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아닌 ‘동네북’, 정권 바뀔 때마다 공무원 저격

[이슈] 공무원 인력 감축? 업무 과중, 임금 삭감에 두 번 우는 공무원

노동조합에 대한 모든 글을 믿지 마십시오

차례

① 윤석열 집권 속 ‘노조혐오’ 타임라인
② 투쟁하는 노동자가 ‘범법자’로 불리는 세상
③ 가짜뉴스로 ‘억대 연봉’ 금융노조 때리는 언론
④ ‘철밥통’ 아닌 ‘동네북’, 정권 바뀔 때마다 공무원 저격
⑤ 영국 대규모 철도 파업, “노동계급이 돌아왔다”

윤석열 정부가 공무원 인력 감축을 선언하며 국정철학인 ‘작은 정부’로의 첫발을 뗐다. 행정안전부가 7월 12일에 국무회의에 보고한 ‘정부 인력 운영 방안’은 공무원 정원을 매년 1%씩, 임기 5년간 5%가량 감축하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우리나라 공무원 정원은 현재 총 116만 3,000여 명으로, 최근 인구 감소, 규제개혁, 민간부문 성장 등 행정환경 변화에도 인력을 지속적으로 증원해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행정 비효율을 초래하는 등 여러 문제가 지적돼 왔다”라며 “이러한 문제 인식에 따라 정부는 일반, 경찰, 교원, 지방 등 정부의 전 분야에 걸쳐 인력 효율화를 추진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 임금 동결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달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당면한 민생 현안과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 시 엄격하게 공무원 정원과 보수 관리를 추진하겠다”라고 화답했다. 당시 논의 중이던 공무원 보수 인상에 대해 동결 내지는 최소 수준의 인상 의지를 내비친 것이었다.

역대 정부의 단골 멘트였던 ‘공무원 인력 감축’

[출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공무원 인력 감축’은 역대 정부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빼 드는 단골 개혁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정부 조직의 군살을 빼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쳐 왔다. 공무원 인력을 매년 1%씩, 임기 내 5% 이상 감축하겠다는 것도 윤석열 정부와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인수위 시절부터 전체 5%에 해당하는 공무원 인력 감축을 계획했다.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 인력 감축으로 매년 7,700억 원의 예산을, 박근혜 정부는 최대 1조 4,000억 원의 인건비를 줄인다는 계획이었다. 민주당 정권 시절에도 다르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공무원 인력 10% 감축이라는 강공책을 내놨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취임 첫 해, 공무원 보수 전면 동결을 추진했고, 이듬해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역대 정권을 거치며 공무원 정원은 지속해서 감소했을까.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공무원 정원 증감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김대중 정부가 유일하다. 김대중 정권은 임기 5년간 공무원 정원의 3.37%(3만 1,494명)를 감축했다. 반면 김영삼 정부에선 정원의 5.59%, 노무현 정부에선 8.23%, 이명박 정부에선 1.24%, 박근혜 정부에선 4.19%, 문재인 정부에선 12.07%가 늘었다. 이에 따라 2016년 기준 104만 6,487명이던 공무원 수는 2021년 115만 6,326명으로 11만 명가량 증가했다. 박중배 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역대 정권들마다 집권 명분 쌓기용으로 이전 정부의 방만 경영을 비판하며 공무원을 공격한다. 하지만 공무원 인력은 늘 부족했고, 결국 그렇게 비판한 정부들에서조차 인력을 충원했다. 정권 초기의 공무원 인력 감축은 불필요한 논쟁”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언론과 경제지 역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보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무원이 급증했다며 행정 비효율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언론이 문재인 재임 기간, 인구 감소에도 지방공무원은 오히려 늘었다며 정부의 공무원 인력 감축 방향에 힘을 실었다. 〈연합뉴스〉는 지난 7월 27일 기사에서 “전국 지자체 공무원 숫자가 약 3만 명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광역단체 소속 공무원은 감소했으나 시군구 단위 공무원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1)

