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리듬 COUNTERRHYTHM

[프리퀄prequel]

흩어진 동지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우리에겐 뒤섞여 춤을 추던 기념사진만이 남았다.


우리는 왜 모였을까. 사상의 전파를 위해, 조직화를 위해, 신념의 실천을 위해, 기타 칠 공간을 찾기 위해, 술을 마시기 위해, 재개발 악개발을 막기 위해, 악을 쓰기 위해, 아드레날린의 폭발, 노동의 지겨움, 순간의 분노와 슬픔, 또는 그냥 속한 곳이 없어 거리와 네트워크를 떠돌다 발이 닿아서.

연대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엔 음악과 춤에 대한 기억만이 남았다. 실패한 투쟁에 혁명은 없었지만 적어도 기분은 좋았다. 시간이 지나며 해방공간은 공터가 되고 아파트가 들어선다. 뜨거웠던 기억은 사진첩에 처박혀 백업 전까지 영원한 잠에 빠져든다. 한때 우리가 역사라 믿었던 혁명적 순간의 고귀한 기념사진!

공간이 사라지자 일시적으로 고용되었던 적들도 사라진다. 남겨진 우리는 서로 싸운다. 노선의 차이, 정치적 견해의 다름, 사소한 말다툼, 만남과 헤어짐, 각종 비윤리적 행위 및 때때로 범죄. 흩어진 동지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우리에겐 뒤섞여 춤을 추던 기념사진만이 남았다.

연대를 구하여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옆 나라 청년들의 수십 년 전 구호는, 연대를 구할 수 없는 자에게는 고립뿐이라는 두려움을 가져다준다.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가! 시간이 흐르고 관계가 모두 찢긴 현재로서는 아무런 파악도 할 수 없다. 그리고 바로 그때가 되어서야 혁명의 가능성은 되돌아온다. 영원한 동지가 없다면 영원한 적 또한 없을 터, 유한한 관계의 한계는 무한한 연대의 가능성으로 뒤바뀐다. 우리가 흩어졌다는 사실은 이제 위안이 된다.

  <이정도면 서울이라는 그곳>, 경기 고양시 지축동 재개발지역, 2021


  <1기 신도시 그곳>,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2021


  <랜덤 인카운터>,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2022


  <랜덤 인카운터>, 서울시 서대문구, 2022


  <용역과 셀카>, 서울시 강남구 라떼킹 재건축 투쟁, 2015


  <용역과 셀카>, 서울시 강남구 라떼킹 재건축 투쟁, 2015


  <용역과 셀카>, 서울시 강남구 라떼킹 재건축 투쟁, 2015


  <서울시 중구 명동재개발구역 투쟁>, 2011


  <서울시 중구 명동재개발구역 투쟁>, 2011


  <서울시 중구 명동재개발구역 투쟁>, 2011


  <서울시 중구 명동재개발구역 투쟁>, 2011


  <서울시 중구 명동재개발구역 투쟁>, 2011


  서울시 서대문구 영천재개발구역 투쟁, 2021


  서울시 서대문구 영천재개발구역 투쟁, 2021


  서울시 서대문구 영천재개발구역 투쟁, 2021


  서울시 서대문구 영천재개발구역 투쟁, 2021


  서울시 서대문구 영천재개발구역 투쟁,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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