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을 꿈꾸는 쿠팡, 노조 탄압도 닮았다

[인터뷰] 쿠팡물류센터에서 노조하다 해고된 정성용 분회장, 최효 부분회장을 만나다

  쿠팡 로비 농성장을 찾은 연대자들과 정성용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분회장(왼쪽에서 두번째)

지난달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서 노조 조직화에 나선 뉴욕의 노동자 2명이 해고됐다. 아마존은 해고자들이 회사의 생산성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고 해고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또 다른 아마존의 조치는 1994년 설립 이래 30년 가까이 이어진 아마존의 무노조 경영의 일환일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아마존은 해고자들이 노조를 설립한 뉴욕 아일랜드의 물류센터 ‘JFK8’ 소속의 관리자들까지 해고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해고된 관리자들은 6명 이상으로, 이들 중 상당수는 노조 설립을 저지하는 업무를 맡았다. 아마존은 해고 관리자들의 운영과 리더십을 평가한 결과라고 운운했지만, 노조 설립을 막지 못한 책임이라고 보는 언론의 분석이 보편적이다.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 역시 비슷한 노조탄압 사건이 진행 중이다. 아마존은 아마존노조의 홍보국장을 해고했다면, 쿠팡은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분회장을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했다. 그리고 인천부분회장과 부천분회 조직부장까지 각각 6월 30일, 7월 30일로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지난해 6월 결성돼 1년째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리고,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요구하는 활동을 해왔다. 노조 결성 1년 만에 주요 간부들이 해고되면서, 쿠팡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시금 물음표가 붙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확산, 물류창고 화재 사건, 노동자 사망 등으로 수차례 구설에 오른 쿠팡이 이제 발걸음을 뗀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에 어떤 영향을 줄까. 지금까지는 각별한 언론 대응과 홍보로 위기를 넘겨왔지만, 이미 불매 등으로 나타난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쌓이고 있다.

<참세상>은 지난 27일 쿠팡 물류센터에서 해고된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정성용 인천분회장과 최효 인천부분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해고된 상황과 노조 탄압을 바라보는 현장의 분위기, 투쟁 계획 등을 물었다. 인터뷰는 서울 잠실 쿠팡 본사 1층 로비에서 진행됐다. 쿠팡물류센터지회 등은 지난 23일부터 서울 잠실 쿠팡 본사에서 ‘폭염대책마련! 생활임금보장! 노조할 권리 쟁취! 부당해고 철회!’ 등을 요구사항으로 걸고 로비 농성 중이다.

앞서 해고된 조합원 2명… 계약 만료 사유는 ‘노조 조끼’ 착용?

-이번 계약 해지를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간부만 계약 만료 통보를 받은 건가?

  저녁 선전전 중인 최효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부분회장

최효 부분회장(이하 최효) 제가 있는 인천1센터에서 지난 4월 초 두 명의 조합원이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조합원들은 결근, 지각, 조퇴 단 한 번도 없이 근태가 완벽했는데 회사는 계약만료 사유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과 같은 시기 입사한 비조합원들은 무리 없이 무기계약직으로 연장됐다. 두 조합원은 퇴사하고 노조까지 탈퇴했다. 제가 노동위에 구제신청하면 복직할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퇴사를 선택했다.

-퇴사를 선택한 이유를 뭐라고 보고 있나?

최효 쿠팡이 2년 이상 상시 근로한 노동자를 자르는 게 불법인데도, 많은 노동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조합원 해고의 경우 본질은 직장 내 괴롭힘이고 부당노동행위다. 해고된 조합원들은 냉난방 설비 설치를 요구하는 피케팅을 했을 때, 저와 함께 노조 조끼를 입어주신 분들이다. 그때 제가 관리자로부터 심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였는데, 그런 중요한 순간 조끼를 입어주신 일이 저에겐 너무 큰 힘이 됐다. 그런데 노조 조끼 입고 함께 피케팅을 한 게 해고로 돌아왔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계약 만료로 인한 해고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이전에도 소위 블랙리스트가 있었다. 노조원이 아니어도 비일비재하게 계약해지가 일어나고 있나?