‘정부조직관리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대비 2021년 공무원 정원(2)은 13만 5,858명 늘었다. 그중 눈에 띄게 증가한 곳은 경찰직, 소방직 등의 ‘공공안전 분야’다. 박중배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권 기간 가장 열악한 직종이었던 소방 부문에서 인력이 많이 충원됐다. 이 밖에도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경찰을 비롯해 재난, 보건, 사회복지 등 국민 생명 및 안전과 관련한 분야가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0년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 수를 제외하고도 ‘공공안전 분야’에서 4만 5천 명가량의 인력이 늘었다. 그중 약 2만 2천 명은 소방공무원, 1만 5천 명은 경찰공무원이다. 정부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소방 인력 2만 명 충원을 추진해 왔다. 2017년 기준, 국내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수는 1,077명으로, 미국 911명, 일본 779명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다. 소방 인력 충원 결과, 2021년 현재 국내 소방 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수는 807명이다. 2015년 기준 경찰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 역시 451명으로 미국(299명), 영국(284명), 프랑스(279명), 독일(258명)보다 열악했다. 2020년 기준 경찰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수는 411명이다.

[출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지방공무원 충원 역시 그동안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따른 것이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국가 차원의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체계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광역단체를 비롯해 기초단체에도 재난안전 전담부서가 구성됐다. 하지만 기조자치단체의 재난안전 전담조직은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심각한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9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방자치 정책브리프’에서 “2018년 말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도 재난안전 전담조직은 평균 3.5개 과, 근무 인원은 평균 71명인 반면, 시·군·구 재난안전 전담조직은 전체 자치단체의 67%만 구성돼 있다”라며 “기초자치단체는 광역자치단체와 달리 비상대기를 위한 교대근무 인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그 결과 재난안전 전담조직 근무자들은 상시적인 비상근무와 재난안전사고 책임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인해 높은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무원노조는 윤석열 정부가 ‘공무원 인력 감축’이 아닌 ‘공무원 인력 충원’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업무 과중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일이 잦고, 과로사와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방, 경찰 등 현업직 공무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738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63시간의 1.5배에 달했다. 특히 지자체 현업직은 월평균 77.6시간의 초과근무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업무 과중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가 사망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부평보건소에서 코로나19 상황실 지원 근무를 하던 고 천민우 주무관은 월 80시간 이상 초과근무에 시달리다 지난해 9월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무원 인력이 증가했던 2017~2021년 동안 순직한 공무원 수는 341명으로 연평균 70명에 달한다. 이 중 30%에 해당하는 113명은 과로사했다. 10%(35명)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방직 공무원 증원의 비밀…
시간선택제 비정규직 일자리 급증


또 다른 문제는 시간선택제 같은 비정규직 불안정 일자리도 늘었다는 점이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2013년부터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일자리 정책 중 하나로 시간선택제 공무원 채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일 가정 양립’이라는 정책 목표를 설정한 만큼 여성 공무원이 그 대상이 됐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주당 15~35시간 근무하는 단시간 일자리다. 전일제 공무원이 시간선택제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부터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채용하는 형태도 있다. 전환직 공무원은 필요에 따라 다시 전일제로 전환할 수 있지만, 채용이나 임기제의 경우 전일제로 일하려면 신규 채용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채용직은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이지만, 임기제는 계약 기간만 근로하는 기간제 공무원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수는 2014년 4,982명에서 2020년 1만 6,964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인 2016년에서 2020년 사이에 약 59%(9,932명)가 증가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전환직보다 임기제 비정규직 일자리가 10배가량 많다는 점이다. 전환직 공무원은 2014년 242명에서 2018년 1,910명까지 늘었다가, 2020년 1,675명으로 다소 감소했다. 반면 채용·임기직은 2014년 4,740명에서 2020년 1만 5,289명까지 꾸준히 늘었다. 전체 시간선택제 공무원 중 채용·임기제의 비율은 90%다. 무엇보다 지방공무원 임기제의 비율이 전체 시간선택제의 67%에 달한다.

