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문제와 전 세계적 규제 움직임

[INTERNATIONAL3]

지난해 6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컬럼비아대 로스쿨 부교수인 리나 칸(Lina Khan)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30대 초반인 리나 칸은, 예일대 로스쿨 재학시절인 2017년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는 논문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반독점에 대한 당시의 주류적 해석을 비판하면서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후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로 대표되는 빅테크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국인 미국에서조차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를 지배하는 자국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빅테크의 독점과 권력이 지나치게 강화돼 공정한 시장 경쟁과 혁신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리나 칸을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한 같은 해 7월 9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경제에서의 경쟁 촉진에 대한 행정 명령’을 내렸다. 이 행정 명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빅테크의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오늘날 소수의 지배적 인터넷 플랫폼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시장 진입을 배제하고, 독점적 이익을 뽑아내며, 민감한 개인정보를 모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착취하고 있다”라는 비판이 문서에 담겼다. 이러한 지배적 플랫폼은 “신생 경쟁자에 대한 일련의 인수합병, 데이터의 축적, 관심 시장(attention markets)에서의 불공정한 경쟁, 이용자 감시,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형성”됐고, 이들이 야기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반독점법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미 정부의 입장이었다.

물론 빅테크 규제 목소리는 빅테크가 자국 산업을 잠식하는 유럽에서 더욱 강력하다. 이미 유럽연합 각국은 독점, 개인정보, 미디어, 조세 등 여러 이슈와 관련해 빅테크 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해왔다. 특히, 유럽연합 차원에서 2020년 12월에 발표한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과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 패키지 법안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와 알고리즘으로부터 이용자와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두 법안은 지난 7월 5일 유럽의회를 통과했고, 9월 유럽연합 이사회의 의결 후 발효돼 2024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빅테크의 독점력 남용

2020년 미 하원 법무위원회의 반독점 소위원회는 〈디지털 시장의 경쟁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GAFA를 이루는 4개 빅테크의 시장에서의 지위, 지배력의 남용, 그리고 이를 통제할 대안에 대한 권고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리나 칸도 이 보고서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빅테크 업체들은 대부분 수백 개의 기업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워왔는데, 여기에는 경쟁업체에 대한 인수합병(killer acquisitions)이 포함된다. 메타는 페이스북 외 핵심 서비스인 왓츠앱, 인스타그램, 오큘러스 등을 포함해 설립 후 최소 63개 회사를 인수했다. 특히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인수는 인수를 통해 경쟁회사를 제거한 대표적인 사례다. 구글 역시 종합적인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렸다. 유튜브 인수를 통해 동영상 플랫폼의 강자가 됐고, 광고 네트워크인 더블클릭(Double Click), 애드몹(AdMob), 공급 측 플랫폼인 애드멜드(AdMeld) 등을 인수해 광고 중개자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됐으며, 지도 시장에선 웨이즈(Waze)를 인수해 경쟁자를 없앴다. 아마존 또한 지난 20년 동안 자포스(Zappos) 등 경쟁업체를 포함해 10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했고, 애플 역시 약 100여 개의 회사를 인수했다. 이러한 인수 과정에서 미국의 감독 당국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빅테크 업체들은 통상 ‘무료’로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를 중심으로 독점 폐해를 해석했던 감독 당국으로선 나설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 빅테크 업체들은 자신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인접 시장으로 독점력을 확대하고 반경쟁적 행위를 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구글은 검색, 웹브라우저, 모바일 운영체제, 디지털 광고 등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데, 검색엔진의 독점력을 활용해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크롬의 점유율을 급속도로 확대했다. 크롬 주소 표시줄을 구글 검색창으로 활용해 검색 독점을 강화하는 식이다. 또한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구글 검색, 플레이스토어를 사전에 설치하고, 크롬을 기본 브라우저로 설정하도록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빅테크는 다른 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기 위한 ‘플랫폼’을 운영하는 동시에 다른 업체와 경쟁하는 상품을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를 남용할 우려가 있다. 그러한 반경쟁 행위 유형 중 하나가 ‘자사 우대(self-preferencing)’ 행위이다. 구글이 자사 콘텐츠를 우대하는 방식을 살펴보자. 검색 결과에서 강등된 사이트는 트래픽을 복구하기 위해 검색 광고를 구매해야 하고, 이는 다시 구글의 광고 수익을 확대한다. 이는 아마존 역시 마찬가지인데, 상품 검색 결과에서 경쟁사의 상품보다 자사 상품이 먼저 나오도록 우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쿠팡 역시 동일한 비판을 받고 있다. 애플도 앱스토어 검색 결과에서 자사앱이 우선 검색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스포티파이(Spotify)는 오랫동안 ‘음악’을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앱이었지만, 애플 뮤직이 앱스토어에 등록된 2016년 6월 이후 애플 뮤직에 자리를 빼앗겼다.

시장지배적인 지위를 남용해, 플랫폼에 의존하는 제3자 업체들을 부당하게 대우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지만, 구글과 애플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앱 개발자에게 30%라는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사의 인앱결제(In-App payment)1)를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반독점 규제를 위한 각국의 움직임

