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중계요양원, 구조조정 시도에 요양보호사들 반발

관리감독 책임있는 서울시, 구조조정 사태 두고만 보나

서울시의 한 시립노인요양시설에서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어 요양보호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되면서도 강도 높은 노동을 수행한 요양보호사들은 “보상은커녕 해고로 생계를 잃어버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라며 “재정적자와 경영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행위”라고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4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립중계요양원의 구조조정 시도를 규탄하고 서울시에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선 요양시설의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서울시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의 구조조정을 중단하는 것도 문제지만, 만성적인 적자에 대해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원하고,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장기적인 계획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이향춘 의료연대본부장은 “서울시가 시설장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며 “코로나 재유행을 대비하기 위해 한시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감염위험수당을 주고, 교육받은 대체인력마련을 해야 한다.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인력부족으로 어르신들은 더욱 위험해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 본부장은 “코로나 사망자 중 70%가량이 요양병원에서 나오기도 했다”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정부가 노인돌봄을 방치했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평상시에도 어르신을 돌보기에도 벅찬 인력인데 확진된 어르신마저 돌보다보니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라며 “코로나 지옥에서 수시로 바뀌는 지침과 매뉴얼에 따라 요양보호사들은 집에도 가지 못하고 감염위험을 무릅쓰며 어르신을 돌봤다. 그런데 입소자가 줄며 공실이 생겼다고 요양보호사들을 낭떠러지로 몰고 있다”라고 노인돌봄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구조조정에 직면한 당사자도 직접 마이크를 들고 “사측의 구조조정을 막아내고, 우리 일터를 지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예숙 시립중계요양원 분회장은 “입소자가 줄면 재정부족으로 해고하고, 입소자가 들어오면 다시 채용하고, 우리가 무슨 탁구공이라도 되나?”라며 “물가폭등으로 임금 빼고 다 올랐는데, 요양원은 있는 임금까지 삭감하고 이제는 해고 협박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손을 놓고 구경만 하고 있다. 시설에만 책임을 맡겨선 안 된다”라고 서울시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시립중랑요양원의 요양보호사들도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연대에 나섰다. 시립중랑요양원은 시립중계요양원을 운영하는 ’도우누리재단’이 운영하는 또 다른 요양원이다. 최현혜 시립중랑요양원 분회장은 “좋은돌봄을 실현하겠다고 하는 사회적기업인 도우누리재단이 하루아침에 요양노동자들의 생계를 뺏겠다고 하면서, 같은 재단인 우리요양원 노동자들도 덜컥 겁이 나고 불안해 하고 있다”라며 “만약 사측이 구조조정 계획을 중단하지 않는 오판을 한다면, 우리 중랑요양원 노동자들도 발벗고 공동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예고했다.

이어 “서울시는 장기요양요원 처우개선을 조례로 정하고 있고, 3년마다 장기요양사업계획을 수립하여 집행하고 있다”라며 “중계요양원이 구조조정이라는 최악의 카드를 중단하도록 서울시가 책임지고 해결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8일 시립중계노인전문요양원장은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공고를 냈다. 원장은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했으나, 인건비가 과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원장은 “요양원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각종 경비를 절감하는 등의 노력을 하였으나 올해 초 임금체불로 노동부에 조사도 받았다. 더 이상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 무급휴직도 실시하고 있다”라며 “경영적자의 근본 문제는 장기요양수입을 초과하는 임금 및 복리후생비가 그 원인이며, 입소정원 258명을 다 채워도 임금 및 복리후생비 조정 없이는 적자가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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