실질 임금까지 삭감당하는 공무원들

업무 과중과 불안정 일자리는 늘고 있지만 공무원 보수는 삭감되는 추세다. 지난 8월 8일, 청년 공무원 20여 명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반 공무원 정책을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월급명세서를 공개하며, 대다수 청년 공무원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박봉과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윤석열 정부가 공무원 임금 삭감과 인력 감축을 예고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공개한 올해 6월 월급명세서에 찍힌 임금 실수령 액수는 1,940,050원. 시간외근무수당 등을 제외한 본봉은 1,686,500원에 불과했다. 올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은 1,914,440원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거성 서울시청지부 2030청년위원장은 “공무원이 되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말에 3년을 죽자 살자 공부했다. 하지만 합격한 뒤, 집안의 큰 경사라고 좋아하시는 부모님께 9급 1호봉 급여가 168만 원이라고 차마 말을 못 했다”라며 “급여를 1% 인상해주고 청년 공무원에게 집 사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라는 코미디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의 슬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9급 공무원 입사 6년 차인 김재현 공무원노조 2030청년위원장 역시 “물가가 7%나 올랐지만, 올해 월급은 1.4% 올랐고, 실수령액은 200만 원”이라며 “법원 공무원은 8급 승진에 5년, 7급 승진에 7년 이상 걸린다. 말도 안 되는 승진제도다. 이대로는 미래를 설계할 수 없어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그동안 정부가 공무원 보수 인상을 강하게 억제해오면서, 이들의 실질 임금은 사실상 삭감 상태다. 지난 2년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2021년 0.9%, 2022년 1.4%였다. 올해 물가 인상률이 7%대로 치솟았지만, 정부는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1%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노조는 공무원 보수의 터무니없는 인상률은 공무원보수위원회의 파행적 운행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무원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인사혁신처와 기획재정부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공무원보수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시절, 공무원 보수 결정에 당사자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신설된 합의 기구다. 기존에 운영되던 ‘공무원보수민관심의위원회’는 21명 이하의 위원 중, 단 3명만을 공무원노동조합에서 추천할 수 있었다. 민간 경영자 단체에서 추천한 인사도 3명이 포함돼, 사실상 공무원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없는 구조였다. 반면 2019년부터 운영된 공무원보수위원회는 노조와 정부, 전문가가 각 5명씩 동수로 구성된다.

하지만 공무원보수위원회 역시 당사자 의견 수렴은 이뤄지지 않은 채 파행적 운영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 보수위원회는 노동조합과 합의 없이 1.9~2.2% 인상안에 대한 표결 처리를 강행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획재정부가 일방 삭감해 1.4% 인상에 그쳤다. 보수위원회가 공무원 당사자의 의견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뿐 아니라, 자문기구에 불과해 기획재정부가 합의를 거부하거나 배제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보수위원회는 표결 처리를 강행하다 파행됐고, 결국 기획재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사실상 임금 삭감에 준하는 보수 인상이 이뤄졌다.

이 때문에 공무원노조는 보수위원회 재구성과 위상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6월 공무원보수위원회 위상 강화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모든 파행의 원인은 허울뿐인 공무원보수위의 위상 때문이다. 2018년 대정부 교섭 결과로 만들어졌지만, 노조와 합의 없이 표결을 강행해 알량한 보수 인상률을 결정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그마저 자문기구에 불과해 기획재정부가 마음대로 하향 조정한다. 현재 인사혁신처 훈령에 불과한 보수위원회 규정을 법제화하고, 위원회의 위상을 심의위원회로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1) 인구 감소에도 지방공무원 수 증가…직전 민선7기 3년 통계 분석, 〈연합뉴스〉, 2022.7.26.
(2) ‘정부조직관리시스템’ 2016년 6월 30일 공무원 정원 분석표 및 2021년 12월 31일 공무원 정원 분석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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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기사

    좋은 기사 잘 보았습니다.

  • ㅋㅋ

    어허 물풍선들이 말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