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국회 공청회’…“정치, 정교분리 원칙 세워야”

국민의힘 불참 속 차별금지법 둘러싼 우려에 대한 반박 잇따라

국회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는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진술인들이 참석해 법 제정 필요성을 설명했고, 차별금지법 반대 주장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차별금지법 제정 국면에서, 정치인들이 정교분리 원칙을 존중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위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공청회 계획서를 단독으로 채택한 바 있다. 당초 예상대로 국민의힘 측은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진술인 추천도 하지 않았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달 26일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차별금지법 공청회를 개최하자고 결정한 지 한 달 만에 진행됐다.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는 차별금지법, 평등법 등 4건의 법률안,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에 대한 청원,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청원 등 5개 청원을 심사하기에 앞서, 이를 둘러싼 쟁점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기 위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에서 추천한 진술인으로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민김종훈(자캐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회장 신부 등 3명이 참석했다.

[출처: 국회의사중계 캡처]

성소수자 존재 부정하는 기독교인은 누구?
“성서, 과학책 아니다”


민김종훈 신부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이 주로 개신교 근본주의자나 보수 복음주의적 기독교인으로 분류되는 종교인들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 사회의 그리스도교 중에서도 보수 개신교의 주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를 쓴 배덕만 교수의 말을 인용해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가 “성서영감론 및 성서무오설을 근거로 성서비평학에 비판적 태도를 유지하고, 세대주의적 전천년설에 기초한 묵시적 종말론을 여전히 신봉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김종훈 신부는 성서가 “현대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과학책, 의학책, 사회학책, 법학책이 아니”라며 심지어 성서에도 차별하지 말라고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종교인으로서 앞으로 법 제정 논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묻는 김영배 위원의 질문에 그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은 성서에 동성애가 죄라고 나와 있는데 어떻게 차별금지법에 찬성할 수 있냐고 물어온다”라며 그러면 “헌법에 정교분리 원칙이 명시돼 있는데도 어떻게 공적 책무가 있는 분이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반문할 수 있다. 자신의 공적 정체성을 부인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성서 등 종교적 내용을 신학자와 목회자한테 맡겨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랜스젠더 낙인으로 화장실 ‘몰카’ 범죄 해결 못해”

차별금지법안의 차별금지 사유에 있는 성별 정체성과 관련해 화장실 몰래카메라 범죄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김영배 위원의 질문에 조혜인 변호사는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는 적절한 대응책을 못 갖추고 있다.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지, 이 문제를 트랜스젠더라는 집단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구직 활동 경험이 있는 이들 중 57%가 성별 정체성과 관련해 구직 포기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점을 들며 이런 문제에 대해 사회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주민 위원장에게 같은 질문을 받은 홍성수 교수도 앞선 조사에서 트랜스젠더 41%가 화장실 이용이 어렵다고 답변한 것을 들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권리 침해, 여성 안전이 위협됐다는 결과가 나왔다면, 다른 나라들도 차별금지 관련 제도들을 철회했을 것”이라며 관련해 “세계 각국에서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과 탈의실을 개별 설치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 조혜인 변호사는 “차별금지·평등법안은 △고용 △재화·용역·시설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법령과 정책의 집행이라는 네 가지 영역을 법의 규율 범위로 규정하는데, 이는 공공성이 가장 큰 네 개의 사회영역을 선별해 그 영역에서의 차별을 특별히 규율하겠다는 취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일부분들이 걱정하는 종교기관이나 종교공동체 안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종교 행위들은 이 법의 적용 영역이 아니다”라고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사회적 합의 수준에 대한 질문에 홍성수 교수는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게 나온 조사들이 발표되는 상황을 들며 “사실 최근에는 국민 대다수가 (차별금지법에) 찬성한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사회 운동 등의 노력을 통해 찬성 여론이 높게 나오는 것인데, 법안의 내용으로 물으면 찬성 여론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고용 불이익을 겪어도 되냐고 물으면 안 된다는 답이 나올 것이다. 이것이 차별금지법 내용의 핵심이다.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확보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홍 교수는 차별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부담이 수반된다며, 여기에는 차별 소지가 있는 법령·제도·관행의 철폐, 차별의 예방·구제를 위한 규정·제도·기구의 설치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비용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차별 없는 사회로 나가기 위함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홍성수 교수는 다른 나라들이 집단학살(집단살해죄법), 혐오범죄(혐오범죄법), 차별(차별금지법), 혐오표현(혐오표현금지법), 혐오(차별금지법 등) 등에 대한 대응 법률이 있는 반면에 한국은 집단학살에 대해서만 국제형사범죄법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2007년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후 지금까지 15년이 흘렀다며 홍 교수는 “뜨겁게 싸워온 지난 20년의 외침에 이제 국회가 응답해야 할 것”이라며 차별금지법은 “차별에 대한 개념을 제시하고, 차별 구제 기능을 강화하는 직접적인 효과뿐 아니라, 평등 이념을 확인, 사회적 파급효과, 차별금지 관행을 정착하는 계기가 된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라고 강조했다.

차제연, 민주당에 “구체적 심사·제정 계획 요구”

한편 이날 공청회에 대해 국회 앞 단식·농성 투쟁을 45일째 벌이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70%가 찬성하는 이 법(차별금지법)에 대한 그 어떤 논의도 모두 거절하는 국민의힘을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제정 계획을 요구하며 또한 “통상 의결하면 1주일 이내에 공청회가 잡히던 것과 달리 너무나 늦었다. 비단 오늘 공청회뿐 아니라 작년 국민동의 청원의 심사 기한을 2024년 5월 29일까지 연장한 것 역시 잊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법제사법위원회의 가장 큰 책임은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있다는 것을 우리는 (국회) 원 구성이 바뀐다고 해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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