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정권 바뀌자 '안전운임제' 취지 부정 논란

업무 보고에 기존 연구 누락·왜곡…화물연대 "정권교체 따른 권력 눈치 보기"

국토교통부(국토부)가 29일 열린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 제출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보고 내용이 화물노동자들로부터 '화주의 의견만 반영한 편파적 자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전운임제가 시장 정상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 자료와 컨테이너 화주의 긍정적인 입장을 누락함으로써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정권교체 따른 권력 눈치 보기"

이날 회의에서의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의 발언은 화주의 입장으로 편향돼 논란이 되고 있다. "화주는 계약 당사자도 아닌데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과태료를 500만 원으로 일괄 적용하면 억울할 수 있다", "운임은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등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토부는 안전운임제가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다는 의견을 업무보고 및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줄곧 밝혔다"면서 이는 "이례적으로 제도의 도입과 실행의 주관 부처인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도입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안전운임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국토부가 완전히 반대된 입장으로 돌아선 점에 대해 "정권교체에 따른 권력의 눈치 보기 때문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또 국토부가 이날 안전 운임을 적용받지 못하는 차종·품목을 비롯해 다른 산업 사례를 들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화물 운송시장의 불합리한 구조로 고통받아온 것은 당연히 현재 안전운임제가 적용되고 있거나 확대 품목으로 논의가 진행 중인 컨테이너, BCT와 철강, 카캐리어, 위험물 등만이 아니"라며 때문에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전차종·전품목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출처: 화물연대본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화물 운송시장의 불합리한 운임결정구조로 화물운송노동자의 적정 운임이 보장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과로·과적·과속으로 내몰렸고, 도로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누락해 왜곡된 안전운임제 성과

앞서 지난 2월 국토부가 국회에 보고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연구용역 결과' 자료에는 안전운임제가 저가 입찰 계약 및 거래단계 감소로 화주가 지급하는 운송료 중 차주 몫이 커져 다단계 시장 정상화에 일부 기여한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29일 국토부가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 제출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시행결과 및 논의사항 보고' 자료에는 이 부분이 빠져있다.

게다가 국토부 자료에는 안전운임제 관련 인식에서 "전반적으로 화주는 부정적"이라고 서술했는데, 이는 앞선 연구에서 컨테이너 화주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결과를 누락했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앞선 연구용역 결과에서는 안전운임제에 대해 컨테이너 화주의 33%가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는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 그러면서 "전문기관의 원가분석을 바탕으로 산정되는 안전 운임에 대한 신뢰와 운임 고시에 따른 차주와의 갈등 감소 등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교통안전 개선 효과와 관련해서도 한국교통연구원은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에서 월평균 소득 증가·근로 시간 감소 효과로 적정 소득보장을 통한 과로 문제가 일부 개선돼 도로교통 안전 확보에 일부 기여했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국토부 자료에는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적혀 있다. 제도 시행 후 일평균 업무시간과 월 운행 거리가 모두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자료에 빠졌기 때문이다.

대신에 국토부는 "최근 3년(2019년~2021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12.9% 감소한 반면 안전운임제 대상인 사업용 특수차(견인형 화물차)는 42.9% 증가했다"라며 또한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11.5% 감소한 반면, 안전운임제 대상인 사업용 특수차는 8% 증가했다"라고 했다.

해당 통계에 대해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대상 외 차량이 포함된 수치로 실제 안전운임제 대상 차량의 사고보다 과다 추산됐다"면서 또한 "교통사고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매우 다양해 짧은 기간만을 떼어 사고 변화를 판단하게 될 경우 착시 효과를 불러온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전운임제가 지속 시행되고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될 때 사고 감소 효과를 의미 있게 분석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날 국토부 자료의 '안전운임제 관련 주요 논의 사항'의 제도 운영상의 문제점 개선 검토와 관련해서도 화물연대가 제기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화물연대는 지난 2020년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진행한 주체별 실태 보고를 통해 △제도 회피와 위반의 여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 보완 △신고센터 운영 개선(신고 절차 간소화, 신고자의 신상 보호, 신고센터 예산‧인력 확충)을 통한 준수율 제고 △주무 부처 및 안전운임위원회의 적극적 중재 및 감시 권한 강화 등의 제도개선안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국토부 자료에는 '과도한 처벌' 등 화주 측이 제기한 내용만 반영돼 있었다.

한편, 앞서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지속과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 6월, 8일 동안 총파업을 벌였고, 그달 14일 국토부와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할 것을 합의했다. 이후 7월,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을 기존 2개에서 7개로 확대하고, 그 외 품목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개정안을 발의했다. 발의된 법안의 품목 확대 대상은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질, 곡물 및 사료, 택배 지·간선 등이다. 현재 안전 운임 적용 대상은 컨테이너, 시멘트로 제한돼 있는데, 이는 전체 영업용 화물자동차 41만5천여 대 중 약 2만 6천여 대에 불과하다.

현재 화물연대는 지난 1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확대 법안이 국회에서 다루어지지 않거나 미뤄진다면 전면 총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최근까지 자동차, 철강, 위험물 등 품목별 화물노동자들이 결의대회를 각각 이어오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3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12월 31일이 지나면 자동 소멸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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