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저울, 피해자를 범죄 집단으로 만들다

[기고] 아사히비정규직지회의 8년 투쟁과 사법부의 행태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하 비정규직이제그만)’은 지역과 업종을 넘어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직접행동을 아래로부터 건설하기 위해 만든 자발적인 공동행동 모임입니다. △모든 해고 금지! 모든 노동자에게 4대보험 적용!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노조법 2조 개정) △‘누더기’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비정규직 철폐! 등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투쟁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제그만’에서 매달 발행하는 온라인 소식지 기사 중 ‘비정규직의 외침’과 ‘투쟁소식’을 2월호부터 비정규직이제그만 공식 블로그(https://blog.naver.com/stopprecariouswork)와 <민중언론 참세상>에 동시게재합니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의 8년간 투쟁에서 이해할 수 없는 재판과정과 사법부의 행태를 얘기해 보려 한다. 너무나 비상식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과정들로 피해자가 오히려 범죄 집단으로 뒤바뀌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어느 영화 속 대사가 생각났다. 긴 시간의 경험으로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2015년 7월 21일, 아사히비정규직지회는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으로 아사히글라스를 노동부에 고소했다. 그해 8월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5,200쪽이나 되는 불법파견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2년 넘는 시간 동안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 2017년 9월 22일 노동부는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을 인정했고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아사히글라스는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노동부는 11월 27일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아사히글라스에 17억 8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출처: 비정규직 이제그만]

검찰은 달랐다. 투쟁으로 만들어낸 기소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도 불구하고 12월 22일 김천지청의 담당검사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우리는 담당검사를 직권남용으로 고소하고 바로 항소했다. 그리고 대구지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역시나 담당검사를 고소한 사건은 바로 기각됐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였다. 불법을 눈감아도 검사는 절대 처벌받지 않는다는 듯이 말이다.

​2018년 5월 14일 대구지검은 재수사 명령을 내렸으나 별다른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12월 27일 대구검찰청에 기소촉구를 위한 지검장 면담을 요구하며 로비점거 투쟁을 벌였다. 2019년 2월 13일 우리의 사건은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로 넘어갔다. 마침내 2월 15일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아사히글라스와 하청업체를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으로 기소했다. 증거자료가 넘쳐나도 투쟁 없이는 기소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과태료 처분도 면제 판결

​이뿐만이 아니다.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부과된 과태료 처분에 대한 아사히글라스의 이의제기 행정소송에서 과태료를 면제해주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2021년 10월 18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다툼이 있고 아직 대법 결정이 나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 형사재판에서 처벌받았고 이중 처벌할 수 없다”라고 판결했다. 담당 판사의 논리대로라면 이 사건 또한 대법 판결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결과를 보고 판결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과태료 부과를 없앨 아무런 명분이 없음에도 그냥 판결을 내렸다.

​담당검사는 항소도 하지 않았다. 검사를 찾아가서 항소하지 않은 이유를 따져 물었다. “판사의 판결을 존중한다. 그리고 큰 액수의 과태료는 기업경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일하는 근로자를 위해서 항소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노동자에게는 아무리 작은 사건도 항소를 안 한 적이 없는 검사의 답변이 우스웠다. 검사 스스로도 부끄러울 거라 위안을 하며 돌아섰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재판 과정

​2020년 6월 24일 근로자지위확인소송 2심 재판이 개시됐지만, 판사는 불법파견 형사재판 결과를 보고 진행하겠다고 했다. 2021년 8월 11일 불법파견 형사재판에서 아사히글라스 원청의 전 대표이사에게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불법파견으로 제조업 최초의 징역형 선고였다.

​민사 2심 재판이 시작되었다. 사측은 시간 끌기로 증인심문을 요청했다. 그런데 증인심문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 측 변호사가 증인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판사가 개입하기 시작했다. 증인을 호통치는가 하면 증인에게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라는 것이었다. 우리 측 변호사가 사실 여부를 묻는 과정에서 증인이 얼버무리며 대답을 회피하는데도 판사는 길게 답하지 말라고,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고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에 항의하자 판단은 자기가 하는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 측 변호사에게도 호통을 쳤다.

형사재판 이후 임금상당 손해배상 소송 또한 심리를 종결하고 선고일까지 잡았음에도 사측의 변론이 받아들여졌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됐다.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무시됐다. 이럴 거면 왜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피해노동자의 락카칠이 불법파견 범죄보다 중죄?

​2019년 6월 아사히비정규직지회 4주년 투쟁 결의대회 때 참가자들은 아사히글라스 정문 앞 도로에 락카 페인트로 ‘법원 판결 이행’, ‘비정규직 철폐’ 등을 칠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정식 기소했다. 보통은 약식명령 벌금을 부과하는데도 말이다. 타깃으로 누군가를 걸겠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며 재판을 진행해 갔다. 아니나 다를까 2022년 5월 19일, 검찰은 지회장 차헌호 징역 10월, 나머지 4명에게는 각각 벌금 300~400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불법파견 형사 재판에서 아사히글라스 일본대표 하라노타케시 징역 6월, 아사히글라스 법인 벌금 2000만 원, GTS대표 정재윤 징역 4월, 하청업체 GTS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출처: 비정규직 이제그만]

[출처: 비정규직 이제그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법원의 판결을 이행하라는 노조의 항의 행동이 불법파견의 죄보다 무겁단 말인가? 집회 신고 된 장소였고, 기업에 어떠한 피해도 없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어떻게든 걸어보고 싶었던가 보다.

​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 현실임을 깨닫고, 법은 권력, 돈을 가진 자들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8년간의 생활은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생겼기에 조급하지 않고 한발씩 나아가고 있다. 끝은 아무도 모른다. 법은 결과가 아니다. 그냥 지금처럼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 믿는다. 공단에 핀 들꽃은 짓밟혀도 다시 일어날 것이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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