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강력하고 전면적인 민영화를 예고하다

[이익의 사유화, 비용의 사회화, 위험의 외주화①]

차례

① 윤석열 정부, 강력하고 전면적인 민영화를 예고하다
② 기후위기에 대한 잘못된 해법: 민영화를 통한 에너지 전환
③ 윤석열 정부의 ‘의료민영화’, 괴담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 민영화, ‘괴담’ 아닌 ‘실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인천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공기업 지분 30~40%를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민영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송영길 후보가 ‘전기·수도·공항·철도 등 민영화’ 반대 슬로건을 내걸자 국민의 힘은 ‘반지성주의 선동’, ‘괴담 유포’라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까지 했다.

여당의 해명처럼 5월 초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보고서엔 ‘민영화’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영화 추진은 ‘괴담’이 아닌 ‘실화’다. 민영화를 ‘공기업의 완전한 매각’으로만 제한적으로 정의해 논란을 피해 가려는 수법은 꽤 오래됐다. 일반적으로 민영화(privatization)란 정부 자산이나 기능을 사적 부문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공공부문의 자산이나 기업 지분을 매각하는 ‘소유의 민영화’뿐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생산이나 공급을 민간에 이전하는 ‘생산의 민영화’, 공공서비스 재원을 민간투자나 사용자부담금으로 전환하는 ‘재원의 민영화’, 공공서비스 관련 경쟁 도입이나 영리 제한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시장의 자유화’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러한 기준으로 국정과제를 뜯어보면 이 정부가 공공서비스에 대한 강력하고 전면적인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음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민영화는 재정 긴축, 작은 정부, 기업 주도, 시장 자유를 핵심 정책 기조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당연한 귀결이다. 상식, 역동, 행복으로 포장한 윤 정부의 공공, 경제, 사회 정책의 본질은 공공부문을 구조조정하고, 에너지, 의료, 교통 등의 공공서비스를 시장화해 사기업에 넘기는 것이다. 또한 사회복지는 정부가 최소한의 선별적 안전망만 책임지고 나머지 영역은 민간과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아래의 국정과제 보고서와 이행계획서(비공식 유출본으로 인수위는 최종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작성 사실은 인정했다)를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들이 어떻게 민영화로 연결되는지 세부적으로 분석해 보겠다.


민간투자 사업 확대와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통한 민영화

윤석열 정부는 재정 적자 및 국가 부채를 관리하겠다며 긴축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재정 여력은 선진국 최고 수준이다. IMF의 최근 전망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D2)는 GDP 대비 56.8% 수준으로 선진국 평균 113%의 절반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가 금과옥조처럼 내세웠던 국가채무(D1, 일반정부 부채보다 작다) 60%에도 한참 못 미친다. 경제 상황이나 재정 여력을 봤을 때 지금 필요한 것은 긴축이 아닌 확장적 재정정책이다.

그런데도 윤 정부는 긴축을 고집하며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과 함께 민간투자 사업과 국유재산 민간참여 개발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지속해 온 민간투자 사업을 더욱 확대해 그 대상을 교통 분야에서 산업, 생활 인프라 등으로 넓히고 규모도 5조에서 10조로 2배 이상 키울 예정이다. 또한 주택 공급, 청년 창업 지원 등의 사업에 유휴지나 공공청사 등 국유 재산을 개발, 활용하되 민간 참여를 촉진한다고 한다. 이는 재원에서 운영까지 공공부문이 할 일을 민간으로 넘긴다는 점에서 민영화다.

9호선, 신분당선, 우이선, 용인경전철, 김포도시철도 등 민자 도시철도 사례에서 드러나듯 민간투자 사업은 민간 자본에 안정적 이윤을 보장하는 반면, 높은 요금, 열악한 운영, 노동조건 악화 등 엄청난 문제를 낳는다. 이런 민자투자 사업이나 민간참여 국유재산 개발은 당장의 재정 부담을 줄일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더 큰 경제적·사회적 비용과 공공서비스의 질 악화로 이어진다.

공공기관에는 효율성과 재무 건전화를 목표로 상시적이고 주기적인 업무 재조정과 재정위험 기관에 대한 집중관리제 등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업무 재조정은 기능조정이라고도 한다. 공공기관의 기능을 점검해 민간부문과 경합하는 부분은 업무 조정 또는 조직 효율화를 추진하고, 민간 위탁이 가능한 업무는 위탁계약 등 민간 활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LH의 중대형 분양주택 중단(민간 독점), 철도 물류·정비·보수업무 외주화 확대와 자회사 분할, 전략 판매 민간 개방, 가스 도매 민간 개방, 에너지 공기업 주식 상장과 지분 매각 등의 기능조정을 추진한 바 있다. 박근혜의 기능조정 정책은 공공부문 노동자와 시민사회의 저항에 부딪혀 일부만 실행됐고, 나머지는 탄핵을 거치며 추진이 중단됐다. 결국 이는 윤석열 정부에서 부활을 앞에 두고 있다.

