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운동의 결실에서, 투쟁의 전선으로

[강릉 유천초등학교 투쟁 현장 르포①] 보수적 사회와 진보교육감의 꼬리자르기

지역 혁신학교 운동의 결실, 강릉 유천초등학교의 개교

‘혁신학교’라는 단어는 아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그러나 모르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개념이다. 혁신학교와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으로는 대안학교가 있다. 대안학교는 한국 공교육제도에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대안적 교육을 위해 세워진 학교들을 일컫는다. 혁신학교운동도 마찬가지로 기존 공교육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졌으나, 대안학교 운동과 달리 제도권 내에서 변혁하는 운동이라고 볼 수 있겠다. 혁신학교 운동이 한국에서 활발해진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지만, 전국적으로 기존 공교육의 형태를 바꿀 수 있는 민주적이고, 비경쟁적인 혁신학교들이 시도되고 있다.

민병희 전 강원도교육감은 전교조 출신의 진보교육감으로 2010년 처음 당선됐다. 그는 혁신학교 운동에 뜻을 두고, 자신의 임기 중 신규 학교를 혁신학교로 세우거나 혁신학교로 변경하는 학교를 지원하는 정책을 꾸준히 실천해왔다. 그의 당선으로, 강릉에서도 혁신학교 운동의 불씨가 타올랐다. 지역의 전교조 교사들은 경쟁과 입시, 억압과 소외의 미로에서 허덕이는 교육을 새롭게 바꾸어야 한다는 취지로 <강릉 혁신학교 준비모임>을 시작했다. 모임 구성원들은 혁신학교의 철학에 대한 공부부터 전교조에서 추진한 혁신학교에 대한 강연과 설명회에 참여하며 구체적인 혁신학교 설립의 꿈을 그려왔다. 지역의 보수적 분위기 속에 혁신학교를 세우는 게 쉽지 않았지만, 결국 2012년 포남초등학교가 혁신학교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포남초등학교 설립 과정과 혁신학교 운영 철학이 담겨있는 책. 유전초 혁신학교 운동에 함께 했던 교사들도 참여했으며, 민병희 전 강원도교육감의 추천사가 들어가 있다. [출처: 세종국립도서관]

포남초등학교는 지리적으로 산과 인접해 있고, 다수의 아이들이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이러한 특성은 혁신학교를 통해 더 긍정적으로 변해갔다. 작은 규모의 학교는 토의와 약속을 통한 공동체의 근간이 됐고, 산과 인접한 조건은 생태적 교육의 중요한 자원이 됐다. 포남초등학교는 학생들이 삶을 가꾸는 학교, 경쟁이 아닌 연대와 협력을 경험할 수 있는 학교로 자리매김했다. 혁신학교에서 성장하는 것은 학생들만이 아니었다. 혁신학교에서는 모두가 성장한다. 학생들만 교육의 대상으로 삼는 기존 교육과정과 달리, 학교 구성원들은 민주적인 학교를 꾸려가는 과정에서 각자의 성장을 경험한다. 또한 교직원, 학부모회, 학생들 모두가 학생의 교육과 성장을 목표로 각자의 약속을 정하고, 의견을 나누고, 이를 지켰다. 학교 내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다양한 단체들이 교육과정에 함께 했다.

“계속 의견을 묻는 거예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이거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고. 처음에 입을 떼는데 4년 걸렸어요. 이전에 교사회의가 얼마나 상명하달 식으로 일했는지 깨닫게 됐어요. 갈등은 물론 있죠. 처음에는 답이 정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저도 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어요. 결론적으로는 학생들한테 좋은 거고 되게 교육적인 거고 그러니까 반대할 이유도 없는 거예요.” (징계교사 김나혜)

