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아”, 파리바게뜨 제빵사가 53일을 굶은 이유

[르포]노동기본권 보장과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파리바게트지회 투쟁 이야기

  5월 6일 파리바게뜨지회 문화제에 참석하고 있는 노동자와 시민들 [출처: 연정]

끼니 책임지는 회사 직원이 밥 굶는 이유

5월 6일 저녁,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 앞. 파리바게뜨지회(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소속) 임종린 지회장의 단식농성 40일 차 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아사히글라스·한화생명·기아차 화성공장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과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많은 노동자·시민·사회단체에서 함께 하고 있다.

종합식품기업인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파스쿠찌, 쉐이크쉑 등 20여 개의 유명 식품 브랜드를 둔 일명 ‘제빵계의 삼성’이다. 파리바게뜨는 전국에 3천5백여 개의 매장이 있는 SPC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다. 각 매장에는 5천 명이 넘는 제빵기사와 카페기사가 SPC의 자회사 PB파트너즈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 중 80%가 여성 노동자이며, 이들 중 상당수가 20~30대 청년들이다.

15년 경력의 제빵기사인 임종린 지회장은 20대 초반 동네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아르바이트 하며 일을 시작했다. 처음 빵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먹거리를 만드는 제빵기사가 이렇게 긴 시간 밥을 굶는 날이 올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아까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언제까지 할 거니?’ 예전에 기륭전자 동지들이 굉장히 오래 단식하셨잖아요. 3개월인가 하셨는데, ‘아직 그거의 반도 안 됐다.’ 우리 임종린 지회장님이 어머니께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사회자가 임 지회장의 근황을 전한다. 체중이 20kg 감소하고, 혈압과 혈당이 많이 낮아졌다고 했다. 연대온 노동자들이 인사 하러 가는 틈에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따라 들어갔다. 그동안 많은 언론사가 다녀갔을 텐데, 임 지회장은 몹시 쑥스러워 했다. 나중에는 민망한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미소라도 지어주고 싶은데, 마음처럼 표정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다. 문화제 첫 순서로 3월 28일 단식농성을 시작하던 날, 임 지회장의 발언 영상을 본다.

  단식농성 40일차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 지회장 [출처: 연정]

“사람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회사에 다니면서 정작 그 직원은 단식을 하다니 아이러니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저조차도 의문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


영상 속에서 임종린 지회장이 묻는다. SPC에서 생산한 포켓몬빵은 품절 대란인데, 정작 이 회사에서 빵을 만드는 노동자는 40일째 곡기를 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영상 속 임 지회장이 답변한다.

“점심시간 한 시간은 당연히 밥 먹고 쉴 수 있어야 하고, 아프면 당연히 쉬고, 가족이 상을 당하면 당연히 가볼 수 있어야 하고, 일했으면 당연히 그만큼 급여를 받고, 임신했으면 당연히 모성보호를 받고, 당연히 연차·보건 휴가를 쓰고, 열심히 일하면 당연히 공정하게 진급하고, 다치면 당연히 산재 처리를 하고, 약속하면 당연히 지키고. 그런데 우리 회사에선 그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 우리 기사들도 사람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것 좀 누려보자고 시작한 노동조합입니다. 그런데 이 SPC는 약속도 안 지키고 노동조합을 할 당연한 권리마저도 부정합니다. 제가 단식한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겠지만, 적어도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우리 제빵 카페 직원들이 사람 대우 받으며 행복하게 빵을 만들 수 있다면, 까짓것 뭔들 못하겠습니까. 오늘부터 우리의 소박하고 정당한 요구인 노조 탄압 중단과 약속이행을 위해 단식투쟁을 시작합니다.”


단식농성장에 들고 온 비타500, 국회의원도 먹으면서 한다?

“저희가 단식 결의를 한 지는 좀 됐어요. ‘방법이 이것밖에 없는 것 같다.’ 사실, 그러면서도 그날이 올 줄은 몰랐거든요. 들어가기 전에 ‘어디는 며칠 했는데, 우리는 못 넘길 것 같다’며 웃으며 얘기하기도 했어요. 단식이라는 게 너무 막연했거든요. 근데 악에 받치니까 이렇게까지 가더라고요. 이제 지회장님 얼굴 보는 것도 미안하고, 밥도 안 넘어가요. 뭘 먹으면 자꾸 체해요.”


최유경 씨(파리바게뜨지회 수석부지회장)는 SPC가 어떤 회사인지 알기 때문에 금방 끝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길게 갈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했다. 노동조합 전임을 하다가 최근에 다시 현장 근무를 시작했는데, 여전히 휴가와 점심시간조차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화도 많이 난다.