공공기관의 기능조정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결정만 있으면 가능하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독립적 거버넌스 기구의 외양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획재정부에 철저하게 종속된 기구다. 이처럼 기능조정은 국회의 동의나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고 기획재정부 관료 주도하에 정권의 의도를 신속히 관철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과거 정부부터 민영화의 주요 우회적 경로로 애용되던 방식이다.

공공기관 재무 건전화도 추진한다. 재무위험이 높은 기관 10여 개를 선정해 집중관리제를 도입하고 기관별 건전화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겠다고 한다. 부채비율이 높은 자원 개발, 에너지, 철도, 주택 관련 공공기관, 코로나19 충격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공항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5월 18일 한전 등 전력 그룹사가 발표한 경영위기 비상대책을 보면 재무 건전화의 세부 방식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정권 출범 직후 발표된 공공기관의 자구책이 정권과의 사전 교감 없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전력 그룹사들이 내놓은 자구책에는 한국전력기술의 한전 지분 65.77% 중 14.77%를 매각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정비 기관인 한전KDN 등 비상장회사는 상장 후 매각을 통해 8천억 원을, 부동산 매각으로 7천억 원을, 그리고 석탄발전 등 해외사업 구조조정으로 1.9조 원을 마련하는 내용도 있다. 발전소 예방정비 공기 단축 등 경상 경비도 30% 수준 절감한다. 유사 업무 통폐합 및 단순 반복 업무 아웃소싱 확대, 전력 데이터 플랫폼 민간 개방 등의 경영혁신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자산의 헐값 매각, 비용 절감을 위한 하청 노동자 쥐어짜기, 외주화 확대, 공공자원의 상업화와 사적 독점 등 많은 문제가 예상된다. 특히 공공기관 또는 공공기관의 출자회사에 대한 지분 매각, 기업 공개는 그 자체로 부분적인 소유의 민영화일 뿐 아니라 완전한 소유권 이전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라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또한 공공기관 운영의 목적을 공공성이 아니라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시장 논리로 치우치게 해 공공서비스 질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공적인 투자와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력으로 오랫동안 축적해 온 공공부문의 기술적 성과의 사기업으로의 유출과 사적 전용도 우려된다.

규제 폐지와 산업화·시장화 지원으로 에너지, 의료 건강, 교통 민영화

국정과제 경제 산업 정책 부문에서는 규제개혁, 에너지, 의료, 교통 영역의 시장화·산업화 등이 민영화와 직결된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설치해 강력한 규제 개혁을 추진할 예정이다. 규제혁신전략회의는 노동, 공공,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기업 주도 시장 중심의 구조개혁을 밀고 가는 주요 기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제단체, 사기업이 참여하는 민간혁신추진단을 구성해 규제개혁을 민간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한다.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규제샌드박스도 업그레이드한다.


사진 출처: .KOCIS(Korean Culture and Informatioon Service) Official Photographer : JEON HAN

규제샌드박스는 사업자가 현행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신제품·서비스를 시장에 우선 출시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 심의 기한을 설정하고 규제법령 개정계획 수립·통보를 의무화하는 등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규제개혁의 핵심 대상은 에너지, 의료, 교통, 서비스 등 공공서비스 부문이다. 공공서비스를 상품화, 시장화하고 기업이 자유롭게 영리 추구를 하도록 안전이나 공공성과 관련한 꼭 필요한 규제까지 없애려 할 것이다.

공공서비스 시장화, 산업화를 위해 기업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정책적 지원도 집중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민간 중심 해외자원개발, 민간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 경쟁과 시장 중심 전력 판매 시장 구축 등이 추진된다. 의료 영역에서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 원격의료 확대, 바이오헬스 산업화를 추진하기 위한 통합 거버넌스 구축 등이 국정과제로 포함돼 있다.

교통 분야를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핵심은 자율차,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전기·수소차, 드론 등 소위 ‘미래모빌리티’의 조기 상용화와 핵심 산업으로의 육성이다. 철도, 버스 등 대중교통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공공교통의 확대는 안중에도 없다.

