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광고탑 농성…“손배·해고 철회까지 계속”

고공·본사농성에 화물연대 조합원 100여 명…화물연대 “자택·차량 가압류 들어와”

16일 오전 서울 강남 하이트진로 본사 고공농성에 돌입한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이 사측에 손해배상·가압류와 노동자 계약 해지의 철회, 운송료 현실화 등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 하이트진로 본사에 "노조 탄압 분쇄, 손배 가압류 철회, 해고 철회 전원 복직"이라고 적힌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현재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본부)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은 15년째 제자리인 운송료를 현실화해달라며 100일 넘는 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사측은 130여 명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28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한 이번 투쟁으로 75명의 화물연대본부 조합원이 연행됐고, 3명은 구속됐다. 화물연대본부에 따르면, 조합원들에게 부동산·자동차 가압류까지 들어오고 있다.

이에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100여 명은 16일 오전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 광고탑 고공농성과 로비 농성에 돌입했다.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 광고탑 고공농성 중인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 [출처: 공공운수노조]


  하이트진로 본사 로비 농성 중인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 [출처: 공공운수노조]


본부는 이날 오후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고공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손배 청구도 모자라 개인의 자택과 차량에까지 가압류를 걸며 화물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면서 이어 “만약 윤석열 정부가 자본의 이익만을 위해 공권력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려 한다면 이 투쟁은 화물노동자들의 투쟁을 넘어 전체 노동자의 투쟁으로 화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공농성에 돌입한 배경에 대해 본부 관계자는 지난 4일 10차 교섭 이후 지난주에 진행된 교섭에서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아무것도 들어줄 수 없다”라며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차 교섭이 진척이 있었다면서 당시 사측은 “손배소를 취하하고, 운송료에 대해서는 본부가 요구하는 임금 30% 인상은 아니지만, 위로금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당시에도 공장 당 노동자 2~3명씩은 계약 해지, 손배소, 가압류 등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기는 했다”면서 그러나 “이 논의조차 사측은 뒤집어버렸다”라고 말했다.

본부는 현재 하이트진로 측에 현재 상황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위탁물류회사인 수양물류는 하이트진로가 100% 지분을 가진 하이트진로 계열사이며, 수양물류 대표 이사가 하이트진로의 고위직 임원이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8일 공공운수노조는 “운송사 수양물류는 현재까지 화주사 눈치만 보고, 화주사인 하이트진로는 위탁운송사와 화물노동자 간의 문제라며 선 긋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뒤로는 하이트진로가 나서 화물노동자를 집단해고하고, 손배·가압류를 통한 노조파괴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고용노동부에 하이트진로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경선 화물연대 대전지역본부장은 “약소한 요구에도 회사는 무관심과 탄압, 해고, 손배가압류로 대응했다. 많게는 30~40년 하이트를 위해 하나뿐인 목숨으로 졸음운전을 해가며 일했다. 회사가 힘들다고 양보해온 게 17년인데 더 살 수 없어 노조에 가입했다”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본부가 16일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고공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김 본부장은 “회사는 집회 금지 가처분 등 다른 얘기만 하고, 교섭은 하지 않는다”면서 “홍천 공장에서는 경찰에 밀려 조합원 5명이 강물에 떨어졌다. 가슴 아픈 것은 하나뿐인 목숨에도 하이트 본사 고공농성에 들어가 두 번째로 목숨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재 투쟁 중인 이들은 하이트진로 이천·청주 공장의 화물노동자들로, 지난 3월 화물연대본부에 가입했다. 이후 지난 6월 유가 폭등 따른 운송료 현실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2009년 운임과 올해 운임이 같다는 이유였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말로만 공정, 상식, 자유를 외친다. 윤석열 정부하에 노동자는 굶어 죽을 자유, 일하다 산재로 죽을 자유만 있다”라고 비판하며 “90일 가까이 싸워도 15년 전 임금을 그대로 받으라 하고 노동조합의 정당한 교섭 요구에 손배 청구로 탄압하는 이 거꾸로 가는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조합원에 대한 손배소 및 가처분 취하 △조합원에 대한 계약 해지 철회 △물가 인상에 따른 합리적 운송료 인상 등 본부의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파업 투쟁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법치와 불법을 이야기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생존”이라며, 고공농성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총 성명을 통해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 등장 이후 화물연대 투쟁,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에서 보이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부정과 원청의 사용자성 회피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거액의 손배를 앞세운 쟁의권 무력화와 노동조합 파괴의 흐름을 주목한다”면서 “일방적으로 자본의 손을 들어주는 그릇되고 편향된 윤석열 정부의 노-사관계, 노동정책에 대해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하이트진로(주)는 2조 2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1,741억 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고 558억 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또한 하이트진로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인 수양물류 역시 376억의 매출과 4.3억 원의 매출이익이 발생했고 모회사인 하이트진로에 2.8억 원을 배당했다”면서 “노동자야 배를 곯아 죽든지 말든지 오로지 자신들의 배만 불리겠다는 심산”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저녁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는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하이트진로 고공농성 투쟁 승리! 투쟁문화제’가 열린다. 오는 18일 오후 2시에는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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