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로 ‘억대 연봉’ 금융노조 때리는 언론

[이슈] 헌법도 지켜주지 못하는 ‘귀족노조’의 파업

노동조합에 대한 모든 글을 믿지 마십시오

차례

① 윤석열 집권 속 ‘노조혐오’ 타임라인
② 투쟁하는 노동자가 ‘범법자’로 불리는 세상
③ 가짜뉴스로 ‘억대 연봉’ 금융노조 때리는 언론
④ ‘철밥통’ 아닌 ‘동네북’, 정권 바뀔 때마다 공무원 저격
⑤ 영국 대규모 철도 파업, “노동계급이 돌아왔다”



<‘덜 일하고 더 벌고 싶어요’…금융노조 파업, 사회적 지탄 대상 될 수도〉라는 타이틀을 단 머니투데이(2022.8.21.) 기사는 제목이 한 번 바뀌었다. 원래 제목은 〈“은행원도 견디기 힘든 물가”…억대연봉 금융노조 파업이유 셋〉이었지만, 곧 수정됐다. 이를 두고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8월 22일 열린 금융노조의 기자간담회에서 “아침에 제목이 바뀐 걸 보고 상당히 가슴이 아팠다. 아마 (기사를 작성한) 기자님의 의지가 아닌 데스크에서 바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루아침에 바뀐 제목이 바뀐 기사는 소위 ‘억대 연봉’으로 알려진 금융노동자들이 왜 6년 만에 파업에 나서는지를 다룬다. 바뀐 제목은 그 내용을 담기보다 금융노조 파업을 이기주의로 포장해 비난하기 위한 사설로서의 색채가 짙다. 이 사례에서처럼 주요 보수일간지, 경제지들이 앞장서 금융노조의 파업에 거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오는 9월 16일로 예정된 금융노조 파업을 알리는 뉴스에 ‘억대 연봉자들의 파업’ ‘연봉 1억도 부족한가’ ‘파업 빌미로 생떼’ ‘베짱이 심보’ ‘화이트칼라의 타락’ ‘창구 밖 서민들의 주름을 봤나’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른바 귀족노조 프레임이다.

박홍배 위원장은 간담회 자리에서 “가슴이 아파서 못 보는 기사들이 많다”라며 편향된 언론보도에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 박 위원장은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 후 많은 기사와 사설 등이 나오고 있는데 금융노조 총파업의 의도나 목적, 사실관계와는 다른 보도가 많다”라며 “(언론사들이) 임금을 앞세워 저희가 돌을 맞는 것 같다. 사용자 측은 엄청난 수익 속에 그들의 성과급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고, 수익이 1원이라도 나면 이를 모두 배당하겠다며 주주들의 환심을 산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겐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파업은 그 어떤 노동자라도 가질 수 있는 권리다”라고 강조했다.

배당 잔치하는 금융재벌보다 욕먹는 금융노동자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1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명시한다. 이처럼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갖는 권리다. 그중에서도 파업권은 노동기본권 실현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권리지만, 그동안 한국에선 파업권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많은 파업에 ‘불법’ 딱지를 붙였다. 쟁의행위가 가진 기능과 역할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의식이 지배적이어서 국가기관에 의한 형벌권의 남용과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 추궁 및 보복적인 해고에 의해 완전히 무력화되고(1) 있었다.