철도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들도 국정과제에서 언급되고 있다. 제2철도교통관제센터 신설, 철도차량 정비시장 차량 제작사 참여 등이다. 현재 철도 관제권은 철도공사에 있다. 철도공사에서 관제권을 빼앗으려는 시도는 박근혜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지속해서 추진돼 왔다. 복수의 운영사에 의한 철도 경쟁체계를 굳히기 위해서다. 철도 운영과 관제의 분리는 철도 안전에 커다란 위험이 될 수 있어,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줄곧 반대해 왔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공공성 강화보다는 산업화로 쏠려 있는 철도 정책이 공공기관 기능조정, 재무 건전화와 맞물려 민영화의 본격적인 추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회서비스 시장화 확대·사적연금 활성화 등 사회복지 민영화

사회 정책 영역에서도 민영화가 추진된다. 윤석열 정부는 사회복지 정책에서 공공부조 영역은
국가가 제한적 책임을 지며 근로‒복지연계를 강화하고, 사회보험은 재정 건전성을 앞세워 개인 책임을 강화하며, 사회서비스는 민간과 시장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사회보험 영역에서의 공적 보험의 약화와 사적 보험의 활성화라는 간접적 방식으로, 의료, 돌봄 등 사회서비스의 민간 공급 확대라는 직접적 방식으로 민영화가 추진된다.

국정과제 44번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 서비스 고도화’는 다양한 공급주체, 혁신을 강조한다. 이는 민간 중심 공급체계 확대를 가리기 위한 수식어에 불과하다. 국공립어린이집을 문재인 정부 수준에서 확대해 나간다는 언급을 제외하면 요양, 아동 돌봄, 노인 돌봄, 장애인 활동 지원 등 그 어떤 영역에서도 공공인프라 확대는 한 마디도 없다. 오히려 사회서비스의 공적 공급체계 강화를 위해 설립된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을 서비스 직접 제공이 아니라 민간 지원으로 180도 바꾸는 내용이 국정과제로 포함됐다.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의 규모화·브랜드화 지원 등 영세한 민간 기관의 대형화, 기업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내용도 들어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 구축을 연금 개혁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즉,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충분한 노후 소득을 보장하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소득보장 기능을 더욱 악화시키겠다는 것은 국민연금의 위상 약화와 노후 소득에 대한 사적연금 의존도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일부 정치권이 연금 기금고갈론 등 국민연금 때리기에 집중한 결과 2021년 연금저축 신규 계약 건수는 전년보다 194.4% 폭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신정부에 바라는 기업정책 제안서’를 통해 재정 안전성 확보를 위한 연금 개혁을 주문하며, 사적연금 활성화를 통한 중층적 노후 소득보장체계 강화를 함께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연금개혁의 진정한 목표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민영화에 맞서 공공성 강화를 노동자·민중의 대안으로 전면화할 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윤석열 정부는 ‘민영화 종합선물 세트’라고 할 만큼 강력하고 전면적인 민영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정과제만 봐도 에너지, 교통, 의료, 연금, 사회서비스, 일반행정 등 공공서비스 전 영역이 민영화의 대상으로 언급된다. 공공기관 출자회사를 중심으로 시작되는 공공지분 매각이나 자산 매각과 같은 ‘소유의 민영화’, 공공기관 업무의 민간 이전, 민간 위탁 확대, 사회서비스 민간 공급 기관 육성과 같은 ‘생산의 민영화’, 민자 투자사업 확대, 전기요금 인상, 바우쳐 활성화와 같은 ‘재원의 민영화’, 공공서비스 시장화·산업화를 위한 규제 철폐와 재정·정책 지원, 공적연금 약화와 같은 ‘시장의 자유화’ 등 가능한 모든 방식이 총망라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속해 온 ‘은밀한 민영화’의 흐름을 계승·발전시키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노골적 민영화’까지 복원시키려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시민의 보편적 접근권을 약화하고, 불평등을 확대하며, 녹색 전환을 지연시켜 기후위기를 심화 시킬 것이다. 단기적으로 국가 재정의 부담이 줄고 특혜를 받은 민간 기업이 성장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경제 전체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길게 이야기할 것도 없이 신자유주의는 역사적으로 실패로 판명되지 않았나.

민영화가 아니라 공공성 강화를 노동자 민중의 대안으로 전면화해야 할 때다. 개별적 대응, 수세적 저항을 넘어,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함께 윤석열 정부의 강력하고 전면적인 민영화에 맞서 더 강력하고 광범위한 민영화 반대 공동 전선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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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영길

    저는 동탄 아르딤 복지관 소속의 성영길 입니다.기초수급자자 장애인 입니다.수급비58만원 먹고 살기 힘들어요.너무 배고파요.저좀 지원좀 해주세요 똥꾸먹이 찌저지게 가난해요.수급비하고 장애비좀 많이 올려줘서 굶지 않게 해주세요.너무 배고프고 힘들어요.어쩔땐 자살 충동까지 생겨요.인생자체가 죽지못해 사는 인생입니다.제발 도와주세요

  • 문경락

    신자유주의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실패한 것입니다.........

  • 브스브

    투표 잘 해서 민영화막아야...

  • 윤 뽑은 사람들땜에 왜 나까지 고통받아야하는거지?

  • ㅇㅇ

    뭐가 민영화인지 모르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