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집회? 즈그가 행해야 될 걸 즈그가 캠페인을 해요”

[연정의 바보같은 사랑](151) 내부고발 해고, 10년째 투쟁중인 기아차 판매노동자 박미희 씨 이야기 ③

건전한 집회문화 정착 촉구하는 ‘알박기 집회’?

6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앞. 버스에서 내리는데 강렬한 시선이 느껴진다. 20m는 될법한 거리에서 시작된 시선이 내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감시한다. 현대기아차 회사 상호가 적힌 표지석은 천으로 덮여있고, 그 앞에는 소음측정기 한 대와 캠코더 두 대가 놓여있다.

검정색 티셔츠 위에 ‘노사함께 고객함께 글로벌 자동차’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남성들의 모습도 보인다. 20~30대 정도로 추측되는 이들이 “국가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전한 집회문화 정착 촉구” 현수막을 들고 현대기아차 앞에 두 팀으로 나누어 서있다. 현대기아차가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한 사람(이하 ‘용역’)들이다. 3년 전 KBS의 잠입취재로 확인된 이들의 하루 일당은 14만 원이었다. (“현대차 10년 넘게 ‘알박기 갑질’…법도 인권도 무시”, KBS 뉴스, 2019.01.03.) 바로 눈에 띄는 용역 인원만 10명이 넘는다. 2~3시간마다 교대하는 것을 감안하면 평소 하루 인원이 20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에서 판매하는 상품에는 이 들의 인건비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6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 회사명이 쓰인 비석 앞에 현대기아차가 고용한 ‘알박기집회’ 용역들이 현수막을 들고 서있다. [출처: 연정]

이들이 일당을 받고 공식적으로 하는 일은 ‘집회’. 하지만, 몇 시간을 있어도 여느 집회에서 들을 수 있는 구호나 발언 한 번 들을 수 없다. 연대를 오는 사람도 없고, 자신들이 들고 있는 현수막 내용을 알리려는 의지도 없다. 언론사의 취재도 원치 않는다. 이들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이곳에 일인시위나 집회를 하러 오는 사람들의 피켓을 가로막거나 집회를 못하게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주변을 오가는 시민들을 24시간 감시하고 촬영한다. 몇 대의 CCTV도 설치되어 있다. 누군가 쳐다보거나 사진이라도 찍을라치면 욕을 하고 캠코더로 촬영을 한다. ‘진짜 집회’를 막기 위한 이른바 ‘알박기집회’다. 같은 목적으로 현대기아차가 인도에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화분들은 보도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보행에 불편을 초래한다.

현대기아차 용역들은 매일 밤 12시 서초경찰서로 가 현대기아차 본사 주변 전체에 1순위로 집회신고를 한다. 현대기아차는 본사 앞 집회를 막기 위한 ‘알박기 집회’를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중복신고가 있는 경우, 먼저 신고한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을 악용한 것이다. 서초경찰서는 십여 년간 이들의 집회신고를 받아주고. 이들의 집회를 1순위 집회라며 보호해주고 있다. 박미희 씨도 ‘알박기 집회’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현대기아차가 서울 양재동 본사 앞 인도에 설치한 대형 화분들 [출처: 연정]

현대기아만큼은 받아주고 있는 거예요

“건전한 집회문화 정착? 즈그가 행해야 될 걸 즈그가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저기 용역들 현수막 들고 있는 자리(현대기아차 본사 오른쪽 하나로마트 양재점 후문 앞) 작년 6월 까지 제가 집회하던 자리에요. 이게 뭐하는 건지 나 정말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어요. 전국에서 이런 알박기 집회 하는 곳은 여기 밖에 없을 거예요. 삼성에도 알박기 집회가 폐지됐거든요. 지금은 어느 경찰서든 기업에서 알박기 집회신고 하러 가면 안받아준대요. 그런데 서초경찰서가 현대기아만큼은 받아주고 있는 거예요. 집회는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기 때문에 하면 받아준다 이런 거죠.”


내가 박미희 씨를 만나자 용역이 캠코더를 들고 촬영을 한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 누구나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우연히 이 길을 지나다가 회사 건물이나 용역들을 쳐다보거나 그 앞에 잠시 서있기라도 하면 검정티셔츠를 입은 용역들이 촬영을 시작한다. SNS에는 현대기아차 ‘알박기집회’ 장면을 촬영하다가 물리적인 제재를 당하고 불쾌감을 느꼈다는 시민들의 경험담도 올라온다. 필자도 예외일 수 없다.

“왜 찍어? 왜 찍냐고!!”


필자와 스무 살 이상은 나이 차이 날 법한 용역 한 명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지른다. 한쪽에선 다른 용역이 미희 씨와 나를 계속 촬영하고 있는데, 어이가 없다는 말 외에 다른 설명을 하기가 어렵다.

“반말하고 욕하는 건 예사에요. 힘으로 집회 못하게 막고, 내 집회 물품 마음대로 옮겨가지고 다 망가뜨려 놓고. 나는 저그 하는 걸 녹음하고 찍을래도 여유가 없어서 하지도 못해요. 서초경찰서는 신고해도 잡아주지도 않고, 집회 1순위라고 용역들만 보호해요. 이게 뭐하는 짓인지 나 정말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어요.”


미희 씨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어쩌다 한 번 와서 당한 일도 불쾌하고 화가 나는데, 미희 씨는 10년 째 이곳에서 거의 매일 현대기아차 용역들의 폭언과 폭력을 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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