“지금까지 나는 아이들을 되게 인권적으로 바라보고, 아이들과의 관계를 평등하게 만들어 가려고 했던 교사라고 스스로 생각했는데, 실은 아이들을 엄청나게 통제하려는 사람이었고 아이들 위에 군림하려고 했던 그런 교사였구나 하는 걸…. (포남초에서) 한 1년 동안은 그런 순간을 너무 많이 만나는 거예요. 그 상황이 힘들고 그랬지만 많이 배우게 됐어요.” (징계교사 윤용숙)


이렇게 강릉지역 혁신학교 운동에 함께하는 교사들은 점차 단단해졌다. 강릉의 포남초등학교, 근교 도시인 동해 삼화초등학교 등을 거쳐 혁신학교의 경험을 쌓아왔던 것이다. 그러던 중 전교조 출신, 진보 교육감인 민병희가 행복더하기학교(강원도형 혁신학교) 설립 공약을 이행하게 되면서 강릉에도 새로운 혁신학교가 들어서게 됐다. 바로 유천초등학교였다.

보수적 사회에 세워진 학교 민주주의의 위기

포남초등학교와 달리 유천초등학교는 개교부터 혁신학교로 시작했다. 2018년부터 개교준비모임을 통해 교사들은 유천초등학교의 모습을 상상했다. 개교 1년 전부터는 강원도 장학사를 포함한 준비모임도 구성하고 퇴근 이후나 주말에 틈틈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모았다. 개교하는 혁신학교를 기획한다는 것은 학교 설계에서부터 학생 중심의 학교가 탄생한다는 점에서 교사들을 설레게 했다. 기존 학교는 학교 창문이 높게 설계돼 저학년 학생들은 창밖을 볼 수 없고, 교사의 공간에 학생 접근이 어렵게 설계됐다. 준비모임 교사들은 키가 작은 저학년 학생들도 창문 밖 세상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설계를 제안하고, 성별이분법으로 나누어진 양치교실을 모두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일반 학교에서는 가장 비밀스럽고 권위적으로 느껴지는 교장실을 통유리벽으로 만들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블록과 그림책을 배치했다. 준비모임은 공간 변화가 학교 혁신의 시작이라고 믿었다. 혁신학교에 대한 뜻이 닿지 않은 곳 없던 학교는, 2020년 봄 평등과 존중, 연대, 참여의 가치를 바탕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민주학교’로 개교했다.

  강릉 유천초등학교 [출처: 고태은]

유천초등학교가 들어선 강릉 유천지구는 평창동계올림픽 선수촌으로 개발된 신도시다. 따라서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학원 등 사교육의 중심지가 됐다. 여기에 보수적 지역의 정치색까지 더해진 지역공동체 위에 유천초등학교라는 혁신학교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조건은 포남초등학교와 모든 것이 다를 것이라는 점을 의미했다. 혁신학교 경험이 있고, 학교를 세우는 과정에 열심히 참여했던 선생님들이 다수 참여했지만 백 명에 달하는 교직원 중 이들은 일부에 불과했다. 인구가 밀집된 신도시에 세워진 학교여서 혁신교육에 대한 관심 외에 다른 이유로 온 교직원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유천초등학교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개교가 예정된 2020년이 밝았지만 학교는 공사도 덜 마친 상태였다. 교사들은 3월 1일 개학에 맞춰 학교로 발령이 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지만, 그간 준비모임에서 해왔던 역할에 이어 학교 공사 등에 대한 의견을 냈다. 1월 1일 부로 먼저 학교에 발령 난 행정주무관들과의 표면적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학교가 3월 1일 개교라고 하면, 아이들이 3월 1일에 오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희 반 교실은 아이들이 앉아서 수업할 책상, 의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수업할 교재 교구도 없었고요, 아이들이 오면 신발을 벗어둘 신발장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외상으로라도 물건을 사달라고 했다니 그건 원칙에 어긋나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교육지원을 할 수 없는 일이 이다지도 많은지 몰랐습니다.” (현 유천초 교사 발언)


