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사건에 여성 노동자 "정부·회사, 종합 대책 마련하라"

코레일 역무원 등 민주노총 여성노동자 "일터의 구조적 차별, 여성 폭력 용인으로 이어져"

여러 직종의 여성 노동자가 일터에서 발생하는 여성 폭력 문제에 대해 종합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달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과 관련해 일터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차별로 인해 여성 폭력이 용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서울교통공사의 여성을 특정 업무에서 배제하는 식의 대책이 근본적인 대책조차 세울 수 없도록 만든다고 지적했다.


여성 역무원 노동자, 가정방문 노동자 등은 26일 오전,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각자의 일터에서 발생하는 젠더폭력 실태를 밝혔다. 그러면서 "신당역에서 사망한 여성 노동자의 죽음은 사내 젠더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촘촘히 마련됐다면 막을 수 있었다"면서 "(여성가족부는) 여성이 평등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일터의 차별·폭력을 없애기 위한 당사자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특히 최근 서울교통공사 측이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대책으로 여성 직원의 당직 근무를 축소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보호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업무 배제야말로 여성혐오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라고 했다.

2인 1조 체계에서 코레일 역무원이 혼자서 일했던 이유

기자회견에서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유사한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의 발언문이 전해졌다. 코레일의 역무 업무를 위탁 운영하는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의 여성 역무원이라고 밝힌 A씨는 동료들이 휴가를 사용하면 혼자 근무하는 일들이 생긴다면서, 자신의 일터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고발했다.

그는 "지난해 혼자 근무하던 여성 역무원이 고객에게 멱살을 잡히는 일이 있었고, 또 누군가는 뺨을 맞고 도망가다 운 좋게 외부에서 일하러 온 사람들로부터 구조됐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2인 1조 근무 체계는 스크린 도어가 고장이 나거나, 여객 응대를 하는 과정에서는 1인이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이번에 신당역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이 공격당한 것도, 그런 구조로 인해서 순회 시 혼자 점검한다는 것을 살인자가 잘 알고 있었기에 계획하고, 저지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어 A씨는 자신의 일터에서 1인 근무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제가 일하는 역은 물론 대부분의 역이 최소 인력인 2인 1조 체계로 근무한다"라며 그러나 "코레일은 연차나 병가 시에 대체 할 수 인력은 고려하지 않고, 위탁 인원을 산정해 코레일 퇴직자가 사장으로 있는 코레일네트웍스와 계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업무에 여성 배치,
매뉴얼이 있어도 소용없는 이유는?


특정 업무에 여성들만을 배치하는 문제도 지적됐다. 박현숙 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광주 동사무소에서 한 민원인이 자신의 민원을 먼저 처리해주지 않았다고 낫을 들고 20대 중반 여성 공무원에게 찾아와 살해 협박을 했다"면서 "이런 악성 민원들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입직한 지 5년도 되지 않은 신규 여성 공무원들이 민원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지자체의 대책은 모두 사후약방문식"이라고 비판했다.

가정방문 여성 노동자인 김정원 금속노조 서울지부 엘지케어솔루션지회 지회장은 여성 동료들이 남성 고객들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긴장한다고 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 노동자들이 작업을 바로 중지하고 회사 측에 보고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구조라고 노동자들은 지적한다.

김정원 지회장은 "매니저(렌탈 가전을 유지·관리하는 노동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속옷 차림으로 문을 열어주고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거나 매니저의 등 뒤로 와서 접촉하는 고객이 있다. 또 점검하는 동안 성적인 농담을 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조치를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점검 후 고객에게 100% 보내지는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매우 불만'이 나올까 봐 걱정되고, 매니저 교체를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똑같은 여성인 사무소 내 다른 매니저나 팀장이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기자들에 대한 젠더 폭력은 기사 작성에서 노동자들을 위축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관련해 김수진 언론노조 성평등위원장은 "여성 기자와 남성 기자에게 나타나는 기사 댓글은 양상과 빈도수에서 차이가 난다. 여성 기자들에 대한 댓글, 이메일 등에서는 성희롱, 외모 품평, 욕설, 심지어 강간 협박까지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조직에서는 이러한 괴롭힘을 개인적인 것으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내부의 인식이 팽배하다. 온라인 괴롭힘 자체를 오프라인 괴롭힘과 동일한 폭력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끝으로 박희은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정부와 기업주, 노동조합은 일터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성폭력과 젠더폭력에 대해 이전과 다른 경각심을 가지고 대해야 할 것이다. 미투 운동 이후 우리가 만들어낸 제도와 장치들이 얼마나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 봐야 할 것"이라며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현장에서부터 싸워서 승리를 경험하고 결국 바꿔내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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