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도 할 수 없는 노동자, 사회복무요원

[워커스 상담소]


사회복무요원?

병역법 제2조 제1항 제10호, 제5조 제1항 제3호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또는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에 따라 설치된 사회복지시설에서 공익적 수행에 필요한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문화, 환경·안전 등의 사회서비스업무 및 행정업무 등의 지원을 위해 소집돼 공익 분야에 보충역으로 복무하는 사람을 말한다. 1995년 제도 도입 시에는 공익근무요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했고, 2013년 12월 4일부로 사회복무요원으로 명칭이 변경됐으나 아직 ‘공익’이라고 불리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병역 신체검사에서 1~3급 현역 판정이 아닌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청년들을 다양한 공익 분야에 복무하도록 설계된 사회복무요원 제도가 전혀 공익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제도의 모순과 더불어 군인도, 노동자도 아니라는 사회복무요원의 법적 지위에 대한 병무청·노동청의 이중적 태도로 사회복무요원 노동자들은 법의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폭언, 부당대우, 부당업무지시, 괴롭힘 등에 노출돼 있다.

선택권을 줬기에 강제노동(강제 복무)이 아니다

지난 4월 20일 국제노동기구(ILO) 29호 협약(강제 또는 의무 노동에 관한 협약)이 발효하면서 군 대체복무, 그중에서도 사회복무제도의 정당성이 다시금 뜨거운 감자가 됐다. ILO 협약 제29호는 ‘비자발적으로 제공한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순수한 군 복무와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까지만 강제노동 예외로 본다. 즉, 전적으로 군사적 성격의 노동 또는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협약 위반이다. 그러나 정부는 신체검사 4급 판정자에게 현역 복무 선택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을 단행하면서, (현역 복무 또는 사회복무요원 복무) 선택권을 줬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사회복무요원의 법적 지위는 어떤가? 대법원은 “국군조직법 제4조에 의하면 군인은 전시와 평시를 막론하고 군에 복무하는 자를 말하므로, 공익근무요원은 (…) 소집되어 군에 복무하지 않는 한 군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고 판시2)한 바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더라도 사회복무요원은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무를 수행하는 자로서 공무원에 준하는 공적 지위를 가질 뿐3)이다.

결국 위 대법원판결 및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이 군인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정부의 입장에 따르면 군인 신분으로 현역 복무를 선택하는 대신 ‘자발적으로’ 공무원에 준하는 자의 신분으로 사회 복무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이 하는 이상한 노동

지난 3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의 설립 신고에 대해 “사회복무요원은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공무원에 준하는 공적 지위를 가지므로 노조법 제2조 제1호의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라며 설립신고서 일체를 반려했다. 그러나 이 반려 처분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명제가 필요하다. ①공무원에 준하는 공적 지위를 가진 자는 노동관계법상 노동자가 될 수 없다. ②사회복무요원이 제공하는 노동의 실질에 비추어 볼 때, 근로기준법 및 노조법상 노동자가 하는 노동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이 명제는 모두 타당하지 않다.

  지난 3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에 보낸 노동조합 설립신고서 반려 공문. [출처: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

먼저, 대한민국 헌법 제33조는 공무원 또는 주요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아닌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동조 제2항 및 3항은 공무원 및 주요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노동권의 범위를 정할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공무원의 신분을 갖지 아니한 사람이 공무를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국가공무원법 제66조에 의하여 노동3권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4하며 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자에 대해 개별 법률에 따라서만 노동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어느 법률에서도 사회복무요원의 노동권을 제한한다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명제 1번은 틀린 것이다.

또한,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결5의 판단 근거에 비춰, ▲병역법 제31조 제4항에 따라 복무하는 국가기관·지자체·공공단체 또는 사회복지시설 기관장의 지휘·감독을 받는 점 ▲병역법 시행령 제58조에 따라 1일 근무 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지정된 점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케 할 수 없어 일신전속적이라는 면에서 근로계약의 본질적 특성과 동일한 점 ▲근무 일수를 기준으로 산정된 월 보수를 고정적으로 지급받는 점 ▲복무 기관장의 허가 없이는 업무시간 외에도 겸직할 수 없는 등 소속기관에 전속돼 근무하는 점 등은 사회복무요원이 노조법상 노동자뿐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명제 2번 역시 타당하지 않다.

노동자성 인정:
사회복무요원 제도 폐지를 위한 반격의 서막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 설립 이후 노조 설립 신고, 설립 신고 반려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 사회복무제도 폐지를 위한 집회 및 기자회견, 사회복무요원 제도 폐지 요구 국제청원 등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사회복무요원 제도의 실태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를 노동조합에서 자체적으로 주관해 진행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공무원에 준하는 자’가 되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에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병무청과, 정해진 월급을 받으며 출퇴근하고, 겸직도 불가능하지만, 노동자도 아니라는 노동청의 무책임한 대응을 넘어 궁극적인 목표인 사회복무요원 제도 폐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전국 각지 사회복무요원들의 이름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자를 노동자 아닌 자로 둔갑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은 사회. 노동자의 이름과 권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이 넘쳐나는 시대. 모두의 권리와 노동권이 주요 의제로 등장한 세계에서 사회복무요원의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것은 정부 기관의 이중적 태도에 더 이상 좌절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것을 알리는 반격의 서막이다.


노동자는 노동자고, 사회복무요원이 하는 것은 노동이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사회복무요원을 선택한 적이 없으며, 국가의 필요와 자본의 논리로 착취되고 있을 뿐이다. 진실은 여기에 있다. ILO 29호 협약에 위배되는 강제노동을 폐지하라.


사회복무요원 실태조사(링크)


[각주]

1) 필자는 지난 3월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고, 수술 후 재활로 복무 중단 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현재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 대법원 1997. 3. 28. 선고 97다4036 판결
3) 헌법재판소 2016. 10. 27. 선고 2016헌마252 결정
4)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08마1753 결정
5)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5 판결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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