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사내하청 파업 한 달, “우리가 무너지면 모든 조선소 사내하청이 무너진다”

[인터뷰]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회장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이 오늘로 30일째를 맞았다. 7명의 노동자가 선박 고공과 1미터 감옥에서 끝장 농성을 벌인 지도 8일이 지났다. 이들이 요구하는 건 2015년부터 삭감돼 왔던 임금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라는 것. 그리고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노동계와 각계각층의 시민사회, 시민들이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원청인 대우조선과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대화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하청업체 사장단과 원청 관리자, 정규직 노동자 등은 파업 거점을 침탈하며 흑색선전을 이어갔다. 국가 공권력을 투입해 하청 노동자들을 끌어내야 한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24시간 공장 거점을 점거하고 생산을 멈추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은 이례적이다.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은 노조를 조직하기도, 자신의 생존권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은 “이번 투쟁이 성과를 남긴다면, 이후 다른 조선소 사내하청 노조와 노동자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산업은행도 강고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업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이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행동도 확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6월 30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2일 대우조선 앞에서 민주노총 영남권노동자대회 개최를 결정했다. 김형수 지회장은 “중집에 참여해 이 투쟁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펑펑 울었다”라며 “올해는 제대로 한번 끝까지 붙어보자는 것이 조합원들의 결의”라고 설명했다. <참세상>이 30일째 파업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김형수 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회장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대우조선소 내 사내하청 현황을 말해 달라

현장직으로 일하는 정규직이 4천 900명,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는 1만 2,000명 정도다. 사회에서 인식되는 3D업종 종 하나가 조선소다. 그런데 조선소 안에서도 3D업종이 있다. 그 직종에는 정규직 노동자가 없다. 100% 모두 외주화해 하청노동자가 맡는다. 도장, 발판 같이 소위 그라인더를 잡고 힘을 쓰는 업종들이다. 예전에는 정규직 노동자도 있었는데, 몇 년 전 집단 산재 신청 이후 해당 직종에서 정규직이 모두 없어졌다. 약 200명 정도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를 인정받으면서 정규직을 없애버린 거다. 힘든 일을 줄이거나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그 직종에 하청노동자를 채워 넣었다.

하청노동자들도 산재를 입지 않나

하청노동자는 노동조합이 없으니 산업재해를 신청하기 힘들다. 산재를 신청하면 찍혀서 일을 못 하게 될까 봐 그냥 참고 일하거나 사비로 치료받는다. 조선소에 하청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보다 두 배 이상 많지 않나. 그런데 산재 신청률은 정규직의 반도 안 된다. 중대재해 사망사고의 90% 이상도 하청노동자다.

줄어든 임금 30%를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임금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2016년 구조조정 영향으로 임금이 줄었다. 당시 하청업체가 일당 삭감 동의서를 돌리고, 소위 ‘본공’이라고 하는 1차 하청 무기계약직의 상여금 550%를 모두 삭감했다. 이렇게 임금이 줄고, 거기다 일거리도 줄어들다 보니 임금이 많이 하락한 거다. 현장 노동자들이 쉽게 받아들이도록 임금 30% 인상이라고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임금 인상이 아니라 2016년 임금을 회복해 달라는 임금 회복 투쟁이다. 지난 5~6년 동안 최저임금은 계속 오르는데, 하청노동자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 거의 최저임금 수준에 걸려 있다. 사실 임금이 더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하청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 대비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다단계 하청구조도 심각하다. 반면 하청업체 대표들은 ‘다단계 하청구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원청인 대우조선이 있고, 그 밑에 1차 하청이 있고, 또 1차 하청 밑에 물량팀이 있다. 물량팀은 하청업체 사장들이 만든 2차 하청이다. 노동자들은 물량팀에 소속돼 일한다. 하도급법 위반임에도, 2차 하청은 물량을 도급 받아 일당의 일부를 챙긴다. 예를 들어 나흘 동안 진행하는 물량이라고 하면, 3일 반나절 동안 끝내면 돈이 남는 거다. 시간 단축으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는 뼈 빠지게 일해야 하는 구조다. 그런데 하청노동자들은 1차 하청업체 이름이 달린 옷을 입고 일한다. 예전에는 이것도 없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니 회사가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려고 명찰 같은 것을 달기 시작했다.