  정성용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분회장

정성용 분회장(이하 정성용) 현장에선 해고라고 이해되지도 않는다. 재계약이 안 되면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쉬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실업급여를 받아도 임금과 비슷한 수준을 받아서 생활에 당장 큰 타격은 없다. 쿠팡 물류센터가 그만큼 저임금이라는 거다. 또 쿠팡은 언제나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계약직이든 단기든 쉽게 다시 일할 수 있는 것도 이 현장의 특성이다. 재계약이 안 돼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도 투쟁이나 법적 대응이 가만히 있는 것보다 불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아무도 싸우지 않는다.

-실업급여가 쿠팡의 상시적 해고를 지지해주고 있는 건가

정성용 그런 지점에서 쿠팡이 실업급여라는 세금을 사회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본다. 회사가 노동자의 건강권과 노동권, 나아가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것이 맞는데 나라에 전가해버리는 꼴이다. 그리고 개인에겐 저항하지 않는 선택지를 주게 되고, 그게 나은 선택인 것처럼 보인다는 효과를 만들고 있다. 또 그만큼 회사가 말이 통하지 않고, 맞서 싸우기 어려운 거대한 상대라는 인식이 뿌리 깊다.

같은 시간, 정성용 분회장과 최효 부분회장에게 송파경찰서로부터 출석을 요구하는 문자가 왔다. 송파경찰서는 씨비알이코리아 주식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유한회사가 업무방해죄, 공동건조물침입죄, 공동퇴거불응죄로 고소했기 때문에 소환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사 문제에 공권력이 빠르게 투입돼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을 압박하고 있었다. 반면 쿠팡이 저지른 부당노동행위와 관리자의 폭언, 갑질, 성희롱 등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고 있을까. 최효 부분회장은 직장 내 괴롭힘의 당사자로서 그동안 여러 번 기자회견 등을 통해 문제제기해 온 바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어떻게 처리되고 있나

최효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전국 센터에서 벌어지는 문제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은 세 사람이었지만 갑질, 폭언, 성희롱 문제는 전국 물류센터에서 일어나고 있고, 센터 자체에서 해결하기 어렵다. 본사 차원에서 관리자 교육이라든가, 징계 등을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하는데 본사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 인천 4센터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노동부의 판단이 있었는데도 관리자가 서면 경고장을 받는 것으로 끝이었다.

  서울 잠실의 쿠팡 본사 로비에서 저녁 선전전에 나선 쿠팡물류센터지회 관계자 및 연대자들

정성용 노동부 태도 역시 문제다. 본사를 관할하는 지청과 면담을 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지만, 각 센터가 있는 지청에서 해결할 문제이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면담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니, 고마운 줄 알라는 투로 이야기해서 기대가 없다.

최효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도 답답하다. 관리자가 ‘노조’라는 말을 입에 올렸을 때, 부당노동행위라고 생각했다. 관리자 3~4명이 저에게 폭격기처럼 질문을 하며 노조 활동을 문제 삼았다. 회사 밖 노조 아니냐, 어디 승인을 받은 거냐는 물음들이 계속됐고 일부 조합원에겐 노조 왜 가입하냐, 하지 마라, 최효랑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 이후엔 피켓팅을 하면 다 같이 퇴근 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는 등의 협박도 했다. 저에겐 이 사건이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부당노동행위 사건인데, 관리자들은 사용자가 아니라고, 말단 노동자라서 이 죄의 성립이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 관리자들을 말단으로 치기엔 현장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현장의 노조 가입 여부가 이들의 태도에 달려있을 만큼 입김에 세다.

분회장 해고 4일 만에, 노동 통제 심해져…노동 탄압 본격화하나

-노조 간부들을 해고까지 한 상황에서 현장을 조직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

정성용 현장의 우려가 크다. 위원장까지 해고했는데, 나라고 살아남을 수 있겠나, 걱정을 할 수도 있고,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움츠려들 수도 있다. 노조의 대표가 현장에 없다 보니 회사가 더욱 공세적으로 우리의 권리를 제한하려 들지 않을까 싶다. 오늘만 해도 조퇴 관련한 공지가 나왔는데 통제가 심해졌다. 24시간 전에 사전 신청을 해야 한다거나, 그렇지 않으면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미리 신고하지 않는 조퇴가 두 번 이상 누적되면 경고하겠다고 했다. 분회장 해고 4일 만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현장의 조합원, 비조합원들이 걱정하는 부분이다.

