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창구단일화 논란 10년…다른 나라의 교섭제도는?

10년간 반복된 어용노조 설립과 부당노동행위

노조파괴의 수단이 돼온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다. 지난 2020년 발의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폐지하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현장에서는 설립 취소된 어용노조가 버젓이 다시 세워지는 일도 있었다. 금속노조와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은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교섭창구단일화 폐지로 새로운 복수노조 시대를 준비하는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교섭창구단일화로 노조탄압 문제가 발생한 사업장의 조합원들이 참석해 증언을 했다.


발제를 맡은 조이현주 변호사(노동자권리연구소, 법무법인 여는)는 지난해 민주노총 법률원 부설 노동자권리연구소가 진행한 ‘해외 교섭제도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한국의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재검토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라고 비판했다. 해당 연구는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의 교섭제도를 대상으로 했다.

앞서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는 현행 노조법상 교섭창구단일화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당시 이 제도가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 근로조건을 통일하고자 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적절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조이현주 변호사는 미국 교섭제도와는 제도 목적이 다르고 독일·프랑스 교섭제도의 경우엔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쟁의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타적 교섭제도를 취하는 미국 제도의 목적이 노조 간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교섭체계 구축이나 근로조건 통일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사용자의) 단체교섭의무를 제도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목적”이라며 “노동조합이 단체교섭권을 갖는 우리 제도와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 이를 바로 한국의 입법 목적으로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라고 했다. 미국은 개인이나 노동단체도 교섭대표가 될 수 있는데, 교섭대표 지위는 노동자의 다수결 지지로 결정된다.

또한 그는 독일과 프랑스 교섭제도의 경우 “단체 교섭을 할 수 있는 주체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맞지만 그 제한이 비단 조합원 수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을 아니고 각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여러 노조가 교섭을 할 수 있다”면서 다만 “같은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 간에 기본적인 효력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한 일정한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점은 “쟁의권 박탈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조이현주 변호사는 헌재가 교섭창구단일화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이유 중 하나로 자율교섭제도로 인한 세력다툼이나 분열을 통한 교섭력 약화를 든 것에 대해 “근거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율교섭을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서 발생한 노조 분열의 특징은 장기 쟁의를 거치면서 발생했다며 “장기 쟁의에 반대하는 집단이 노조를 탈퇴하면서 조합 분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단체교섭 자율주의와 조합분열의 관련성을 찾을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어떤 사례가 한국에 적절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조이현주 변호사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어떤 부분이 적합하고, 어떤 것이 최소한으로 보장돼야 하는 제도여야 하는지를 계속 주장하는 과정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 없이 어떤 제도가 한국에 가장 적합하고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노동3권을 보장하는 헌법의 특성을 무시하고 제도를 설계하면 항상 위헌성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노동3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합원이 1명이라도 많은 노조는 단체 교섭권을 배타적으로 행사하고 그 외 노조는 단체교섭권이 사실상 박탈되는 제도 △교섭대표노조가 아닌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은 자신이 가입·선출하지도 않은 교섭대표노조(대표자)가 체결한 단협에 따라 근로조건이 규율되고,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참여권도 동등하게 보장되지 않는 제도 △교섭대표노조가 아닌 노조는 쟁의권도 박탈되는 제도 등으로 정리했다.

이동한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발제에서 노동법 현대화를 위해 산별교섭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별교섭이 제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조합의 조직 형태에 관계없이 사업(장) 단위로 교섭창구단일화를 강제하면, 기업별 교섭이 법적으로 강제되는 결과가 된다”면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그리고 단체행동권은 유기적인 권리로서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기 때문에 교섭 단위에 대한 법적 제한은 결과적으로 조직 형태의 제약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어용노조 설립과 부당노동행위


이어진 현장 증언에서는 어용노조에 대응해 싸워온 금속노조 사업장 노동자들이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현장에서는 어용노조에 대한 설립 취소가 이뤄져도 다시 어용노조가 세워지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었고, 창구단일화 절차로 인한 부당노동행위도 판을 치고 있었다.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노조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금속노조 대양판지지회 사업장은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최초로 어용노조를 직권 취소했으나, 또다시 어용노조가 만들어졌다. 윤상한 대양판지지회 지회장은 “직권취소는 21년 3월 4일 이뤄졌고, 직권취소 바로 2주 전인 21년 2월 23일에 또 하나 노조가 탄생했다. 멤버는 직권 취소된 어용노조와 같다”면서 “다시 세워진 노조와 재경합을 펼치게 됐다. 이미 마라톤을 뛰고 돌아온 상태에서 더 이상 여력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회사 주도의 기업노조 설립이 무효라는 대법원판결을 받은 유성기업은 금속노조가 교섭권을 회복했으나, 기존에 체결된 임금, 단체협약은 그대로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데 유성기업은 10년을 투쟁해야 했다. 김성민 유성기업 영동지회 지회장은 “유성기업의 제2 노조는 지난해 대법 판결로 완전히 해산했다. 그러나 어용노조는 새 노조라는 이름으로 아직 회사의 관리 아래에 있다”면서 “대법원판결이 10년이 걸렸다. 그동안 유성기업에서는 정신질환으로 수십 명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처리를 받았다. 유성기업이 굉장히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드러났던 것이고 제대로 말조차 하지 못하는 노조들은 아무것도 못 하고 쓰러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남덕 콘티넨탈지회장은 회사가 필요에 따라 개별교섭과 대표교섭을 선택하면서 노조 활동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콘티넨탈, 보쉬전장의 경우 금속노조가 다수 노조였지만, 3년에 걸쳐 고의로 교섭을 지연시키면서 기업노조와는 개별교섭을 통해 조기 타결했다”면서 “심지어 기업노조로 갈아타면 ‘성과급과 임금 인상분을 지급’해 기업노조로의 노조 가입을 회사가 유도했다. 금속노조로 다시 소속을 바꾸면 이미 인상된 임금 환급을 강요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100인 이하 사업장인 현대필터에서는 노조 무력화를 위해 징계위원회를 활용했다. 조경영 현대필터산업분회장은 “출근 후 몸이 아파 연차 허가권을 제출하고 병원에 갔음에도 근무지 이탈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현장에서 관리자가 여성 조합원에게 폭언하는 것을 말렸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기도 한다”면서 더 큰 문제는 “교섭대표노조가 아니라는 이유로 분회를 징계위원회에서 철저하게 배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금속노조에 따르면 노조의 460여개 전체 사업장 중 복수노조 사업장은 120여 개다. 신규사업장의 둘중 하나는 복수노조고, 소수노조의 경우에는 3분의 2가 복수노조다. 권수정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10년 동안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경험한 결과, 고용노동부 주장과 다르게 교섭의 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산별노조를 법제화하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만약 그 외에 다른 방안이 있다고 하면, 이제 구체적으로 대안을 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은경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사무관은 “교섭창구단일화제도의 위헌성 관련 2021년도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다시 한번 결정을 내릴 것이다. 노동부는 이 제도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에 대해 공감을 한다”면서 “어용노조 설립이나 부당노동행위의 처벌강화 등에 대해서 교섭창구단일화 폐기보다는 그동안 문제가 됐던 것에 대해 다시 심각하게 고민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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