하청업체와 교섭하면서 답답함과 한계를 많이 느꼈을 것 같다

원청은 자신들과 근로계약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교섭의 의무가 없다고 한다. 파업권을 가지려면 1차 하청과 개별교섭을 해야 한다. 그런데 1차 하청 회사만 96개다. 지난해 6월부터 교섭했다. 현재 파업권을 가진 곳이 21곳이고, 교섭이 진행 중인 곳이 한 곳, 교섭을 준비 중인 곳이 10여 곳이다. 하청업체 사장들은 원청이 기성금 3%를 인상하기로 했다며, 그 이상 인상은 안 된다고 했다. 원청이 안 주는데 어쩌느냐며 선을 긋는 거다. 기성금이 올라도 임금을 올리지 않는 업체도 많다.

그동안 조선 산업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2020년에는 직접 고공농성도 했다. 현재 고용불안은 어떠한가

고용불안은 항상 있다. 현장에 일손이 많이 필요한데도, 지난 4월에 100명이 계약 해지 위기에 몰렸다. 2021년에 노동조합에서 파워공 투쟁을 했었는데, 이때 성과 중 하나가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것이었다. 1년을 근무해야 퇴직금이 나오지 않나. 그런데 회사가 1년 단위 계약을 한 노동자의 계약 기간이 끝나자 이들을 해고하겠다고 했다. 만약 일하고 싶으면 아웃소싱 업체로 가라는 거다. 거기로 보내면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되고, 언제는 아웃소싱 업체와 계약 해지를 할 수 있으니까. 그때 노조가 8일간 파업을 해 막아냈다.

현장에 일손이 많이 부족하다. 과거 정성엽 전 사장이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적이 있다. 거기 보면 대우조선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인력 인프라 방안이 있는데, 당시 3만 명을 제시해 놨다. 그런데 지금 정규직, 비정규직 합쳐서 2만 명도 안 된다. 최근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 생산을 해야 하는데 사람이 없다. 그렇다고 산업은행이 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할 리는 없지 않나. 결국 하청노동자를 고용하려 할 텐데, 임금이 너무 낮아 노동자들이 오지 않는다. 지금도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본인도 해고자 신분 아닌가

지회장이 된 지 23일 만에 해고됐다. 정확히는 2020년 1월 23일에 해고됐다. 노조 간부를 맡았기 때문에 해고한 건데, 회사는 취업 규칙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겨울에 하청업체의 임금 체불과 4대 보험 체납 문제로 노동자들이 2주 넘게 투쟁했다. 당시 투쟁에 결합해 싸우다가 갈비뼈 두 대가 부러졌다. 이걸로 병가를 냈는데 병가 신청서를 늦게 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소장이 직접 사인을 했는데도, 자기가 사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해고됐다. 이와 관련해 행정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회사는 구조조정을 하려고 나를 걷어낸 거였다. 해고되면서 다른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나를 해고하는 것은 당신들을 해고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리고 당신들이 해고당하면 꼭 노동조합을 찾아오라는 글을 A4용지에 써서 회사에 뿌렸다. 그해 약 5천 명 정도의 하청노동자가 구조조정을 당했다. 당시 27일 동안 천막 농성을 진행했고, 마지막 3일은 고공농성을 했다. 끝까지 싸웠던 사람들은 고용 보장을 받았다.

[출처: 금속노조]

노조 활동 보장도 요구하고 있다. 어떤 일상적인 활동 탄압을 받고 있나

우선 지회장의 현장 출입을 막는다. 나와 노조 간부가 현장에 들어가면 회사가 불법 침입으로 고소 고발했고,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이 계속 있었다. 그리고 지난달에 대법원에서 판결이 났다. 노조 간부의 출입을 막지 말라는 판결이었다. 그런데 대법 판결도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까지도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출입을 막고 있다. 내가 사람을 폭행해 들어올 수 없다는 거다. 현장에 들어가려면, 조합원들이 나를 둘러싸고 경비와 싸우며 들어가야 한다. 얼마 전에 출입하려다가 경비들이 막는 과정에서 우리 여성 조합원 한 분이 요추 골절 부상을 입었다. 나이도 많으신데 지금 병원에 입원해계신다.