간부를 비롯해 조합원에게 강조하는 건 우리가 겪어야 할 것을 겪는다는 점이다. 제대로 노조를 해내려고 하기에, 이런 일을 겪는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노조 대표에 대한 탄압이야 언제나 있던 수법 아닌가. 우리가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버티고 나아가는지, 위축되지 않고 우리의 활동을 이어가고 강화해 나갈 것인지가 과제다. 회사를 교섭 자리에 끌어내는 것뿐 아니라 현장 안으로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더 깊이 있게 전달하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

-쟁의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어떤 투쟁을 준비하고 있나.

정성용 부당해고 건에 맞서는 현장 투쟁들과 폭염 대책을 요구하는 투쟁을 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유급휴게시간과 에어컨 등 냉방 설비 설치 요구다. 서명 운동과 현장 리본 달기 등을 통해 이어왔던 요구를 쟁의권을 바탕으로 활발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해고에도 불구하고 이런 투쟁을 해낸다는 것을 보여주고, 노조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쿠팡은 휴게시간을 어떤 식으로 운영하고 있나


최효 식사 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는 휴게 시간이 없다. 센터별로 차이가 있는데 인천 1센터는 1분의 휴게시간도 따로 없다. 매니저한테 왜 우리 센터는 휴게시간이 없냐고 따졌더니 휴게시간이 따로 있는 센터는 공정별로 인원이 많아서 휴게시간을 어떻게 운영하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지 데이터 확보가 충분해서 휴게 시간이 있는 거라고 설명했다. 휴게시간은 일하는 사람의 기본권인데 왜 이걸 생산성과 결부해서 당신들이 결정하냐 따졌지만 차별이 아니라고, 화내지 말라는 답변만 하더라. 다른 센터의 경우 식사 시간 50분, 휴식 시간 20분을 부여하기도 하고, 물량이 없으면 점심시간을 이어서 15분 더 쉬게 해주기도 한다.

습도 70%를 육박하는 현장, 증폭되는 더위…포도당 주고 쓰러지지 말라는 회사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다. 현장의 노동환경은 어떤가.

정성용 기온보다 습도가 압도적이어서 더위를 증폭시키는 상황이다. 인천 4센터는 습도가 70%를 웃돈다. 그야말로 물 속을 걷는 기분이다. 선풍기를 쐬지 않으면 계속 일하기 어렵고, 어질어질한 상태에서 일한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본사는 땀을 많이 흘리면 식염포도당을 먹고 일하라며 비치해두는데 근본적으로 노동자들이 시원한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회사는 얼음물 2백만 개, 선풍기 몇천 대를 이야기하면서 폭염 대책이라고 내놓고 있는데 소용없다. 인당 1병만 가져도 한 달이면 다 먹을 분량이고, 더운 공간에서 그 얼음물이 얼마나 빨리 녹겠나.

-마지막으로 부당해고에 맞서는 각오는?

정성용 회사의 뻔한 수법에 당하지 않겠다. 이 수법이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무너뜨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할 생각이다. 답은 현장에 있다. 당장 조합원이 늘지 않고, 호응이 적고, 제대로 된 활동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을지언정 조급해하지 않고 싶다. 최근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이야기를 들었는데 조합원이 180명 가까이 늘었다가 교섭권을 어용노조에 빼앗기고 3~40명 소수로 활동한 게 3~4년이라고 한다. 그래도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 결국 인정받고 현장을 조직해 1천 명까지 모아 총파업까지 했다. 우리도 조직해야 할 노동자들이 너무 많다. 물류센터만 3~4만 명에 달한다. 차분하게 할 일들을 하려고 한다.

최효 노조 활동이라는 것이 저에겐 벅찬 일이다. 원래 내 그릇보다 큰일로 느껴지고, 현장 활동은 힘들다. 그렇지만 자리를 지킨 건 현장에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일할수록 가난해지지만 이 일이 싫지 않았다. 이 애정을 잃지 않고 현장으로 돌아가는 일이 지금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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