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 46일 단식·농성 중단…“끈질긴 ‘나중에’ 망령”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차별금지법 제정 투쟁 이어갈 것”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과 농성이 46일 차로 마무리됐다. 이날까지 단식 중이던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의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는 이번 투쟁의 요구가 지난 25일 열린 ‘차별금지법 국회 공청회’가 아닌 법 제정이라며 이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26일 국회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은 평등한 사회에서 더 잘 살아가기 위해 택한 투쟁 방법이기에, 우리 동료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이어가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 득표율보다 높은, 차별금지법 찬성 여론 70%”

이날 미류 활동가는 “이제 사위어가는 몸을 걱정해주는 분들께 더 이상 지켜보고 함께 해달라고 요청할 수가 없다. 국회는 미안해할 줄도 모르는데 미안할 이유가 없는 시민께 그 인사를 받을 염치가 제게는 없다”면서 “시민들이 곡진하게 내어준 기회를 놓친 거대양당은 그 심판의 결과가 어떨지 곧 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미류 활동가는 “‘나중에’의 망령은 이 봄에도 질기게 버텼다”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보수 개신교의 반대와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법 제정을 하지 않는 정치를 비판했다. 그는 “개신교 신자 중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조사 결과를 국회는 무시한다. 목사의 뜻을 따르는 것이 정치인가”라며 “대통령 득표율보다 높은, 70%의 시민이 제정하라는 데도 부족하다면 만장일치라도 이뤄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차별금지법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국민의힘 측은 참석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전문가 의견 수렴 정도인 공청회만 개최했을 뿐, 법안 제정 계획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차제연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차별금지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발송한 바 있는데, 시한인 25일 정오까지 어떤 답변도 없었다.

그 사이, 미류 활동가와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은 각각 46일, 39일 동안 단식을 벌여야 했다.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이진숙, 임푸른 활동가도 각각 21일, 17일간 단식을 진행했다. 동조 단식 참여자는 1천 명에 달했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에는 5735명이 연명했다.

차제연은 법 제정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을 박홍근 원내대표와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에게 물었다. 지오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은 “(민주당이) 끝내 당 차원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국민의힘 핑계를 댈 뿐, 여야 간사 합의로 권고만 한 채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이 책임을 방기한 결과, 소위원회 차원의 공청회로 이 상반기 국회가 마무리될 것 같다”면서 특히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은) 차별금지법 국민동의 청원 심사를 2024년으로 미룬 장본인이기도 하다”라고 규탄했다.

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의 인권 증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거센 비판도 이어졌다. 이호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활동가는 “확인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운동의 실패가 아니라 ‘정치의 실패’”라며 “개혁 정당을 자임해온 민주당이 2022년 한국 사회에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성소수자 차별에는 반대하지만’으로 시작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로 끝나는 돌림노래를 부르면서 15년을 보내온 당신들은 비겁하고 무능하다”라고 말했다.

임보라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공동대표 역시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생긴 이 평등을 향한 탄탄대로의 커다란 걸림돌은 바로 국회의원들이었다. 특히 자신의 종교를 기독교라고 말하면서 ‘내가 있으니 차별금지법 제정은 내가 막을 것’이라고 말해온 정치인들”이라며 “차별 없는 세상을 말하는 복음에는 눈곱만치도 관심 없어 하는 이들이 똬리를 틀고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지난 농성 기간 또다시 명확히 확인했다”라고 했다.

차제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평등의 봄을 외쳤던 이번 투쟁으로 우리는 보다 단단해졌다”면서 “서로를 돌보는 동료 시민들과 함께 평등의 연대로, 더욱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이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저녁 7시에는 국회 앞 농성장에서 단식·농성 마무리 집회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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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임보라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공동대표 역시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생긴 이 평등을 향한 탄탄대로의 커다란 걸림돌은 바로 국회의원들이었다. 특히 자신의 종교를 기독교라고 말하면서 ‘내가 있으니 차별금지법 제정은 내가 막을 것’이라고 말해온 정치인들”이라며 “차별 없는 세상을 말하는 복음에는 눈곱만치도 관심 없어 하는 이들이 똬리를 틀고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지난 농성 기간 또다시 명확히 확인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