“30일 넘어가면서 지회장님이 ‘이제야 우리 목소리가 조금씩 나가는 것 같은데, 내가 여기서 멈출 수가 없다. 만약 내가 여기서 접으면 회사는 또다시 대화를 중단할 것이다.’ 그런 불안감도 있었던 것 같아요. 단식이 길어질수록 회사가 조금씩 움직이는 게 보이니까 접을 수가 없는 거죠.”


단식농성 13일 차에 원청인 파리크라상 상무가 찾아왔다. 어떤 문제 해결의 의지와 해법도 없이 ‘비타500’을 들고 와서 한다는 말이 “국회의원들도 다 먹으면서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7월, 노동조합이 회사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최근에야 SPC의 자회사 PB파트너즈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된다.

주문관리부터 진급까지 모두 파리크라상이

유경 씨는 요즘 매장과 농성장을 오가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입사하던 때만 해도 노동조합에서 간부를 맡을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반죽이나 디저트에 관심이 있던 유경 씨가 제빵 관련 일을 하다가 주변의 권유로 파리바게뜨에서 일을 시작한 지 올해로 8년째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 앞 파리바게뜨지회 단식농성장 [출처: 연정]

“어떤 분들은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빵을 만들어?’ 하시는데, 만들거든요. 보통 매장 카운터 뒤쪽 주방에 흰색 옷과 모자를 쓰고 오븐 앞에 있는 사람들이 저희 제빵기사들이에요. 그리고 계산대 포스 옆에서 검은색 옷과 모자를 쓰고 샌드위치와 음료를 제조하는 분들이 카페기사들이고요. 저희 직원 대부분이 빵과 음료를 만들고 싶어서 왔어요. 일이 많고 근무 조건이 열악해서 힘들지만, 다들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유경 씨는 국제산업이라는 업체에서 면접을 보고 10주간의 교육을 받은 후에 매장 제빵기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전국에는 ‘국제산업, 서경, 엠피코리아’ 등 파리크라상의 협력업체라는 이름으로 11개의 업체가 있었다.

“주문관리나 품질관리, 진급 이런 부분을 다 SPC(파리크라상)에서 관리했어요. 본사에 QSV라고 품질 관리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 사람이 ‘오늘은 어느 정도의 양을 주문 넣어라’라면서 매장의 주문 관리를 했어요. 그리고 SPC가 위생이나 품질(빵 모양·굽기 등) 점검 점수를 매기고, 그 결과에 따라 저희한테 교육하러 오기도 했고요. 저희 채용 외에 모든 부분을 다 파리크라상이 관리했어요. 불법파견이었던 거죠”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가 공론화되고,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건 2017년 여름 무렵. 유경 씨가 퇴사를 고민하던 때였다. 가장 힘들었던 건 휴무 문제였다. 한 달에 쉬는 날이 3~4회 정도에 불과했다. 파리바게뜨 매장에는 ‘주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매일 새벽 6시에 출근해 그날 물량을 맞추기에 급급했다. (연장근무 1시간이 포함된) 오후 4시 정시 퇴근이라도 하기 위해서는 점심시간을 포기해야 했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이후에는 8시간 근무를 6일 동안 하면서 주 1회 휴무를 하는 매장들도 있다.

원망이 아픈 동료한테 가요

“제가 휴무하려면, 제가 쉬는 날 지원기사가 와야 돼요. 그 기사가 3~4개 매장을 담당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매장에 누가 아프거나 하면 내 휴무에 못 오는 거예요. 관리자가 ‘너 내일 휴무 못 줘’ 이렇게 되는 거죠. 그러면 그 원망이 회사에 가는 게 아니라, 갑자기 아픈 그 동료한테 가는 거예요. 어떤 기사가 임신하면 관리자는 ‘축하’가 아니라, ‘○○점에 일 터져서 내일 휴무 못 줄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요. 그런 얘기들이 저한테는 상처였어요. 사람이 어떻게 이런 조건에서 일할 수 있을까?”


  파리바게뜨지회 단식농성장에 걸린 시민들의 응원글이 적혀있는 현수막 [출처: 연정]

심지어 임신 중인 기사가 통증이 와서 급하게 대체 기사를 요청했지만,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3시간 30분이나 방치해 결국 하혈하고 유산하는 사건도 있었다. 유경 씨는 지난해 여성의 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과도한 업무량으로 화장실도 못 가면서 근무하다 방광염에 걸리고, 보건휴가도 사용하지 못하는 파리바게뜨 여성 제빵사들의 이야기를 했다. 회사는 유경 씨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 사건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모두 부당징계 판정을 받았다. 인력 부족에 따른 휴무 사용 제한은 최근까지도 계속 이어진다.

