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습니다”

[워커스 상담소] 사업장에서 일하는 수와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왜 다를까요?


Q.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달라 ‘직장 내 괴롭힘’ 보호를 받기 어렵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작은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내 손으로 만드는 것에 만족하자며 9개월째 버텨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입사 2개월부터 선배들의 따돌림과 괴롭힘이 계속되면서 버티기가 너무 힘듭니다. 처음에는 점심을 따로 먹는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뭐가 먹고 싶냐고 해서 김치찌개를 말했을 뿐인데, 무슨 아저씨 취향이냐며 혼자 먹고 오라고 하더니…. 이후에는 저를 빼고 단톡방을 만들어 회사 업무까지 그곳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어느 순간부터 회의 일정도 공지 받지 못했습니다.

혼자 버티다가 결국 편집장에게 털어놨습니다. 편집장은 동료, 선배들과 잘 지내는 것도 업무 능력이라고 했습니다. 먼저 사과하고 술이라도 사라고 하더군요. 편집장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편지도 쓰고, 이메일도 보내고, 커피 쿠폰도 보내며 잘 지내보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제 편지나 문자, 카톡을 돌려보며 조롱하고 더 심하게 괴롭혔습니다. 결국 개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인터넷과 주변 법률상담소에 상담을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만 들었습니다.

제게 직원이 몇 명인 사업장이냐고 물어보더군요. 사장과 편집장까지 10명 정도가 같이 일한다고 했습니다. 사장이 편집장의 부인이어서 자주 나오지 않지만, 사장과 편집장을 빼고도 8명 정도가 사무실에서 함께 일했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해주시던 분이 8명이 일하는 것이 맞는지를 재차 물었습니다. 검색해보니 고용보험 가입자가 4명으로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5명 이상 일하는 사업장이 아니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호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상담 받으러 갔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수와 고용보험 가입자의 수가 다를 수 있는 건가요?


A. 사업장 노동자가 5인 이상임이 확인되면 법률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내 손으로 책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셨는데,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게 돼서 너무 속상하실 것 같습니다. 반년이 넘는 기간 동안 괴롭힘을 당하셨다니, 하루하루 버티기 힘드셨을 것 같아 먼저 위로를 드립니다.

상담 과정에서 내가 알고 있는 사업장 노동자의 수와 고용보험의 가입자 수가 달라 많이 당황하셨을 것 같습니다. 큰 규모의 사업장에서는 문제가 별로 되지 않지만, 작은 사업장의 경우 5인 이상인지 아닌지에 따라 근로기준법 등 다수의 규정이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만큼 확인이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실제 많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수가 고용보험 가입자의 수와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경우를 나눠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5인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인정된다거나 다수의 권리보호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님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아래와 같은 사유들로 많은 사업장에서 고용보험 가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고용보험 가입자가 5인이 안 되더라도 주장과 입증을 통해 사업장 노동자가 5인 이상임이 확인되면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률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저임금 때문에 4대 보험료가 사용자 및 노동자 모두에게 부담돼 가입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물론 4대 보험 가입은 강제 의무이기 때문에 법률상 허용된 사례는 아닙니다. 다만 노동자 입장에서도 개인적인 사유로 4대 보험 가입 없이 일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라면 미가입한 분들도 당연히 노동자이기 때문에, 문제가 됐을 때 일했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5인 이상 사업장임을 확인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 실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증거(업무 카톡, 출퇴근 기록, 사업장 내 CCTV가 있다면 해당 기록 확보, 업무용 책상 사진 등)를 확보해 5인 이상 사업장임을 주장하며 직장 내 괴롭힘 증거와 함께 고용노동지청에 신고하면 됩니다.

둘째는 주 15시간 이하로 일하기 때문에 고용보험 신고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주 15시간 미만(초단시간 노동자)이라도 3개월 이상 계속 근로하면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 또한 주 15시간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이기 때문에, 초단시간 노동자도 포함해 5인 이상 일하는 사업장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따라서 주 15시간 내외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가 사업장에 있다고 해도, 5인 이상 사업장임을 주장하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고용노동지청에 신고합니다.

셋째는 사업장에 장시간 머물며 일하지만, 프리랜서나 도급 같은 계약 형태여서 우리 사업장의 노동자라고 하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이때는 계약의 형태가 프리랜서나 도급이라고 해도 다른 노동자와 동일한 업무명령을 받으며 동일한 일을 한다면 우리 사업장의 노동자 수에 포함해야 합니다. 하지만 하는 업무가 분명하게 다르고, 자율적으로 일을 하거나 다른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일한다면 우리 사업장 노동자로 포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 노동자가 사업장 내 고용보험 가입자가 누구인지, 혹은 각 노동자의 계약 형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각각의 노동자에게 묻는 방법이 있지만, 자신이 체결한 계약이 근로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계약을 했는지를 파악하는 것보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같이 일하는 노동자가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회의 참석 여부와 출퇴근 시간 등을 확인하면서 사장 또는 편집장으로부터 업무 명령을 받는지, 나와 구분돼 다른 일을 하는지를 알아봐야 합니다. 이를 통해 사업장 내 노동자와 분리되거나 구별된 일을 하는지 확인하고, 계약 형태와 상관없이 동일한 사용자로부터 업무 명령을 받는 우리 사업장의 노동자임을 주장해야 합니다. 도급이나 프리랜서라는 계약의 형태에도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사업장 내 노동자와 유사/동일한 일을 한다면 우리 사업장의 노동자라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노동자가 진짜 프리랜서나 도급계약이 아니라면 우리 사업장 내의 노동자임을 주장하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용노동지청에 신고하면 됩니다.

마지막 경우는 사업장 쪼개기입니다. 사업장 쪼개기는 내가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업장 외에 다른 사업장 명칭이 사용되는지, 사무실 또는 건물 앞에 우리 사업장의 간판이 한 개인지, 두 개인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대외적으로 나가는 문서에도 회사 이름이 항상 같은 이름으로 나가는지, 다른 이름으로 사용되는지도 확인해 보십시오. 만약 사업장 쪼개기에 따라 두 개의 사업장에 각 3~4명씩 고용보험이 가입돼 있다면, 등기부등본 상 두 개의 사업장이 실제로는 한 개의 사업장임을 입증해야 하므로 더욱 세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만약 사업장 쪼개기가 의심된다면, 다시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해 자세히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내 사업장의 고용보험 가입자가 몇 명인지 확인하려면 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됩니다. 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 내에 고객소통>민원/조회/사업장관리번호 찾기(사업장용)에서 산재 또는 고용을 선택한 후 사업장명을 넣고, 관할 지사를 선택한 후 가입 조회하기를 누르면 됩니다. 다만,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에 가입된 수만 확인될 뿐 누가 가입되어 있는지 명단이 확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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