파업 투쟁 30일 차, 고공 농성 등 끝장 투쟁 10일 차다. 회사와 정규직들의 흑색선전과 탄압 때문에 극단의 투쟁을 벌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파업에 돌입하자마자 대체인력을 투입하려 했다. 당시 현장에서 거점별로 조합원들이 배치돼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조합원들이 대체 인력을 막아서자, 관리자와 구사대 백 명이 들이닥치더라. 파업 대오는 거점별로 열 명 스무 명씩 있는데, 몇백 명이 와서 조합원들을 끌어냈다. 조합원들이 다쳐서 입원하고, 응급실에 실려 가고, 이런 일들이 계속 발생했다. 그래서 지침을 계속 내렸다. 절대 손과 발을 쓰지 말고 싸우지 말라고. 공권력을 투입하려고 일부러 싸움을 붙이고 자극하는 것이니, 절대 휘말리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조합원들 입장에선 언제까지 이렇게 죽도록 맞아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이런 게 계속 쌓여왔다. 구사대들 수백 명이 여성 노동자들이 앉아 있는 깔개를 막 잡아당기고, 칼로 천막을 도려내고, 침탈하고, 굉장히 위협적으로 구니까 조합원들도 격해지는 거다. 조합원들에게 그냥 참고 있으라고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회사는 공권력을 투입해 달라는 기자회견까지 여니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저들이 침탈할 수 없는 투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회사와 정규직 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지속적으로 하청노동자 파업을 탄압하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현장책임자 연합회는 사내협력사 대표자들과 공권력 투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장책임자 연합회(현책련)는 정규직 직반장들이다. 회사에 동원돼 하청노동자 투쟁을 침탈했고 구사대 역할을 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이지만, 우리는 그들을 조합원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사측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침탈 당시 사진 자료 등을 모아 금속노조에 징계를 올릴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폭력 행위를 공개적으로 고발할 것이다. 정규직 지회는 현재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조속한 해결을 원한다는 식으로 중간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제(6월 29일) 나온 정규직 지회 성명을 보면, 한 면은 우리를 지지하는 듯한 성명이고, 뒷면은 우리를 비판하는 성명이다. 그럴 거면 아예 내지 말라고 했다.

[출처: 금속노조]

조선소 사내하청은 노동조합 조직이 굉장히 어려운 조건이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일단 사람도 많은데, 업체도 많다. 그리고 업체의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 소위 업체끼리 경쟁을 붙이는 거다. 다른 업체가 일을 많이 하면 내 업체가 일을 못 하는 식이다. 노동자들이 서로를 연대하고 조직할 대상으로 보지 못하도록 계속 경쟁 관계와 구조를 만드는 거다. 그럼에도 수년 동안 조금씩 조직이 늘어왔다. 노조는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사람들, 고용을 보장 받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그들과 함께 투쟁하고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렇게 한 명씩 한 명씩 누적되고 쌓여온 거다. 지금 조합원 500여 명은 노동조합과 함께 싸워서 고용을 보장받고, 임금을 되찾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올해 이 동지들과 함께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올해는 끝까지 간다, 이것은 나의 결의이기도 하지만 우리 조합원들의 결의이기도 하다.

조선소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으로 공장을 멈추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파업이 사회적으로 갖는 의미가 클 것 같다

1973년 대우조선 창립 후 공장을 멈춘 게 처음이다. 단체협약의 경우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2016년에) 시도한 적이 있으나 잘 되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전략조직화 사업 중 하나로 조선 산업 하청노동자 조직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역시 그 전략적 토대 위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투쟁하고 있다. 만약에 우리가 성과를 남긴다면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삼호중공업 등의 하청노동자들도 영향을 받게 될 거다. 특히 현대중공업, 삼호중공업은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있는 곳들이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이 부분에서 가장 위기감을 느낄 거다. 그래서 강고하게 버티고 있는 것일 테고.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 회사를 살리는 길이다. 회사도 알 것이라 생각한다. 하청노동자 임금을 올리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조선소를 찾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조선 산업의 재도약도 없을 거다. 또한 회사는 노동조합을 인정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법에 보장된 단체이고, 노동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단체다. 노동조합을 배척하지 말고 대화와 교섭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노동자도 안정적인 고용 안정을 보장 받고 생산에 더 힘을 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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