“매장에서 코로나 자가키트 검사를 했는데, 두 줄이 나와 관리자에게 이야기했더니, 매장에 얘기하지 말고 일 끝나고 다시 검사하라고 한 경우도 있었어요. 확진되고 나서 격리기간이 끝났는데, 숨이 차는 후유증 때문에 연차를 쓰겠다고 했더니 ‘내일은 일정이 없으니 일하고, 모레 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협력업체 관리자가 제조 기사들의 연장근무 시간을 전산 조작해 이른바 ‘임금 꺾기’하는 일도 있었다.

“점주가 한 달 도급비로 450~500만 원을 내는데, 연장 수당은 추가로 지급해야 하거든요. 우리가 같이 일을 하는 건 협력업체가 아니라 점주잖아요. 돈 문제가 걸리니까 껄끄러운 거예요. 기사들도 쉽게 청구를 못 하고, 점주들도 ‘달아라’ 이렇게 얘기를 못 하는 거죠. 그때는 2시간이든 3시간이든 연장수당은 당연히 못 받는 분위기였어요.”


유경 씨는 신입사원 시절, 밤 10~11시까지 연장수당을 못 받고 일을 한 적도 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이후 승인율이 90% 이상인 산재 신청이 그때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 모든 게 잘못됐던 때다. 무엇보다 절망스러웠던 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거였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예전에는 본사 전환의 꿈이 있었어요. 그런데 80%가 여성 기사들인데도, 본사로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였어요. 관리자들도 다 남자였거든요. ‘여기는 답이 없구나. 내가 아무리 해봤자 올라갈 수가 없구나.’”


이제 본사직 전환이 될 수 있겠구나

유경 씨가 퇴사를 고민하던 즈음인 2017년 9월 22일.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의 언론보도로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가 알려지고 석 달이 지난 후였다.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불법파견으로 일해 온 제조기사(제빵기사, 카페기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 지시하고, 미 이행 시 사법처리와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5천 명 제조기사들의 연장수당 미지급 금액 110억 원에 대해서도 시정지시를 했다. 유경 씨는 그동안 받지 못한 연장수당 9개월분 3백만 원을 돌려받았다. 천만 원 이상을 받은 기사가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즈음 노동조합(파리바게뜨지회)이 만들어졌고, 순식간에 1,000명의 기사가 가입했다. 유경 씨도 가입했다.

“‘이제 본사직 전환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 안 나가고 버티려고 했어요. 근데 SPC가 직접고용은 하지 않고 그해 10월에 해피파트너즈라는 자회사를 만들더니 한국노총 노조를 만든 거예요. 그러면서 아수라장이 됐죠. 본사 관리자들이 직접고용 포기각서랑 해피파트너즈 근로계약서를 쓰라고 직원들을 쫓아다니면서 괴롭혔어요. 저는 본사직으로(직접고용으로) 전환하려고 그걸 쓰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관리자가 저한테 그래요. ‘너는 국제산업 소속인데, 근로계약서를 새로 쓰지 않으면 일할 수가 없다. 모든 점주가 해피파트너즈와 계약서를 썼는데, 해피파트너즈에 도급비를 주지 국제산업에 도급비를 주지 않는다. 그럼 너는 누구한테 돈을 받을 거냐? 그래서 사장들이 너를 원치 않는다.’”


관리자들은 유경 씨를 협박하며 열흘 동안 근무를 못 하게 했다. 여기에 분노한 유경 씨는 이때부터 ‘열혈 조합원’이 됐고, 간부 역할까지 맡게 됐다. 하지만 법에서도 인정한 파리크라상 직접고용의 길은 험난했다. 당시, 해피파트너즈의 관리자들이 만든 노동조합은 파리바게뜨지회가 기자회견 하는 장소에 와서 ‘우리는 직고용을 반대한다’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는가 하면, ‘자신들이야말로 기사들을 위한 진정한 노동조합’이라며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홍보 활동을 했다.

“그러면서 많이들 자회사로 넘어갔고, 자회사 합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던 거죠.”


이 문제는 2018년 1월 11일, 노사·시민사회단체·정당(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이 함께 하는 이른바 ‘사회적 합의’로 일단락된다. ▲파리크라상의 자회사인 ‘PB파트너즈를 설립하여 고용하는 것으로 직접고용 문제 정리 ▲3년 내에 본사직과 임금을 맞추는 것으로 차별 임금 해소 문제 정리 ▲부당노동행위를 시정하고 불법파견과 관련한 사회적 논란에 대한 사측의 유감표명 ▲임금 꺾기로 발생한 체불임금 조속히 지급 ▲‘파리크라상-가맹점주-노동조합’ 간 협의체 구성‧운영 등이 합의의 내용이었다. 이를 통해 SPC는 530억 원에 달하는 불법파견 과태료를 면제받았다.