이들이 마주한 것은 사안의 거절을 넘어 ‘진보’와 ‘혁신’에 대한 반감이었다. 지역의 진보적 교육감에 대한 반감이나 전교조 교사, 혁신학교에 대한 불편함이 모두 유천초등학교에 대한 비난으로 꽂혔다. 내부공모제를 통해 뽑힌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 여성 교장은 지역의 교장 커뮤니티에 초대받지 못했다. 학교 안에서도 행정실과의 갈등이 나타났다. 혁신학교에서 시도되는 것들은 관행적인 내용보다 혁신, 대안적 내용이 많았고, 이에 투입되는 예산은 행정실과의 조율이 필요했다. 이전 혁신학교를 경험한 교사들에게 행정실과의 협업은 익숙한 일이었다. 그러나 유천초 행정실과의 의사소통은 이전과는 아주 다른 형태로 흘러갔다. 행정실은 교사들과의 의견을 대체로 ‘관행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럴 때마다 교사들이 직접 교육청에 가능한지 확인하고, 요구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결국 혁신학교가 강원도교육청의 정책임에도, 이에 대한 책임과 내외부적 비난은 모두 유천초 교사들의 몫이 됐다.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면서 그 시기 학교의 공사는 마저 진행될 수 있었다. 유천초 교사들은 오히려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자 보수적인 지역사회 여론이 계속 학교를 흔들었다. 혁신학교가 다루는 수업 내용이나 학생들의 결정과 실천을 교사들의 횡포로 몰아붙였다. 주 1회 채식급식이나 세월호 수업, 육식의 폭력성에 대한 교육은 수업 자체를 불만삼거나 수업을 진행한 교사의 징계 요구로 번지는 등의 일이 반복됐다.

‘진보’ 교육청, 꼬리를 자르다

2021년 5월, 유천초등학교가 세워진지 1년 반이 지났으나 코로나로 제한됐던 등교가 풀린 지는 채 한 학기도 지나지 않았다. 보수적 성향의 지역 신문들에는 혁신학교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연이어 실렸다. 이어진 보도에서도 보수적 교육단체의 입장을 담아 혁신학교 갈등에 대한 교육청 입장을 요구했고, 5월 25일 기사에는 ‘필요시 강력조치해야 한다’라는 강원도교육감의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이 실렸다. 기사를 본 유천초 교사들은 의아함이 앞섰다. 2020년 초부터 유천초등학교에 쏟아지던 혁신학교에 대한 반감과 교사들에 대한 공격 속에 학교는 강원도교육청에 갈등조정 컨설팅을 요청했으나 이때마다 교육청은 교내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강원도교육청노조는 이즈음 성명을 통해 지방공무원이 혁신학교 교사들의 괴롭힘으로 학교를 떠났다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이는 강릉교육장(강릉교육지원청장)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전교조 강릉지회는 당사자가 학교 회계직이 맞지 않아 더 좋은 직장으로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비공식적 사유도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혁신학교 내에서 전교조 교사들의 횡포로 행정실공무원들이 괴롭힘 당하고 있다는 소위 ‘갑질’ 논란은 기정사실화돼 지역의 보수적 여론에 불을 지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인 ‘교무행정사’의 위치와 6-7급 공무원인 행정주무관의 용어가 혼동돼, 교사들이 교육공무직에 갑질을 했다고 오해받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20일 민주노총 총파업 당시 전교조 유전초분회 단체사진. [출처: 전교조 유전초분회]

그러는 와중에 혁신학교를 공약으로 내걸고, 유천초를 혁신학교로 지정 했던 강원도교육청은 유천초등학교에 대한 꼬리자르기를 시작했다. 1년 넘게 거부됐던 컨설팅이 갑자기 6월 중순으로 통보됐다. 강원도교육청은 부장교사 이상급만 자신들이 정한 시간에 모이라고 통보했다. 교사들은 기획회의(교직원 전체회의)에서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하며, 날짜를 다시 제안했지만 교사들의 의견은 모두 무시됐다. 결국 교사들은 컨설팅을 거부했고, 행정실장과 교장과의 면담만 진행됐다. 뒤이어 지난 1년 반 동안 유천초를 거쳐 간 모든 교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가 실시됐는데, 이 조사가 현재의 갈등 해결을 위한 목적이 아님은 누구라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교사들도 이것이 갈등 해결과 더 나은 혁신학교 개선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체감하게 됐다.

