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공동파업, 대정부 투쟁 신호탄 될 것”

공동파업 돌입하는 비정규직 “저임금 고착화하는 정부 지침 폐기해야”

오는 27일 공동파업에 돌입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과 차별적 임금 구조 등을 폭로하는 증언대회를 열었다. 대부분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이들 노동자들은 1년을 일해도, 10년을 일해도 급여 차이가 없다며,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공공운수노조 비정규노동자 현장 증언대회 및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철도노조 철도고객센터지부, 한국마사회지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등 파업 단위들이 참가해 사업장 현황을 알렸다. 그 밖에 정부와 교섭이 결렬된 사업장 노동자 또한 증언대회에 참가해 용역보다 못한 중앙행정기관 공무직 처우 실태를 소개했다.

영원한 저임금 구조

파업에 돌입하는 사업장을 비롯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최저임금을 겨우 맞춘 저임금이다. 중간 착취, 정부의 예산 지침, 각 사업장의 기형적 임금 구조 등이 원인이 돼 저임금을 고착화하고 있다.

철도노조 철도고객센터지부에 따르면 코레일네트웍스에서 1년 차 신입역무원과 18년 근속한 역무원의 임금은 모두 최저임금으로 동일하다. 사측이 근속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경력 산정이 안 되는 건 연차수당, 퇴직충당금 등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제대로 된 임금 산정에 대한 요구가 크다.

역무원의 직급은 ‘매니저-총괄매니저-역장’으로 분류되는데, 통상임금을 모두 최저임금으로 맞추기 위해 선임역무원인 역장의 기본급은 신입역무원보다 낮게 설계됐다. 최정아 철도노조 철도고객센터지부장은 “18년도에 ‘아래는 많이 위에는 적게’라는 기조로 임금교섭이 완료됐다. 그런데 다음해 임금교섭이 결렬됐고, 직무급은 회사가 임의로 조정이 불가능해 문제가 생겼다”라며 “직무급이 낮은 역무원이나 상담원에 대해 최저임금법에 저촉되지 않게 하려고 임의로 회사가 기본급을 조정했다. 이렇게 두 해가 지나니 임금의 역전현상이 두드러져 역무원과 상담원 등의 기본급이 역장과 총괄팀장 등의 기본급을 초과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2020년 1월부로 자회사로 전환된 한국마사회의 노동자들 또한 저임금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각 용역회사에 소속돼 있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회사 전환 후에도 여전히 중간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마사회가 용역업체와 계약할 때 쓰던 경쟁입찰 방식인 ‘낙찰률’을 자회사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회사 15개 직종의 2020년 1월 임금은 단순노무직 최저 낙찰률 87.995%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었고, 올해엔 낙찰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한국마사회지부의 설명이다.

윤경호 한국마사회지부 과천지회 시설분회 부지회장은 “용역 시절 각각의 용역업체는 적어도 시중 노임단가를 상하반기로 변경계약 했을 때 적은 금액이라도 이윤이 발생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임했지만 자회사 경영진들은 자기 주머니에 돈이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윤 부지회장은 자회사의 임금 문제는 ‘낙찰률’를 폐지하지 않고선 해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부지회장은 “낙찰률이라는 것 자체가 입찰을 통해 여러 업체 중 적당한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인데 모회사의 사업 일부를 수의계약으로 수행하는 자회사에 낙찰률을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최소한 시중노임단가 100%를 기준으로 예정가격을 선정하고 인건비에 대해서만이라도 낙찰률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직접 고용,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80여일 간의 파업을 진행한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또한 낮은 고정급으로 인한 저임금과 과열 경쟁 문제를 겪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의 노동자들이 받는 1인당 고정직접인건비는 약 206만 원(2022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고 있다. 센터는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변동인센티브를 통해 낮은 임금을 보충하라는 식이다.

김금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은 “비슷한 조건의 국민연금고객센터 노동자들과 비교해도 급여 차이가 현저하다”라며 “여기에 인센티브 제도로 노동자 간 과열 경쟁을 유도해 상담사들을 죽음의 길로 가게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윤 정부, 비정규직 차별 그대로 두면 노-정 간 격돌 불가피”

정용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파업에 돌입하는 세 사업장뿐 아니라 임금과 고용차별은 공공부문에서 확대되고 고착화되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정 부위원장은 “어제 서울시와 경찰에 의해 폭력적으로 진압당한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 역시 이유없이 임금을 강탈당하고 있다”라며 “서울시 5개 도시가스 사업자들이 안전점검원 1인당 떼먹는 임금이 240여만 원에 달한다. 서울시에 있는 안전점검원 1700여 명이 이렇게 부당하게 임금을 떼이고 있는데 요금과 요율을 산정하면서 인건비를 다루는 서울시는 아무런 관리 감독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과 국정과제에서 ‘비정규직’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은 만큼, 비정규직 문제는 정부의 외면 속에 방치될 확률 또한 높은 상황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공동투쟁, 공동파업이 대정부 투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 예고했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은 “윤석열 정부가 기관 간, 정규직-비정규직(무기계약직, 용역 자회사 포함) 격차 축소 및 통합적 체계 마련, 노정교섭을 통한 임금 결정 등 전향적인 접근 없이 지금처럼 기관 내에서의 직무, 직급, 직군 간 임금 차등의 확대와 성과평가, 임금의 연동에만 집중한다면 노-정 간 격돌은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정부 지침에 순응하는 대가로 인센티브를 부여해 정규직 노조들을 회유하려 들 것이지만, 이는 기관 간 격차와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을 공고히 할 뿐 아니라 공공기관 내부의 의미 없는 승진-성과 경쟁만 부추기게 된다”라며 “직무-성과급은 공공기관에 적합하지도 않고 임금 불평등 해결에 역행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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