지난 8월 19일 진행한 금융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재적조합원(9만 777명) 기준 74.04%, 투표 참여 조합원(7만 1959명) 기준 93.4%의 찬성으로 쟁의행위 돌입이 가결됐다. 금융노조는 “올해 6%가 넘는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1%대 임금인상률을 고집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금융사용자에 대한 분노’의 결과”라며 “‘임금인상 자제’ 발언으로 노사 자치주의를 위반함으로써 산별교섭을 어렵게 만든 ‘정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표출된 결과”라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올해 6.1%(저임금 직군 12.2%)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노조가 통계청 자료를 조사한 결과 지난 14년간 노조의 평균 협약임금 인상률은 27.95%로, 같은 기간 전 산업 평균 협약임금 인상률은 54.1%를 기록했다. 다른 산업의 임금이 절반 오를 때 금융산업은 4분의 1만 올랐다는 얘기다. 정부가 정부 방침에 따라 통제하는 공무원 평균 협약임금 인상률(41.6%)보다 낮다. 또 금융노조는 코로나19 기간 지속된 2% 초반의 낮은 임금인상률을 고물가 시대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금융노동자들이 물가상승률만큼의 임금 인상을 요구할 때,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올해 상반기에도 이 흐름을 이어갔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올해 상반기 8조 9662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또 한 번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그룹별 순이익과 전년 대비 증가율은 KB 2조 7566억 원(11.4%↑), 신한 2조 7208억 원(11.3%↑), 하나 1조 7274억 원(1.4%↓), 우리 1조 7614억 원(24%↑)으로 나타났다. 9조 원이 달하는 역대급 이익의 배경으로는 대출 규모 급증과 금리 상승이 꼽힌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가계와 기업의 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긴축 통화정책으로 대출금리가 뛰어 이자가 많이 늘어난 것이다.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이자 이익을 보면 KB 5조 4418억 원, 신한 5조 1317억 원, 하나 4조 1906억 원, 우리 4조 1033억 원으로 이는 모두 19조 원에 달한다. 지난 코로나19 기간 금융당국의 성화에 따라 충당금을 대거 쌓고서도, 역대급 이익이 나온 것에 대해 신현호 부위원장은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노동자의 임금인상은 자제해야 한다고 하지만 금융지주 주주들에게만은 적극적인 배당을 아끼지 않는다. 금융지주회장의 입장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만 잘 보이면 자기 지분 없이 3년이고 4년이고 계속 연임할 수 있으니 적극적인 배당에 나서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4대 금융지주 주요 주주를 살펴보면 외국인 지분율이 낮게는 40.11%(우리)에서 6~70%(KB, 신한, 하나)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그리고 이들은 채용비리와 사모펀드 사태 등을 일으킨 문제 회장들을 계속 재신임하고 있다.

올해 초 신한금융 이사회는 채용비리와 사모펀드 사태를 일으킨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재신임했다. 조 회장은 경영권 강화를 위해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는 대표적 금융지주회장이다. 2021년엔 국내 금융최초로 분기 배당을 도입, 통상 1~2회의 현금배당을 연 4회로 늘렸다. 채용비리와 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를 일으킨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지난 3월 재신임됐다. 역시 파생결합펀드로 손실 사태, 라임사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 문책을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도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금융지주회사 체제에서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지배구조로 권력 사유화, 경영 개입, 사모펀드 사태 등 많은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재벌가의 가족경영처럼 막강하지만, 비교적 주목도가 약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위험하다”(2)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내 금융산업은 국제무대라기보다 국민의 재산을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금융 공공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강하게 나온다. 부적절한 경영이 국민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공적규율의 필요성도 크다. 하지만 현 금융지주체제 아래에서 금융사들은 공공성보다는 수익 창출에만 골몰하고 있다. 비대면 거래 증가를 이유로 은행 점포를 대규모로 폐쇄하는 일도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책임감 없이 오로지 비용만을 생각한 조치다.

김정원 금융노조 대구은행지부장은 “지역은행도 디지털화를 명목으로 자체 점포 폐쇄에 나서고 있다”라며 “거점점포 등 남겨진 점포는 고객들이 상시로 모여 하루 대기 순번이 300~500번이 넘어갈 정도로 폭주 중”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점포 폐쇄로 원치 않는 재배치를 겪는 노동자도 생겨났다. 한 금융노조 조합원은 “부산에서 일하던 한 지인이 점포가 폐쇄돼 옮길 지점이 없다고 서울까지 오는 걸 봤다. 아직 미혼인 사람이 뽑혔다고 하더라”라며 “보통 대도시 기준으로 2, 3개의 권역 안에서 움직이는데 점포 폐쇄가 그만큼 빨라졌다는 의미 같다. 다른 영업점을 가거나 디지털 전환 부서에 가도 새로운 업무를 다루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상시적으로 받으니 은행을 그만두는 사람도 많아진다. 줄어든 인원 때문에 또 회사는 디지털화를 이야기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라고 설명했다. 금융노조는 금융의 공공성 강화, 금융소비자에 대한 책임 강화 등을 이유로 ▲영업점 폐쇄 중단 및 적정인력 유지를 파업 주요 요구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 ▲금융공공기관의 자율교섭 보장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개선 ▲주 36시간 4.5일제 실시 등 근로시간 단축 ▲재택근무 시 사생활 보호와 근로조건의 결정 ▲이사회 참관 등 경영참여 보장 ▲남성육아휴직 1년 의무화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3개월 확대 등 성평등 및 모성보호 확대 ▲조합활동으로 인한 집행유예 이하의 처분 시 해고 제한 등을 추가로 요구 중이다.

