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다습 물류센터 현장…쿠팡 동탄센터에서만 올해 3명 쓰러져

쿠팡물류센터지회·쿠팡대책위, 도보행진 시작 ‘에어컨 없는 쿠팡에 에어컨 로켓배송'

쿠팡 물류센터에서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파악한 것만 동탄센터에서 이미 세 건이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도 전이라,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대책위는 냉방기기 설치와 유급 휴게 시간 부여를 쿠팡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이 교섭에서 노동조합의 요구를 한 가지도 들어줄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대책위는 쿠팡 물류센터에 직접 에어컨을 설치하겠다며 도보행진에 나섰다.

[출처: 쿠팡물류센터지회]

23일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은 더 이상의 노동자가 쓰러지지 않도록, 하루를 일해도 건강히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시민사회와 함께 직접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결의했다”라며 “잠실 본사에서 쿠팡동탄센터까지의 도보 행진을 통해 쿠팡 물류센터 내 폭염 실태를 알리고 올해에는 더 이상의 노동자가 쓰러지지 않도록 현실적인 폭염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곳곳에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물류센터지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동탄센터에서만 세 명의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병원에 후송됐다. 세 명 모두 여성 노동자였고, 쓰러지거나 손을 떠는 등의 증세를 보였다. 노동조합에서 자체적으로 측정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6월 16일부터 7월 17일까지 한 달간 쿠팡물류센터 내 평균 온도는 31.2℃ 습도는 59.48%였다.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이 직접 촬영한 현장의 온·습도계를 살펴보면 온도는 31.5도℃, 습도는 83%에 육박하는 기록도 있다.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습도가 높을수록 체감온도가 올라간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느끼는 더위는 이보다 더할 것”이라며 “여기에 도난방지를 위해 열 수 없는 창문과 메자닌 구조에서 복사되는 열이 현장 온도를 높이기 때문에 선풍기가 돌아도 뜨거운 바람이 물류창고 안을 순환해 온열 질환 발생률을 증가시킨다”라고 지적했다.

[출처: 쿠팡물류센터지회]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사업주는 고열·한랭 또는 다습작업이 실내인 경우에 냉난방 또는 통풍 등을 위하여 적절한 온도ㆍ습도 조절장치를 설치하여야 한다(제560조)”라고 사업주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쿠팡 또한 자사의 뉴스룸 등을 통해 “각 사업장별 상황에 따라 산업용 이동식 에어컨과 에어서큘레이터, 선풍기 등 냉방 기기들을 꾸준히 확충해가고 있다. 여름철에는 근무자 누구나 언제든 음용이 가능한 얼음물을 상비해두고 있으며 휴게 시간에 아이스크림도 제공한다”라고 밝히고 있으나 현장 노동자들은 이같은 조치로는 충분치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쿠팡이 올해 얼음물을 200만 개 이상 준비했다고 밝혔지만, 4만여 명에 달하는 고용 규모로 볼 때 이는 단 50일 치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하루 한 병을 마실 때 가능한 수치다. 한 센터에선 저녁 8시가 되면 생수가 담긴 냉장고를 잠그는 일도 있어, 쿠팡의 폭염대책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등은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냉방 시설의 확충과 2시간에 20분 유급 휴게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월 23일부터 서울 잠실 쿠팡 본사에서 ‘폭염대책마련! 생활임금보장! 노조할 권리 쟁취! 부당해고 철회!’ 등을 요구사항으로 걸고 로비 농성 중이지만, 교섭은 지지부진하다. 농성이 시작된 이후 네 차례의 교섭이 열렸지만,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에 대해 한 가지도 들어줄 수 없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한편, 도보행진은 오는 23일까지 나흘간 진행된다. 첫날 잠실에서 시작한 행진은 약 48km를 걸어 23일 쿠팡 동탄센터에서 마무리된다. 행진단은 서울복합물류센터, 기흥 물류단지 등에서 현실적인 폭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21일엔 용인경전철 천막농성현장을 방문하는 연대 시간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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