강원도교육청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7월 초부터 유천초등학교는 감사의 대상이 됐다. 이 감사는 교사들에게 매우 공포스러운 경험으로 남았다. 여러 명의 감사관이 한 명의 교사를 앞에 두고 잘못을 추궁하거나, 경력이 짧은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따져 묻는 등 고압적 태도에 질려 교사들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교사들은 이미 답이 정해진 ‘표적감사’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전교조 강릉지회는 감사관들이 ‘저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기획회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확신범, 사상범들이 보통 잘 인정하지 않더라고요’와 같은 말들을 공공연히 할 정도로 권위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사태는 점차 심화돼 8월 말, 유천초등학교는 일방적으로 혁신학교 지정취소를 통보받았다. 이후 11월 징계위원회에서는 교사 1인에 대한 중징계, 교사 2인에게 경징계가 내려졌다.

“저희가 교육 공무직 선생님들하고는 부딪히지 않았거든요. 행정사 선생님들께서는 저희 입장에서 확인서 써주시고 증언해주시고. 그런데 행정사 선생님이 기획 회의는 남정아 선생님이랑 손** 선생님이랑 주로 주도했다. 남정아 선생님이 제안을 많이 했다. 교장 선생님이 학교에 대해서 아는 게 많다고 (증언)한 게 징계의 근거가 된 거죠”(징계교사 남정아)


중징계를 받은 교사 남정아의 징계 사유는 스무 가지, 김나혜와 윤용숙은 각각 한 가지의 징계 사유가 인용됐다. 교직원이 모두 참여하는 기획회의는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기구로, 이를 주동해 다른 구성원들에게 피로감을 주었다는 게 괴롭힘의 근거였다. 또한 채식급식과 세월호 수업 같은 민주학교의 교육 내용은 위법한 결정으로, 일반학교 기준으로 세워진 예산을 혁신학교 교육계획에 맞는 예산으로 변경하는 과정은 행정주무관에 대한 괴롭힘 등으로 명명됐다. 학년부장 교사가 공개수업 참여자들을 모으며 “용기 내 참여해 달라”라는 말은 갑질이 돼 단독 사유로 경징계 대상자가 되었다. ‘학교폭력 승진가산점제’에 대한 저항행동을 제안한 교사에게도 경징계가 내려졌다. 학생에게 고통을 주는 학교폭력을 점수로 환산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동료들과 나눈 행위는 해당 가산점제 신청 교사들에 대한 비난으로 명명됐다.

싸우는 사람들, 전교조 유천초분회와 공동대책위

일사천리로 진행된 권위적인 표적감사, 혁신학교 지정취소 그리고 교사들의 징계까지. 고작 5개월 남짓한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세워진지 채 1년 반이 되지 못한 학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진보교육감의 공약으로 시작된 강원도형 혁신학교는 교사들, 그중에서도 평교사 세 명을 징계하고 ‘다시는 강원도 내 혁신학교를 세우지 않겠노라’는 입장을 덧붙이며 끝났다. 진보교육감과 강원도교육청을 믿고, 학교 현장을 혁신하려 애쓰던 교사들은 ‘갑질교사’, ‘범법을 종용한 범죄자’, ‘사상범’으로 낙인찍혀 학교에서 쫓겨났다. 징계교사들이 쫓겨났다는 것은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징계를 받은 교사들은 강제전근으로 자신의 근무지역에서 다시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 남은 교사들 또한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 강원도교육청은 ‘올해 예산은 이미 집행되었기 때문에 혁신학교 현장은 타격이 없을 것’이라 호언장담했으나, 내부는 그렇지 못했다. 학생들의 놀 권리와 회의 시간을 위해 마련된 40분의 쉬는 시간이 사라지고, 학생들과 계획했던 체험수업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유전초 부당징계 당사자인 김나혜, 윤용숙, 남정아 교사(왼쪽부터). [출처: 전교조 유전초분회]