‘귀족노조’ 프레임에 발목 잡힌 투쟁


올해 금융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에 ▲주 36시간 4.5일제 실시 등 근로시간 단축이 포함돼 있어 금융노조의 파업은 언론에 의해 “덜 일하고 더 벌고 싶어요”라는 워딩으로 자극적으로 요약되곤 한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투쟁은 노동운동의 역사’라는 말이 있듯, 이는 근로조건 향상의 일반적인 내용이다. 지난 대선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주 4.5일제’ 단계적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했고,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주 4일제’를 전면에 띄워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화두로 떠올랐다. 금융노조는 이번 단협 개정 요구안에 주 36시간 4.5일제를 넣은 것에 대해 대한민국 전 산업에서 주 5일제를 가장 먼저 실시한 집단으로서 던질 수 있는 화두였다고 설명했다. 신현호 부위원장은 “지금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해도 준비 과정은 몇 년이 걸린다. 금융산업에 맞는 노동시간을 고민해보자고 요구했지만, 사용자 측에서 시기상조라는 말만 하기에 미리 화두를 던지고 고민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넣은 요구사항이다”라며 “영업시간 단축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그런 방식을 생각하지 않는다. 일자리 나누기와 연계해 인력 충원까지 살펴보면서 논의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금융노조의 투쟁은 번번이 이러한 귀족노조 프레임에 발목 잡혔다. 언론과 역대 정부는 금융기관 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서민들을 상대로 이자 장사를 하면서 돈잔치를 벌인다, 임금인상 요구 폭이 과도하다, 경제 위기 시기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고통 분담을 하지 않으려 한다, 순수하지 않은 정치 투쟁을 한다, 대외경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높은 임금 인상률 요구는 다른 저소득 노동자 및 자영업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며 이들의 투쟁을 비난했다.
이러한 프레임에 대해 신현호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금융노동자들의 사용자인 전국은행연합회, 금융지주들이 언론사의 가장 큰 스폰서이자 광고주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방어하고 비호하려는 목적이 가장 클 것 같다”라고 예상했다. 금융노동자들은 완성차노조, 공공부문노조 등과 함께 임금이나 노동조건, 고용 안정성이 다른 업종이나 기업보다 낫다는 이유로 단체행동의 권리를 사실상 박탈당했다.

신현호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직원들이 계속 책임의식을 강요받다 보니 임금이나 복지에 대한 기대 수준을 스스로 낮춰오고, 자제해왔다. 국민 예금을 기반으로 기업에 대출해 자산을 일으키는 게 은행업의 속성이다 보니 일정부분 사회적 책임을 지려고 하는 것이다”라며 “고금리 이자 장사를 하는 것도 직원들의 의사결정이 아닌 경영진들의 행태인데도 은행 산업 전체로 매도된다. 은행의 최대 실적에도 우리 지갑이 두툼해지지 않는데, 임금인상과 관련한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융노조는 금융노동자들의 소위 ‘억대 연봉’ 또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 우리은행)이 발표한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평균 급여는 KB국민은행 1억 1200만 원, 신한은행 1억 700만 원, 하나은행 1억 600만 원, 우리은행 9700만 원이었다. 금융노조는 이러한 임금 계산엔 임원들 몫까지 포함돼 있다며, 금융업은 경영자와 노동자 간 임금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업종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실질적인 임금은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노조 지부 중엔 산업은행 같은 정부가 실질적 사용자인 금융 공공기관 9개도 속해있다. 이런 국책은행 소속 지부들은 보수 정권의 공공기관 선진화·정상화 정책에 따라 복지가 많이 축소됐다고 이야기한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한 국책은행의 조합원들 연봉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임금은 7,200만 원으로 조사됐다.