SPC는 파리크라상이 5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PB파트너즈’를 만들어 2018년 1월부터 제조기사들을 고용해오고 있다. 기존 11개 협력업체는 새로운 자회사 산하 8개 사업부로 재편됐고, 불법파견과 임금 꺾기의 책임자들은 사과 한마디 없이 자회사의 지역사업부 책임자로 다시 들어왔다. 달라진 것은 없다.

“예전처럼 QSV가 저희한테 업무지시를 하지는 않지만, 파리크라상에서 지금도 품질평가와 교육, 매장 위생 점검은 계속하고 있어요. PB파트너즈는 자기들도 인정하는데, 그냥 인력회사에요. 11개로 쪼개져 있던 인력회사를 하나로 뭉쳐놓은 큰 인력회사가 생긴 거죠. 우리 도급비로 거기 사무실 직원들 인건비까지 책임지는 구조에요.”


이제 투쟁 2막을 시작합니다

“구인 공고에는 기사들 연봉이 3,700만 원 이상이라고 나오는데, 그렇게 받고 계세요?”

“아니요. 저희는 기본급으로만 따지면 최저임금이 안 돼요. 통상시급 항목들을 다 합쳤을 때,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게 나오거든요. 기사들 대부분이 한 달에 6번 정도 쉬고, 240만 원 정도를 받아요. 310만 원(연봉 3,700만 원)을 받으려면 정말 하루도 안 쉬고 일해야겠죠.”


  연대온 한화생명 보험설계사 노동자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는 단식농성 40일차 임종린 지회장 [출처: 연정]

2021년 4월 1일, SPC는 ‘피비파트너즈 비전 선포식’을 열고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를 선언했다. SPC는 ‘PB파트너즈’가 지난 3년간 임금을 총 39.2% 인상했고, 휴무일도 협력사 소속 당시에 비해 30% 이상 늘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PC는 노동조합이 제안한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 주장을 검증하는 공개 토론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SPC가 합의 주체도 모르게 합의 이행을 선언한 그 셀프 선포식에 대해 저희가 자료를 받은 게 없거든요. 합당한 자료가 있으면 우리도 인정을 하겠다고 하는 건데, 아직까지도 자료를 안 주고 있어요. 이맘때, SPC가 노조파괴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요. 저희가 750명에서 800명대로 조합원을 계속 유지해왔는데, 작년 3월부터 4개월 동안 매월 100명 이상씩 탈퇴서가 들어왔어요. 지금 남은 조합원이 200명이에요. 이제 더 이상 탈퇴할 조합원이 없으니까 회사에서 조합원들을 괴롭혀서 퇴사시키려 한다는 제보도 들어온 게 있거든요.”


그동안 진급 차별을 미끼로 관리자가 노조 탈퇴를 종용하거나 육아휴직 중인 직원의 불안감을 이용해 탈퇴를 종용한 일 등이 있었다. 심지어는 노조 탈퇴서 위조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7월에는 “민주노총 0%를 위해 금품 살포를 했다”라는 중간 관리자의 증언도 있었다.1 파리바게뜨가 어떤 일터가 되면 좋겠는지 묻자, 유경 씨는 그저 법에 명시된 휴무와 모성보호, 회사가 했던 약속을 지켜주면 된다고 했다.

“‘내가 저 차에 치이면 오늘 출근 안 해도 되겠지’ 하는 기사님도 봤는데, 너무 슬픈 얘기예요. 내가 갖고 들어온 꿈은 다 무너지고 괴로움만 남은 거잖아요.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휴가도 갈 수 있고, 점심도 먹을 수 있고, 오늘은 어떤 케이크를 디자인할까 생각하면서 즐겁게 빵을 만들 수 있는 일터. 그래서 출근하고 싶은 직장이 되면 좋겠어요.”


임종린 지회장의 단식농성은 13일이 더 이어져, 5월 19일 53일 차에 마무리됐다. 임 지회장은 이번 단식농성을 하면서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분노와 절망을 경험했다고 했다. 십여 차례 사측과 교섭을 했지만, 여전히 문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사측은 법적 대응을 운운하고 있다. 임 지회장은 힘든 일도 많았지만, 매일 함께해준 동지들과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하며 연대해준 많은 시민 덕에 단식농성 53일을 잘 버텨낼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조합원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마라, 우리 조합원을 더 이상 차별하지 마라.’ 제가 단식에 들어가면서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한 말입니다. 그러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괴롭힘과 인간적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함께 해주신 조합원께 미안합니다. 정말로 미안합니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지난 5년간 꿋꿋이 자리를 지킨 우리 조합원을 믿고 다시 힘을 내겠습니다. 우리를 지지하고 도와주는 시민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그분들을 믿고 함께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투쟁 2막을 시작합니다.” (임종린 지회장의 단식농성 마무리 발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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