“요즘(2022년 1학기) 회의가 끝날 때마다 교장실에 불려가서 회의시간이 두렵습니다. 학교가 바뀐 뒤로는 말하는 게 고통스러워요. 지난 번 회의 때에는 마이크를 잡았는데 뒤에서 ‘그만 좀 말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고 회의에 발언하는데, 저희가 말하는 것이 폭력이 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타협하고 조용히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면 학생들에게 너무 미안해져요” (현 유천초 교사)


이 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교육 전문가이자 교육실천가로서 혁신학교 운동을 이끌던 지역의 교사들은 큰 상처를 입었다. 전교조 출신의 진보교육감의 전교조 교사 징계는 노동조합 내에서도 투쟁의 결속을 어렵게 했다. 지역의 보수여론을 타고 확산된 갑질 프레임 또한 유천초 교사들을 고립시키는 데에 한 몫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 유천초분회는 강원도교육청을 규탄하는 싸움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이 사안을 둘러싼 강원도교육청의 행정폭력을 규탄하며 다채로운 시민단체가 모여 2022년 ‘유천초등학교 혁신학교 지정 취소 철회와 부당징계 취소를 위한 공동대책위’를 결성했다. 징계교사 3인은 고성, 태백, 인제로 난 발령을 거부하고, 휴직 후 여전히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학교 안에서도 여전히 행정폭력으로 무너진 학교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분회원들의 투쟁이 지속되고 있다.

“겨울방학 하는 날 그 친구가 저한테 전화를 했어요. 방학한다고. 선생님 내년에는 우리 학교 오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데 확실치 않아’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선생님 사랑해요’ 저한테 이렇게 이야기해요. 내가 그 조금만 더 학교에 있었으면, 내가 그 아이를 좀 더 돌봐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것도 아쉽고 그래서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아 나는.” (징계교사 윤용숙)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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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계속 의견을 묻는 거예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이거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고. 처음에 입을 떼는데 4년 걸렸어요. 이전에 교사회의가 얼마나 상명하달 식으로 일했는지 깨닫게 됐어요. 갈등은 물론 있죠. 처음에는 답이 정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저도 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어요. 결론적으로는 학생들한테 좋은 거고 되게 교육적인 거고 그러니까 반대할 이유도 없는 거예요.” (징계교사 김나혜)

    “지금까지 나는 아이들을 되게 인권적으로 바라보고, 아이들과의 관계를 평등하게 만들어 가려고 했던 교사라고 스스로 생각했는데, 실은 아이들을 엄청나게 통제하려는 사람이었고 아이들 위에 군림하려고 했던 그런 교사였구나 하는 걸…. (포남초에서) 한 1년 동안은 그런 순간을 너무 많이 만나는 거예요. 그 상황이 힘들고 그랬지만 많이 배우게 됐어요.” (징계교사 윤용숙)

  • 어린

    기록에 감사드립니다

  • 지나가는 이

    적당히 합시다 정말... 이거야말로 일방적 주장을 마치 진실인양 적어놓고... 2차 가해 하는 거 아닌지요...

  • 회색지대

    https://www.gwe.go.kr/user/boardList.do?handle=781&siteId=kr&command=view&boardSeq=1456793&id=kr_040401000000

    강원도교육청 감사 결과 입장문입니다. 이것도 보고 판단해주셔요.

