이끌어온 흐름은 번번이 민주당 앞에서 가로막혔다. 이 정도로 사회적 논의 흐름을 틀어막고 있다면 민주당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방해하는 세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차제연은 지난 12일, 전국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묻는 정책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답변 기한은 지난 16일까지였으나, 차제연에 따르면 답변이 온 의원은 많지 않다. 답변한 의원 명단은 추후 밝힐 예정이다. 이에 대해 장예정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은 “서울 지역의 모든 비례 의원과 지역구 의원 사무실에 질의서를 발송했다. 하지만 답변한 의원은 이미 차별금지법에 공동 발의한 비례 의원 5명뿐이었다”면서 “이 시급한 문제에 대한 체감도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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