금융노조의 한 노조 간부는 “연봉 7, 8000만 원을 받는 귀족이 어디 있나”라며 “금융업, 금융 공공기관의 근속 연수가 평균 16년, 17년이다. 근속 연수 10년 차 되는 사람들과 평균 임금을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적하는데, 명확한 비교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지탄의 대상이 되는 ‘억대 연봉’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융노동자들이 직접 근거 자료를 제시해 반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신현호 부위원장은 “사측에 임직원 임금 자료를 달라고 해도 안 준다. 이 자료들이 어떻게 쓰일지 아니까 협조해주지 않는다”라며 “반박 자료를 만들기 위한 실제 연봉 계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라며 답답해했다.

고소득자라며, 대통령이 말린 파업들

역대 정권들도 고액연봉자들이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며 노동자 단체행동권을 억제했다. 정권 출범과 함께 민주노조파괴 공작을 벌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1인당 연봉이 7000만 원이 넘는 회사의 불법파업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한 유성기업지회의 파업을 고립하는 데 직접 나섰다. 2011년 주간연속 2교대제를 앞두고 직장폐쇄, 용역 투입 등 일련의 노조파괴 공작을 겪은 유성기업지회에 ‘귀족노조’ 프레임을 씌운 것이다.

김성민 금속노조 유성기업영동지회장은 “대통령이 직접 꺼낸 이야기 때문에 투쟁의 내용보다 7천만 원과 불법파업, 그 두 가지에만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라며 “거짓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2018년 본사 점검 투쟁에서 조합원이 폭력 사건에 연루됐을 때 조선일보가 두 달을 잡고 늘어진 적이 있다. 가짜뉴스가 워낙 많아 언론중재위 절차를 밟았는데, 활동가들이 붙어서 해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라며 “기사 정정 효과도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사실 언론이 노조의 쟁의행위를 공격하는 가짜뉴스들은 의도가 분명하다. ‘공권력을 투입하라’는 것이다. 언론에서 기사가 나오고, 정부가 빠르게 공권력을 투입하면 이미 상황은 끝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조파괴에 관여한 비슷한 시기, 대통령을 상대로 권리 침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을 진행한 노조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2012년 7월 27일 국정현안 점검회의에서 “만도기계라는 회사는 연봉이 9,500만 원이라는데 (노조가 파업을 해) 직장폐쇄를 한다고 한다”라며 만도지부의 파업을 문제 삼았다. 대통령의 발언은 사측이 직장폐쇄를 단행한 지 불과 2시간 30여 분 만에 나온 것이었다. 그날 만도의 문막, 평택, 익산 공장엔 대규모의 용역이 투입됐다. 같은 날 경기도에 위치한 자동차부품업체 SJM에도 수백 명의 용역이 투입돼 유혈사태까지 벌어졌다.

당시 금속노조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노조에 귀족노조 프레임을 씌우고 노조 파업을 무력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했다. 그런 이데올로기 하에서 용역이나 공권력 같은 물리적인 힘까지 동원할 수 있었다”라며 “대통령이 나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침해하는데 법마저 이를 보호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만도지부의 소송에 법원은 1년 뒤 기각 판결을 내렸다. ‘귀족노조’ 발언이 만도지부 조합원들에게 명예훼손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피고(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 사건 발언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그 목적이 공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여러 언론사들에 의하여 기사로 게재된 부분을 인용한 것으로서 이 사건 발언 중 사실적시에 해당하는 부분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라며 위법성은 없다고 판결했다. 거짓과 사실을 섞은 가짜뉴스는 10년 전에도, 지금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1) 〈다시 파업권을 생각한다〉 토론회 자료집 중 ‘한국의 쟁의행위와 책임’, 조경배 교수(순천향대학교법학과), 2015.
2) ‘금융회사 지배구조,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토론회, 금융노조 주관,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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