  • 우리는

    이런 얘기가 있다. 서로의 주장이 맞다라고 할때 대부분 힘있는자보다 힘없는자들의 주장이 옳다.
    권력을 가진자들은 모든것을 가졌기때문에 진실도 거짓으로 만든다. 힘내시길

  • 박지숙

    선생님 힘내세요!!!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 온 힘을 쏟아 교육 활동들을 펼치신건데 주변의 온갖 사욕과 편견으로 견디기 힘든 모욕 겪고 계신거 보니 너무 속상하네요. 몸 먼저 챙기시고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 엠아씨

    https://www.gwe.go.kr/user/boardList.do?handle=781&siteId=kr&command=view&boardSeq=1456793&id=kr_040401000000


    감사에서 가치판단은 다를 지라도 사실 자체는 틀림이 없을 것.

  • 전교조아웃

    전교조 아웃~

  • 행더하기 사랑

    행복더하기 학교가 매우 좋은 취지로 너무 좋은 것인데 왜 반대를 하는지 이해가 안됨. 꼭 끝장 투쟁 하시어 행복더하기 학교가 쟁취되길 바라고 학생들이 어린이가 더 행복한 행복학교 됙리 바래요^^
    행복더하기를 반대 하시는 분은 이해 불가능 하네요 취지와 실천을 꼭 알고 시행 하시길 바랍니다.

  • 이런걸로 투쟁??

    https://www.gwe.go.kr/user/boardList.do?handle=781&siteId=kr&command=view&boardSeq=1456793&id=kr_040401000000

    꼭 보세요!
    혁신학교 취소나 강제 전보등은 아무렇게나 할 수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고 그 문제들은 입장문에 잘 나와있어요.

  • 반성하세요

    유천초 중심에 서있는 사람들만 잘못이 없다고 하고, 지켜보던 모든사람들이 잘못되었다 하면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봐야 하는것 아닌가요? 본인들의 행동에 반성은 없고 남의 탓만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동안 유천초에서 힘들었던 많은 선생님들을 생각하면(아이들을 위한 일이었고, 다른 분들의 의사를 받아들였다.. 라고 얘기하겠지만..) 이번 기회에 본인들의 행동(강압적 회의문화, 교사 업무, 행정실과의 갈등 조성 등)과 입장(모든 것을 아이들을 위한 행동이라고 정당화 하는 것 등)에 대해 반성하고 전교조에서 얘기하는 진정한 참교사로 거듭나는 기회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 최강식

    채식급식 같은 경우 아이들이나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한 후 진행되었던 건가요..?

  • 황영실

    문민정부가 들어선지도 한참이건만ᆢ 세상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칭송하는 분위기건만 ᆢㅠㅠ 여전히 개혁에 무딘 학교 현장을 본 것이 쓰리네요. 오래전에 퇴직한 초등교사로서 현직에 있을 때도 여전히 비민주적인 시스템 속에서 자기주장이 강하다며 적당히 하라는 못마땅한 시선과 무언의 압박 속에서 힘들었던 한 사람으로서 ᆢ 세 분 선생님들의 행보를 지지하며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세상은 당신과 같은 분들로 인하여 조금씩 변한다는 사실을 믿습니다. 힘내세요!!!

  • 지나가던이

    "교직원이 모두 참여하는 기획회의는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기구로, 이를 주동해 다른 구성원들에게 피로감을 주었다는 게 괴롭힘의 근거가 되었다"

    구성원이 원치않는 회의를 열어서 원치 않는 이야기를 종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유천초 내부에서 갈등이 있다면 그것 먼저 해결하고 교육청, 정치적 이념을 이야기 하는게 맞을것 같습니다. 그만하세요.

  • 아자아자~

    유천초 학부모로써 답변드립니다. 채식급식, 세월호교육, 우유급식 중단 등에 관해 결단코!!! 학생 및 학부모의 의견을 물은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왜 설문조사 등 학부모 의견을 반영해주지 않냐고 묻는 질문에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올바른 결론을 내지는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