미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위 ‘반독점 개혁(Antitrust Reform)’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6개의 반독점 개혁 법안이 하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했는데, 이러한 법안들이 초당파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 중 4개 법안은 모든 업체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일부 업체, 즉 빅테크를 타깃으로 한다. 대표적인 반독점 개혁 법안은 ‘미국 온라인 혁신 및 선택 법안(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인데, 법안의 대상이 되는 빅테크의 자기우대 행위를 금지한다. 기존의 반독점법이 있음에도 이러한 법이 추진되는 이유는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회사가 특정 차별 행위에 나서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감독 기관으로서 반경쟁적 효과가 있는 행위에 대한 입증이 용이해진다는 점이다. 다만, 이들 법안이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통과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와 유사한 취지의 법이 유럽연합에선 디지털시장법(DMA)이다. 디지털시장법은 빅테크와 같은 소수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규정하고, 이들의 불공정한 관행을 규제한다. 게이트키퍼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집행위원회가 지정한다. 법은 게이트키퍼의 서로 다른 서비스를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의 결합을 금지한다. 또 플랫폼 이용사업자(입점업체)의 판매자율권을 허용하고 앱 스토어의 남용을 방지하거나 검색 결과의 자기선호행위를 금지하는 등 여러 세부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시장을 조사하고 위반행위를 조사, 처벌할 수 있는 집행위원회의 권한 역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과 미국의 규제 당국의 반독점 제재나 소송은 줄을 잇고 있다. 2020년 12월 미연방거래위원회(FTC)는 46개 주 검찰총장과 함께 페이스북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고, 구글 검색 시장에 대해서도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미 법무부는 구글의 온라인 광고 시장의 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준비 중이다. 구글은 지난 2017~2019년 사이 유럽 집행위원회로부터 모바일 시장에서의 반독점 행위로 수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감시 광고와 개인정보 남용에 대한 규제

빅테크는 자신이 운영하는 서로 다른 서비스를 통합해 이용자에 대한 세밀하고 방대한 정보를 축적한다. 이용자 개인정보는 다양한 방식으로 남용될 수 있지만, 그 정점에 감시 광고(맞춤형 광고)가 있다. 마치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광고 수익은 빅테크 사업 모델의 기반이다. 메타 전체 수익의 98%, 구글 수익의 81%가 광고 수익으로 이뤄져 있다. 구글, 아마존, 메타는 전체 디지털 광고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감시 광고는 이용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세밀하고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한다. 심지어 빅테크 외부의 사이트나 모바일 앱에서도 이용자 행태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쉽게 말해 언론사에서 어떤 기사를 읽었고, 배달앱으로 어떤 음식을 주문했는지 메타와 구글은 알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이용자가 사이트에 접근하는 짧은 시간을 이용해 실시간 광고 경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용자에 따라 다른 광고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최근 애플 광고인 ‘엘리의 데이터 경매’는 실제 일어나는 일을 가시화한 것뿐이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수많은 광고 업체들에 공유된다.

[출처: 진보네트워크센터]

마우스 클릭과 함께 만들어지는 감시 광고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이에 대한 규제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유럽 각국에서 구글 애널리틱스를 통해 수집한 이용자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결정이 내려지고, 감시 광고를 게재하면서 이용자에게 명확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지 않은 것에 대해 과징금이 부과되고 있다. 최근 한국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구글과 메타가 동의 없이 행태정보를 수집했다며 약 1,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감시 광고 규율을 위한 법제도도 만들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은 아동 및 민감정보에 기반한 맞춤형 광고를 금지한다. 미국에서도 지난 1월, 감시광고 금지법안(Banning Surveillance Advertising Act)이 발의됐다.

  지난 7월 28일 Meta 국내 대리인 사무소 앞에서 개인정보 강제적 동의 철회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출처: 진보네트워크센터]

2018년 3월 폭로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은 페이스북에서 유출된 개인정보가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돼 큰 이슈가 된 사례다. 당시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후 세계 각국의 개인정보보호 당국과 의회 등은 청문회를 개최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2018년 10월 영국 개인정보보호 당국(ICO)은 법정 최고벌금인 50만 파운드(약 7억 5천만 원)를, 2019년 7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50억 달러(약 5조 8,900억 원)의 벌금과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2020년 11월, 한국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시 페이스북의 제3자 앱을 통한 개인정보 무단 제공에 대해 과징금 67억 원을 부과했다.

미디어 다양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빅테크가 야기하는 문제는 단지 공정한 경쟁과 개인정보에 대한 위협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여론의 왜곡과 언론 미디어 위축의 원인으로 네이버가 지적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메타와 구글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메타와 구글의 플랫폼이 뉴스 유통과 사람 간 소통의 중심이 되고 온라인 광고 시장을 장악하면서 지역 미디어를 비롯한 전통적 미디어는 고사 위기에 처했다. 이에 빅테크 수익의 일부를 전통적 미디어에 분배하기 위한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에서는 저작권 지침을 개정해 언론출판물발행인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호주는 뉴스 미디어 협상법(News Media Bargaining Code) 제정을 통해 언론사들이 빅테크와 보상금을 협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저널리즘 경쟁 및 보존법(Journalism Competition & Preservation Act)이 발의됐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지역 및 소수자를 위한 미디어를 지원하고 미디어 다양성을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 수단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미디어 다양성에 대한 부정적 영향뿐만 아니라, 빅테크 플랫폼 자체가 여론 조작, 가짜뉴스, 혐오 발언의 확산 등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을 통해 빅테크 플랫폼이 보유한 개인정보와 알고리즘이 2015년과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 등에 악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상업적 감시 광고뿐만 아니라 정치적 목적의 광고 역시 활용될 수 있는데, 플랫폼 알고리즘의 조작에 따라 이용자의 정치 인식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은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이 더 쉽게 확산하도록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설계됐다고 폭로했다.

수십억 명의 이용자가 어떤 정보에 접근할 것인지를 소수의 민간 기업이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일 것이다. 공정경쟁, 개인정보, 미디어 다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선이 형성되고 있지만, 이 모든 대응은 이미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진 빅테크를 해체하는 것으로 수렴하는 것처럼 보인다.

1)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때 앱 사업자가 제공하는 시스템을 통해서만 결제해야 하는 시스템

[출처: 진보네트워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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